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서 살고보니] 코리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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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에 살고 보니 이제 한국과 필리핀이 그렇게 멀지만은 않은 듯 합니다. 지난번 한국대사관 세부분관에 들러보니 한국에 가려고 비자를 신청하는 현지인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저도 UC대학 교수 세 분을 한국 문화연수 프로그램에 초청을 했습니다. 현재 필리핀에는 한인들이 대략 9만 정도 살고 있지 않나 추정합니다. 또한 한국에도 필리핀 사람들이 대략 6만명 정도 체류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23년 전에 처음 도착했을 때 현지인들이 한국에 대해서 궁금해 이것저것 물어왔던 때를 지나서 이제는 한류의 영향 때문인지 한국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이제는 한국으로 여행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직접 실행에 옮기는 현지 사람들이 무척 많아졌습니다.

물론 이제 한국에서 세부섬 여행 오는 관광객들도 세부섬에 살고 있는 우리 교민들보다 더 많은 관광정보를 알고 계시고, 또 여러 번 찾아오는 분들도 많아졌습니다.

필리핀 현지인들은 한국을 선호하게 되었고 한국을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는 '기회의 땅' 중 한 곳으로 믿으며 한국행을 꿈꾸고 있습니다. 또한 그 반면에 수많은 한국인들은 한국은 '지옥'이라고 여기고, 그곳에서의 탈출을 위해 세부로 찾아들기도 합니다.

아메리칸 드림

얼마 전 김중만 사진 작가가 세부에 작품을 위해 방문하게 되었을 때, 그분의 프랑스계 아들이 영어를 무척 잘해서 제가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말하기를 사실 프랑스 사람들도 아메리칸 드림이 있고 미국에 가고 싶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프랑스계 사람이 말한 그 '아메리칸 드림' 이란 단어는 역사가이자 저자인 제임스트러슬로우애덤스가 1931년에 출간한 <미국의 서사시>라는 책에서 첫번째 언급되었습니다.

"미국인의 꿈은 모든 사람이 부유하고 풍족한 삶을 살고 개인의 능력과 성과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존재하는 꿈의 땅을 말한다. 그러나 상류층 영국시민들에겐 받아들여지기 힘든 꿈일뿐더러 많은 사람들의 미국인의 꿈에 대한 믿음시 실추되어 왔다. 이 꿈은 단지 좋은 차를 타거나, 고소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남녀노소 불구하고 자신의 타고난 능력에 합당한 사회적 위치에 오르는 것이고 또한 신분, 위치, 운과 상관없이 오직 그들의 능력으로만 평가 받는 것이다."

그런 아메리칸 드림도 꼭 좋은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존 스타인벡 작가는 <생쥐와 인간>이라는 책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비판했고, 작가 신클레어 루이스는 그의 책 <배빗>에서 미국의 20세기의 억압적이고, 이기적인 사회를 비판하였으며, 저자 F. 스콧피츠제럴드 또한 <위대한 개츠비>라는 책 속에서 아메리칸 드림에 관한 이기적, 매춘, 주류밀래, 출세를 위한 노력 등 어두운 면모를 주제로 다뤘습니다. 또한 저자 헌터 S. 톰슨의 책, <라스베가스의 공포와 혐오> 속에서 아메리칸 드림의 기반을 잡기위해 1970년도 초 리처드 닉슨의 냉소적인 정치제도, 폭력, 탐욕, 무지, 부도덕한 애국심, 개인소외, 풍토병 같은 악조건과 싸워야 했던 당시 미국 사회를 잘 묘사했습니다. 아서 밀러의 책 <세일즈의 죽음> 또한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가장 비평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의 주인공인 세일즈맨은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희망을 쫓아가다 파멸하게 되는데, 이 주인공의 삶은 월스트리트의 붕과로 인해 자신의 가족이 운영하던 기업이 파산하게 된 저자의 아픈 기억을 반영하는 것이었습니다. 흑인 인권운동가 말콤 엑스는 "나는 어떠한 아메리칸 드림도 보지 못하고, 아메리칸 악몽을 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샘 멘더스 감독의 1999년 작 아메리칸 뷰티 'American Beauty'라는 영화를 잊지 못합니다. 우리가 꿈에도 그리는 잔디가 있는 정원을 포함한 주택을 소유한 미국 중산층들의 안정적인 삶을 그려내지만 그러나 그들 미국인들 내면의 삶은 충만하지 못하고 가족의 해체와 대화의 단절 그리고 늘 불만스러운 일상의 가진 모습들을 너무나 잘 그려낸 작품입니다. 주인공 레스터번햄은 자신의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자신의 직업을 경멸하는 낮은 자존감의 중년 화이트 컬러이고 그 아내 캐롤린은 야망있는 부동산 중개업자이며 물질적이고, 참을성이 없고, 자기 중심적인 삶과 모든 것이 완벽해야 하고 낡은 것들을 혐오합니다. 그들의 딸 제인은 16살로 그런 부모를 혐오하고 낮은 자존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결론은 비극으로 끝납니다. 이 영화 아메리칸 뷰티는 북미에서 1999년 9월 15일에 개봉되었으며 관객과 평론가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3억 5천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뒀습니다. 7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감독상을 포함한 5개 부문에서 수상, 5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 감독을 포함한 3부문에서 수상경력이 있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캐머런디애즈, 다니엘데이루이스 주연의 2002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Gangas of New Your"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1840~1860년대의 뉴욕(NYC)을 배경으로, 파이브 초인츠라 불리는 당시 뉴욕의 최하층민들이 몰려 살던 구역에서의 갱단간의 패권 분쟁, 그리고 그로 인한 복수극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마틴스코세이지의 걸작 중에서도 그의 미국에 대한 생각을 가장 잘 정리한 영화라고 불립니다. 서로 이민자이면서 나중에 왔다고 아일랜드계를 배척하는 영국계 이민자와 그런 영국계 이민자와 그다지 다를 바 없는 아일랜드계 미국인 사이의 갈등은 오늘의 뉴욕의 기원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김지원, 임미미

제가 최근에 세부에 살면서 한류를 원주민들 속에서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것은 이 두 아가씨들 입니다. 두 사람 다 세부 현지인들인데 한국 이름을 사용하며 코리언 드림 속에서 날마다 한국을 꾸꾸며 살아가는 정말 에쁜 아가씨들입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 두 아가씨가 현재 한국에 들어와서 열심히 한국을 체험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선 김지원 자매는 실제 이름은 Nikki이고 고향은 보홀섬입니다. 현재 한인회에서 일하고 있는데 작년 여성회에서 주최한 한국어 스피치대회에서 우승을 해서 이번에 한양대학교 어학당에서 1개월간 한국어 연수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임미미도 보홀에서 왔고 이름은 Marlene Mimi이며 현재 싼칼로스에서 심리학과를 공부하고 있는 자매인데 이번에 한국에 공연과 연수가 있어 한국에 머물고 있습니다. 두 자매는 현재 한국 구석구석의 문화를 체험하고 있으며 한국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담은 체험 자료들을 페이스북을 통해 계속 Update하고 있습니다. 임미미 자매는 한국어 실력이 무척 뛰어나고 한국 역사와 문화에 대해 깊은 식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을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공부하는 이 아가씨들이 오늘의 화려한 한국의 K-Pop과 첨단 문화 이면에 수많은 갈등과 아픔 그리고 이기주의를 기반으로 한 부정적인 상처들이 겹겹이 쌓여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같은 애절의 눈으로 한국을 볼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화려한 맨하튼의 모습 뒤에, 영국계와 아일랜드 건달들의 끊임없는 갈등과 혈전의 아픔을 담은 과거 역사를 그려낸 영화 '갱스터 오브 뉴욕'처럼 말입니다.

오늘의 필리핀에 있는 순수한 대가족제도와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이곳 사람들의 아름다운 문화보다 화려한 면만 보이는 아메리칸 드림, 코리안 드림만 쫓아가다가 영화 '아메리칸 뷰티'처럼 가족해체와 대화의 단절의 문화를 가져오게 되지 않을까 섣부른 걱정도 해봅니다. 어찌됐건 저는 아직 인간의 순수함이 남아 있는 세부가 너무 좋습니다.

필자는 23년 전 세부에 정착하여 현재 한사랑 교회 목사, 코헨대학교 세부분교 학장에 재임중이며 UC대학 HRM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