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한국과 인연 깃든 500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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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한국과 인연 깃든 500페소 구권, 2017년이면 역사 속으로...

필리핀은 지난 2010년 화폐의 디자인을 바꾼 신규 화폐를 유통시키기 시작했다. 종이화폐인 20페소, 50페소, 100페소, 200페소, 500페소, 1000페소 등 총 6종이 새로운 디자인으로 발행되었다. 이후 현재까지 구지폐와 신지폐는 필리핀에서 함께 사용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올해 초 필리핀 중앙은행은 구지폐에 대한 사용 기간을 확정해 발표했다.

현재 유통되는 구지폐의 사용기한은 2015년말까지로 시중 은행 등에서 구지폐에서 새 지폐로 교환 접수는 2016년 말까지로 정해졌다. 중앙은행에 따르면, 현재 유통되는 구권 지폐 6종은 2015년 12월 31일까지 제품구매 및 상거래에서의 지불에 쓰일 수 있지만, 그 이후로는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2015년 1월1일부터 2016년 12월 31일까지 2년간 중앙은행과 그 지점 확대 상업은행, 저축은행, 지방은행, 협동조합 은행 등에서 새 지폐로 액면가 교환이 가능하다. 따라서 구지폐는 2017년 1월 1일부터 완전 무효화 된다.
중앙은행은 또한 이 기간 안에 국내 금융기관에서 화폐를 교환할 수 없는 필리핀 해외 근로자(OFW - Oversea Filipino Workers)는 필리핀 중앙은행의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보유 지폐를 등록하면 등록 후 1년간 중앙은행의 새로운 지폐로 교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3개월 후면 시장에서 사라질 필리핀의 구권 화폐 중에는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화폐가 있다. 바로 500페소짜리 화폐다.
이 500페소짜리 화폐에는 한국전쟁에 종군기자로 참가했던 베니그노 니노이 아키노 주니어 상원의원 초상이 그려져 있다. 지폐속 아키노 전 의원은 한 손에 카메라를 들고 있다. 종군기자로 한국전쟁을 취재했을 당시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뒷 배경에는 그가 작성했던 '제1기병사단 38선 돌파(1st Cav knives through 38)'라는 제목의 기사도 일부 새겨져 있다. 'Korea', 'Seoul', 'Kaesong(개성)' 등의 한국지명 이름도 찾아 볼 수 있다. 때문에 이 500페소짜리 지폐는 한국과 필리핀의 우호를 상징하는 심벌로 여겨지곤 했다.

베니그노 니노이 아키노 주니어 상원의원은 과거 마르코스 정권의 독재에 대항, 붕괴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정치인이기도 하다. 그는 필리핀이 마르코스 정권 하에 있던 1983년 8월 21일 망명처인 미국에서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 도착한 직후 암살을 당했다.
아키노 상원의원은 현재 필리핀 대통령인 베니그노 노이노이 아키노 3세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지난 2013년 한국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담에 맞춰 방한했던 현 필리핀 아키노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을 때, 자신의 지갑에서 500페소짜리를 꺼내 보여주며 박대통령과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 기자들에게 목격되기도 했다.
오는 2017년이면 완전히 폐기될 필리핀의 구지폐는 1983년 첫 발행되어 30년간 사용되다 2010년 12월 필리핀 중앙은행이 신권을 발행하기 시작하면서 생산이 중단됐다.
이러한 이유로, 다른 국가의 은행들에서는 이미 필리핀 구화폐에 대한 환전이 어려워졌다.

필리핀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 한 곳이다. 때문에 여러분의 지갑 한 귀퉁이 혹은 서랍 한 구석에 어쩌면 한 두장의 필리핀 페소가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 화폐가 500페소짜리 구화폐라면 미래의 장정 가치를 위해 잘 소장해 두는 것도 좋겠다. 'Korea', 'Seoul', 'Kaesong(개성)' 등의 단어가 인쇄된 외국화폐는 앞으로도 찾아보기 어려운 희귀한 사례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