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 야구팀, 1등보다 값졌던 역전의 준우승

세부 야구팀, 1등보다 값졌던 역전의 준우승.jpg

세부 야구팀 가리온스가 전하는 '제1회 필리핀 한인 야구대회' 1박2일 생생 현장기

지난 6월 18일 19일 양일에 걸쳐 클락에서 제1회 한인 야구대회가 성대하게 펼쳐졌다. 세부팀, 마닐라팀, 클락팀, 수빅팀 총 4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필리핀 한인 야구협회 주관으로 치러진 초대행사였다.

필자가 도착한 클락 야구장은 프로야구단 캠프로 사용해도 될 만큼 4개의 구장과 그외 부대시설이 모든게 완벽히 갖춰진 구장이었다. 막탄 공군부대 초등학교 운동장을 빌려 연습하는 세부팀은 클락팀이 마냥 부러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바라건대 세부에도 이러한 투자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간절한 염원이 생긴다.

이번 대회 방신은 4개팀 풀리그로 진행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닐라팀 3승으로 우승, 세부팀 2승1패로 준우승, 클락팀 1승2패로 3위, 수빅팀 3패로 그 뒤를 이었다.

세부 야구팀은 총 13명의 전사들이 참가하였고 그 자랑스러운 명단은 다음과 같다.
총감독 이상도, 감독 정일형, 김지현, 조정재, 김종훈, 김성규, 김태일, 남상호, 정승화, 심환휘, 김덕우, 박지현, 정승범. 이름을 한명 한명 적어내리는 동안 선수들의 다부진 얼굴이 떠올라 또다시 감동이 밀려온다.
경기 내용을 간단히 후기로 적어보고자 한다.


제1경기 대 수빅전 (누구도 예상치 못한 깜짝 선발)

정일형 감독은 그동안 친선경기에서 수빅 타자들이 빠른 공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났다고 판단하여 대외경기 경험이 전무한 슬로우볼 투수 김종훈 선수를 파격 기용한다. 감독의 기대는 2이닝 정도만 막아주기를 기대한 기용이었다. 공은 느리지만 제구가 절묘하게 이루어지면서 수빅 타자들의 방망이를 유명무실케 만들었다.

1회말 세부팀의 공격은 그야말로 활화산처럼 터졌다. 무려 1회에만 12득점을 올린 세부팀. 선의 지원을 받아 김종훈 투수는 마운드에서 더욱 침착하게 경기운영을 펼쳤다. 수비 또한 점차 안정을 찾아가면서 타선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점수를 쌓아갔다. 최종 결과는 28대5로 세부팀 승리. 선발투수 김종훈 선수는 7이닝5실점 완투승.


제2경기 대 마닐라전 (실책의 중요성)

이튿날 벌어진 두 번째 경기는 대 마닐라전.
이번 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라고 운영진에서 점찍은 경기였다. 세부팀 선발투수는 강력한 직구와 빠른 슬라이더의 소유자 남상호 선수. 초반부터 경기는 팽팽하게 진행되었다.

팽팽하던 양측의 기싸움 중 마닐라팀으로 승기가 기운 것은 5회 말 수비. 마치 전염병에 걸린 것처럼 거의 모든 야수들이 실책을 범하면서 8실점. 승리를 향해 단단하던 의지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제3경기 대 클락전 (부재-완벽한 영웅)

이번 대회의 마지막 경기인 대 클락전. 두팀다 1승1패를 안고 준우승 트로피를 놓고 벌이는 최후의 결전. 클락팀에는 전 롯데 자이언츠 투수 출신인 김장현 선수가 선발투수를 예고한 상태(대회 규정이 선수출신은 3이닝 투구 가능)였다. 직구 구속이 지금도 135km에 달하며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투수다. 더구나 클락팀 포수 또한 대학교까지 야구선수생활을 한 선수 출신. 투포수 간의 호흡이 환상적이었다.

세부팀 선발투수는 감독 정일형 투수.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1회초 클락팀 공격을 정일형 투수가 깔끔하게 삼자범퇴로 막아내고 1회말 세부팀 공격에서 최강 리드오프 심환휘 선수와 김종훈 선수가 연이은 안타를 뽑아내면서 무사 2, 3루의 찬스를 만들어낸다.
예상치 못한 세부팀의 맹공세에 마날라팀 김장현 선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을 터. 이어 3번 타자 남상호 선수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올리고, 5번 타자 김덕우 선수의 안타로 2점을 선취한 세부팀.

정일형 투수는 3회 초 클락팀 공격도 다양한 구종으로 무력화시키고 위풍당당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3회초 클락팀 공격에서 실책과 적시타 등으로 4점을 내줬다. 3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김종훈 선수가 내야 안타와 상대팀의 수비실책을 틈타 3루까지 내달리는 기민함으로 한점을 추가하여 점수는 4대 3으로 1점 뒤진 상태로 3회를 마무리했다.

이제 선수출신 투구 제한으로 클락팀도 아마츄어 투수가 등판한 4회. '이정도면 우리가 이길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임한 4회초 수비. 그러나 마닐라전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이닝이 되고야 말았다. 정확히 맞은 안타는 단 세 개였지만 내어준 점수는 총 8점.. 단 한 이닝에 안타 세 개를 맞고 8점을 주었으니 그야말로 동네야구 수준의 수비를 보여준 세부팀이었다고 냉정히 자평할 수 밖에 없었다.

점수는 12대3. 이때부터 세부팀 선수들의 눈에는 독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빨 꽉 깨물어"를 외쳤다. 마운드에서 정일형 투수가 5, 6, 7회 동안 단 1점의 실점으로 막아내면서 세부팀 7회말 마지막 공격을 앞둔 상황의 스코어는 13대9.

선두타자가 아웃되면서 승리의 빛깔이 옅어지는 순간 정승화 선수가 우전 안타로 출루, 발이 빠른 타자가 3루 앞 땅볼이 치고 클락팀의 실책으로 인해 1사 2, 3루의 기회가 찾아왔다.

타석에 들어선 정일형 선수의 중전 적시타로 한 점 만회. 계속되는 1, 3루 찬스에서 2루 도루에 성공하며 1사 2, 3루에서 타석에 등장한 조정재 선수가 2루타를 때려내며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제 점수는 한점 차 1사 2루. 타석에 들어선 심환휘 선수가 내야안타로 1사 1,3루. 이어진 도수로 1사 2, 3루. 안타 하나면 경기를 끝낼 수 있는 기회에 타석에 들어선 김종훈 선수. 초구 볼에 이어 2구째 높은 공에 방망이가 나가 파울 볼. 조금은 긴장한 모습이 보였다고 느끼는 순간 세 번째 공이 뿌려지고 아웃코스 직구를 통렬히 강타하며 우중간을 가르는 끝내기 2루타를 때려내며 대역전승의 주역이 됐다.

세레머니 워터를 준비한 모든 팀원들이 뛰쳐나가 물세례를 퍼부으며 한일전 때 이승엽 선수가 역전 홈런을 쳤을 때보다 더한 감동과 환희를 만끽했다. 그야말로 완벽한 영웅 탄생의 순간이었다. 세부 가리온스의 영웅 김종훈.

시상식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한 세부팀은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가장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김종훈 선수는 대회 최우수 타자로 선정되어 기쁨이 배가 되었다.

이번 경기의 MVP는 단연 김종훈 선수였지만, 원정에 참석한 세부 가리온스 모두가 하나가 되었다는 감격이 단원 모두의 마음 속에 깊이 각인되었다. 이틀간의 활약을 적는 내내 그날의 감동이 새삼 밀려오며 세부 가리온스의 일원이라는 것이 너무 자랑스러운 밤이다.
세부 가리온스 화이팅~.


■ 현장 취재 및 글 : 세부 가리온스 야생마36


세부 가리온스 야구팀

세부 한인 야구단인 세부 가리온스는 야구를 좋아하는 한국인 4명이 2008년 세부 소프트 볼대회에 팀을 꾸려 참가한 것이 시발점이 되었다. 같은해 한인야구단의 이름을 세부 가리온스로 정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2009년 여행업 종사자들이 의기투합한 막탄불스 팀이 생겨나면서 가리온스와 불스팀은 서로 경쟁하며 실력을 겨뤄오다 이후 통합하여 세부 가리온스 팀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현재 필리핀 전역의 한인 야구팀은 마닐라의 두 팀, 클락의 한 팀, 수빅의 한 팀, 세부의 한 팀 총 5개 팀이 있으며 지난 5년간 친선 교류전을 가져오다 올해 한인야구협회를 창설하게 되었다. 이번 1회 대회에서 세부 팀은 2승1패로 준우승의 성적을 이뤘으며 다음 10월에 있을 2회대회에 우승을 목표로 매주 일료일 막탄 에어베이스 운동장에서 즐거운 땀을 흘리고 있다.
세부 가리온스 팀은 힘든 해외 생활의 위로와 활력이 되는 스포츠 단체로 야구를 좋아하고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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