[달리 씨의 소소한 일상] '용돈 기입장'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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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에 50페소는 너무 적어요. "

첫째가 투덜거렸다.

" 50페소로는 KFC에서 치킨라이스도 못 사먹는다고요. "

첫째는 팔짱을 끼고 돌아앉았다.

" 그럼, 이틀 모으면 돼. 그럼 100페소거든. "
" 이틀 동안 모아서 고작 치킨라이스 사먹고 나면 없잖아요. 난 운동화가 사고 싶은데, 그러려면 1000페소는 있어야 해요. "
" 그럼, 안 쓰고 20일 동안 모으면 되겠네. "

첫째는 잠시 생각을 하는 것 같더니 팔을 풀고 용돈 기입장 앞에 놓인 50페소를 지갑에 넣었다.

" 엄마, 동생 가르치는 것 말고 청소해도 용돈 주나요? "
" 네가 우리 집 구성원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했다고 용돈을 주지는 않지. 그건 가족 구성원으로, 네가 당연히 해야 할 역할 분담이니까. 그러니까 네 방청소를 했다거나, 밥 먹고 자기가 먹은 그릇을 설거지했다고 숙제를 하거나 네 공부를 했다고 해서 엄마가 용돈을 주는 일은 없을 거야. 하지만 엄마 심부름을 하거나 재원이를 가르치거나 일요일에 동생들 운동화를 빨아줬다거나 마당 청소를 했다면 엄마가 약간의 용돈을 더 줄 수는 있지. "
" 언제 다 모아요. "
" 언제 다 모아져. "

그렇게 해서 첫째의 용돈 기입장 첫줄에 50페소가 적혔다.
그리고 일주일 뒤 첫째는 눈을 반짝이며 내게 달려와 지갑을 보여줬다.

" 보세요. 벌써 350페소예요. 한 푼도 안 썼어요. "
" 한 푼도 안 쓰고 아꼈구나. 그런데 쓸 돈은 써야지. "

첫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 돈을 쓰라고요? "
" 음. 돈을 벌려면 투자도 해야지. 무조건 아껴서야 되겠어? "
" 투자를 하라고요? 어디에요? "
" 그건 네가 궁리를 해 봐야지. 엄마가 글을 쓰자면, 책도 사야하고 컴퓨터도 있어야 하잖아. 인터넷 이용요금도 내는 것처럼. "
" 아, 그렇네요. "

첫째는 종이에다가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 엄마랑 칼본에서 감자를 산다. 감자를 상자에 담는다. 감자를 판다. "

하는 짓이 재미있어 구경하다가 물었다.

" 그래, 감자 가격은 얼만데? "
" 칼본에서 50페소쯤 하니까, 나는 55페소에 팔래요. "
" 그럼 몇 킬로를 팔아야 50페소를 벌지? "

첫째는 당황하더니 막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계산하더니,

" 10 킬로요. "
" 그래, 그럼 10킬로를 사기 위해서는 얼마나 있어야 하지? "

첫째는 당시 당황하더니 계산을 한참 한다.

" 500페소요. "
" 그렇구나. 그럼 며칠 돈을 더 모아야 하지? "
" 500페소에서 350페소를 배니까 150페소. 하루에 50페소니까 3일 더요. "
" 응. 3일 뒤까지 기다려야 하네. 그런데 만약 감자를 사왔는데 아무도 사주지 않으면 어떻게 해? "
" 깎아 줄까요? 52페소로. "
" 그럼, 너는 3페소가 남는구나. 3페소씩 10킬로면 30페소가 남는데, 만약 엄마가 널 칼본에 데려다 주지 않으면 넌 어떻게 감자를 사오지? "

첫째는 살짝 골치가 아픈 듯했다. 나는 아이의 공책에 체크리스트를 적어주었다. 여러 경우를 말풍선 형태로 표시해서 적어준 뒤에 자리를 떴다. 며칠 뒤, 아이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볼 생각을 하니 괜히 흐뭇하고 즐거웠다.
용동 기입장 하나와 용돈을 주기로 한, 작은 이벤트가 아이와 내 생활에 불러 놓은 활력이다. 어떤 경우아도 아이는 돈에 대해 배워나갈 것이다.

첫째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