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서 살고보니] 세부섬에서 본 '갈등서 비롯된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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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에 살고 보니 이곳 서민들의 애환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서민들의 세부에 살고 보니 가장 염려되는 것 중에 하나가 치안이라고 생각됩니다. 치안이 확보가 되질 않으면 누구도 세부섬에서 살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국에서는 필리핀이 가장 큰 이슈입니다. 그것은 많은 범죄가 발생하는 위험한 곳이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실제로 몇 년 사이의 한인들이 필리핀에서 많이 피살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에는 한인 6명이 피살되었고, 11년엔 7명, 12년에는 8명, 13년에는 13명이, 14년에는 10명 그로고 지난 2015년에는 4명이 필리핀에서 죽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런 범죄가 자꾸 왜 일어나는지 참 안타깝기만 합니다.


세부에서 만난 첫번째 범죄 사건

제가 처음 도착하고 처음으로 접한 한인사건은 다름아닌 선교사 살인사건이었습니다. 종교적인 갈등도 아니고 현지인들과의 갈등도 아닌 부부간의 갈등이었습니다. 남들이 알 수 없던 부부 간의 갈등으로 인해 결국 남편이 부인을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하게 된 사건이었습니다.

사건의 본질은 현지인들의 증언과 다른 지인들 이야기에 의하면 갈등이 원인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남자는 중학교 때 캐나다로 이민간 캐나다 교포이고 여자분은 순수 한국인인데 놀랍게도 두분이 중매를 통해 결혼하고 즉시 세부섬의 선교사로 파송 받아서 온 것입니다. 그리고 세부땅에 도착한지 얼마 안되어서 결국 극한의 경지까지 이르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서로 다른 세계와 환경에서 살던 사람들이 만나서 갑자기 또다른 환경의 세계에서 겪게 되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서로간의 갈등이 원인이었던 것입니다.

일단 남자와 여자는 생물학적으로 다른 세계의 사람들입니다. 그러하기에 서로 좋아서 결혼을 하더라도 다름으로 인한 문화충격이 발생하게 마련입니다. 거기에 두사람은 서구문화와 동양문화의 다른 세계의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그부분도 엄청나게 합의에 이르기 어려웠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거기에 두사람은 결혼하자마자 또다른 환경인 필리핀 세부섬으로 날아왔습니다. 세부는 또다른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문화충돌이 기다리고 있는 황경이었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분들은 세부섬에서도 당시로서는 가장 열악했던 막탄섬 도로변 빈민가가 밀집한 시끄러운 동네에 살았습니다. 날마다 트라이시클 오토보아 소리가 나고 시도때도 없는 닭, 개, 고양이 울음소리가 끊이질 않는 환경에서 첫 신혼의 삶을 살게 된 것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한국인들이 이런 열악한 환경의 현지인집에서 처음 도착한 사람들이 적응하기에는 요즈음이 아닌 당시 거의 한국인들이 없었던 22년 전의 현실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분들이 큰 갈등은 종교적인 헌신과 사명감에 따르는 부담감과 막상의 현실의 세계에서의 괴리가 아마도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오질 않았나 생각됩니다. 현실과 이상의 갈등, 서로를 충분히 이해할 시간이 부족했던 남과 여의 갈등이 범죄라는 비극을 낳은 상황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거내보자면 저는 93년에 아내보다 6개월 먼저 세부섬에 선교사로 먼저 도착했습니다. 그 이유는 당시 아내는 아직 신학교 4학년 학생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먼저 도착해서 현지교회와 관계를 맺고 현지를 적응해 나아가고 있는데 아내가 후에 도착을 했습니다. 세부섬에 도착해서 현지를 바라본 아내의 눈으로도 모든 것이 새롭고 또한 다른 문화에 큰 충격이 있었습니다.
아내가 제일 힘들어 한 부분은 교회에서 젊은 여학생들이 저에게 무척 친하게 다가온다는 것이었습니다. 교회에서만 자란 종교적인 시각의 아내였지만 저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는 무서웠습니다.
또한 세부섬 전체가 백화점이나 식당에서 일하는 분들은 대부분 아가씨들이고 그분들이 다 친절하니 대학생 아내는 두려웠던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캐나다교포인 이 남자선교사는 또다른 세계입니다. 영어를 잘하며 서구문화가 더 익숙한 이 선교사님은 자연스럽게 이 필리핀 문화에 적응하며 현지인들과 쉽게 동화되어 친구가 되어 가는데 유교문화를 지닌 이 여자선교사분은 이런 자유스런 문화가 익숙치 않고 두려운 세계였을 거라고 저는 추측합니다. 여자 입장에서는 남자 하나만 바라보고 이곳에 왔는데 남자가 현지 여자분들과 너무 쉽게 동화되니 그 괴리감과 외로움은 상상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당시 현지인들의 증언에 의하면 이런 문제로 이 부부는 엄청난 가정불화와 다툼이 있었다고 합니다. 여자분이 택시안에서 뛰어내리려는 시도를 여러 번 하기도 했답니다. 그러다 결국에는 극한으로 가고 말았던 비극적인 이야기는 제가 처음 세부에서 접한 사고였습니다.

그다음으로 접한 범죄는 제2대 한인회장 시절에 처음으로 한인들 간의 이해관계로 청부살인이 일어났었습니다. 당시 한인회에서는 모금을 해서 범인을 잡기위해 당시 1백만페소의 현상금도 걸었는데 쉽게 범인을 잡지 못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조금씩 범죄사건이 발생하였는데 대부분은 한인들간의 이해관계, 갈등 등이 원인이 아닐까 조심스레 설왕설래되곤 했었습니다. 물론 현지인들에 의한 강도, 우발적인 사고도 있기도 하고 또한 안전사고도 여러 번 일어나기도 했었습니다.


세부에서 살려면

제가 처음 도착했을 때 신문과 TV뉴스를 보면 매일같이 일어나는 사건은 현지인들에 의한 중국화교들 납치뉴스였습니다. 거의 매일같이 일어나는 사건입니다. 또한 부자집 중국인 자녀납치로 인한 ransom(몸값) 요구하는 일, 그리고 헬퍼와 경비가 짜서 중국인집을 겨냥한 강도사건, 마지막 무슬림들의 외국인 납치사건 등이 주요 사회불안 요소였는데 라모스정부때 치안이 어느 정도 잘 안정된 사회로 개선되었습니다.

처음 왔을 때 중국 사람들이 가장 선호한 차는 미쯔비시의 빠제로(Pajero)였습니다. 그 이유를 중국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중국 사람들은 늘 납치의 대상이 되다보니 가장 공격으로부터 안전한 차가 빠제로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하기에 사립학교에서는 학생들에 대한 경비가 섬엄하고 부모와 보호자가 아니면 절대로 학생을 데리고 갈수 없는 체제로 학교규칙이 만들어졌습니다. CIS같은 학교는 외부인이 학교를 들어가기도 어렵고 나오기도 쉽지가 않고 나가는 인원을 꼭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삼엄한 경비는 다 잦은 납치의 경험에 의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사람들은 필리핀을 등지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는 사람을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죽을 각오를 하면서 이곳 세부섬에 정착을 한 사람들입니다. 콜론에 위치한 중국인 상가들을 보면 2중 3중으로 쇠창살로 안전하게 자신들을 보호해 놓은 시설들을 보게 됩니다. 상가가 아닌 감옥 같은 구조로 되어 있는 건물들이 많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범죄율이 줄어들면서 이러한 보호장치가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최근 한인들 세계를 보면 이제 세부섬에 정착하려는 동향이 많아지는 듯합니다. 매일같이 한국 언론이 필리핀에 대한 부정적인 소식을 쏟아내고는 있지만, 전혀 요동치 않고 일상에 집중하는 한인들을 보면서, 새롭게 세부 정착을 시도하는 한인들을 보면서 중국인들 다음으로 우리 한인들도 용감해졌고...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여기고 있구나'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다른 나라에 적응하는 과정 속에 문화충격에 의한 사건사고가 많이 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우리 한인들도 중국에 이어 세부섬에 경제와 문화를 이끌어가는 현지회 되어가는 한인세계를 이루어 갈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한인들 간의 갈등들을 칭유하고, 함께 보듬어주는 공동체화가 선행되어야겠습니다.

필자는 23년 전 세부에 정착하여 현재 한사랑 교회 목사, 코헨대학교 세부분교 학장에 재임중이며 UC대학 HRM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