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에 오래 살고 보니 이 섬에서 나에게 가장 감동을 준 순간은 언제인가를 생각해 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제 아내가 임신을 했을 때 처음부터 해산할 때까지 도와주셨던 현지인 중국계 의사 홀라이선 씨를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그분은 산부인과 의사이며 세부에서 유명한 전문의이지만 언제나 겸손하고 특별히 가난한 현지 목회자 부인들에게는 진료비를 받지 않으셨습니다. 저희는 외국인이고 선교사인데도 저희들에게도 두 아들의 임신 초기부터의 진료와 해산때까지의 전 의료비용을 받질 않으셨습니다.
가난한 이 나라를 도우러 왔었던 저희에게는 현지인에게 오히려 도움을 받고 보니 그 신선한 충격과 감사함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물론 당시 처음 도착했던 93년 세부섬은 열악한 상황이었기에 임신했을 때 아이의 출산을 한국가서 해야 하나 이곳 현지에서 해야하나 망설임 속에서도 이분 의사 한 분을 믿고 세부닥터스 병원에서 안심하며 첫째, 둘째를 다 순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왜 나는 선교사로 세부 섬에 왔으면서도 이분과 같은 감동의 삶을 살지 못할까라는 자책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오늘도 이 섬에서 살고 있습니다.
위대한 기업
제가 가르치고 있는 세부대학교 바로 옆 건물에는 예전에 '처음처럼'이라는 식당이 있었습니다. 그 식당 주인은 세부에 사는 한인들은 잘 아는 분이셨습니다. 물론 저하고도 아주 친하고요. 그분은 '코피노 어린이재단'을 세우셨고 코피노 재단을 통해서 과거 여러 한국 정치계 인물들이 세부를 방문하셨습니다. 특별히 '김영삼' 전 대통령도 부부가 붕문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재단뿐만 아니라 세부의 정부기관과 교민사회 모두 한국의 전직 대통령을 예후하기 위해 분주했었고 저 또한 도청에도 초청되고 또 김영삼 전 대통령과 2번의 만남을 통해 대화를 나누고 식사를 함께 하기도 했었습니다.
이처럼 제 기억에서 중요하게 남은 인연을 만들어 주었던 그 식당이 현재는 존재하질 않고, 주인 분도 이제 한국으로 철수했습니다. 남아있는 저로써는 떠난 이들의 빈자리가 아쉽기만 합니다.
우리 한인들이 운영하는 업체들이 오랫동안 세부섬에서 자리를 잡고 위대한 감동이 있는 사업을 고대하는 저로써는 추억으로만 남아있습니다. 인간은 오래 살아도 100세를 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헌데 기업의 수명은 생각보다도 더 짧습니다. 2010년 액센추어는 기업의 평균 수명이 19950년 50년이었던 것이 2010년 15년으로 줄었고, 오는 2020년엔 10년까지 낮아질 것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포브스의 2011년 조사에서도 글로벌 1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이 약 30년에 불과하며 이들이 70년간 존속될 확률은 18%밖에 안된다고 합니다. 제가 세부에서 처음 접했던 휴대폰은 다름 아닌 노키아3310입니다. 당시만 해도 최첨단이었고 세계 최고의 휴대폰이었습니다. 그전 모토롤라의 무전기 같은 카폰에서 처음으로 손안에 들어오는 휴대폰이 태어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아! 이렇게 단단하고 작게 잘 만드는 회사도 있구나! 당시 노키아 휴대폰만 들고 다니면 모든 사람들이 쳐다보던 그 시절들... 지금은 도저히 들고 다닐 수 없는 모델이지만... 그러던 노키아도 이제는 그 존재감이 사라졌습니다. 노키아의 운명은 2010년 10월에 취임한 CEO 스티븐 엘롭에서 시작됩니다. 사상 최악의 CEO로 꼽히는 엘롭의 가장 큰 실수는 당시 대세였던 안드로이드를 따르질 않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시스템을 노키아스마트폰의 유일한 플랫폼으로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노키아 다음 나온 블렉베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방문 때도 가져왔고 전세계 비즈니스맨들이 제일 선호하던 핸드폰이었는데 애플의 등장과 더불어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제가 미국에 잠시 공부하러 갔던 시기 99년 당시 컴퓨터 시장을 장악했던 IBM, HP, 컴팩, 델 등도 이제는 그 시절의 영향력과 영화를 기대할 수 없는 미미한(?) 존재로 남아있습니다. 왜냐하면 기업의 일반 수명이 15년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제2의 김우중, 신선호라 일컫던 '강덕수 힌화'였던 STX 그룹도 공중분해되었습니다.
책을 팔러 다니던 외판사원으로 시작해 재계 30위권의 웅진그룹 윤석금 전 회장도 무리하게 건설과 태양광 소재사업까지 확장하다 법정관리로 갔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10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은 27.3년 밖에 안되며, 중소 제조업체는 그 절반 밖에 안되는 12.3년 이라고 합니다. 짐 콜린스가 쓴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책에서 '몰락하는 기업의 5단께'를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1단계 : 성공으로부터 자만심이 생겨남, 2단계 : 원칙 없이 더 많은 욕심을 부림, 3단계 : 위험과 위기 가능성을 부정, 4단계 : (외부에서) 구원을 찾아 헤맴, 5단계 : 몰락. 그래서 역사상 가장 지혜로웠던 왕이라 불리는 솔로몬이 남긴 잠언에 보면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 (잠16장18절)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또 짐 콜린스는 'Good to Great' 책에서는 위대한 기업 4가지 원칙을 말하고 있습니다. 1단계 : 훈련된 사람 - 5단계 리더십, 사람이 먼저 일은 그 다음, 2단계 : 훈련된 사고 - 냉혹한 현실 직면, 고슴도치(선택과 집중) 개념. 3단계 : 훈련된 행동 - 규율의 문화, 성공의 플라이휠(관성) 돌리기, 4단계 : 위대함 지속시키기 -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시계 만들기, 핵심 가치 보존과 변화 추구.
무엇이 리더를 만드는가 (What Makes a Great Leader)에서, 저자 다니엘 고울만(Daniel Goleman)은, 리더에게는 '감성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이 중요하다면서, 감성 지능의 예로 다음 다섯 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1) Self-Awareness: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잘 이해하고 있는가?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알고 있는가?
2) Self-Regulation: 자기 자신을 잘 통제할 수 있는가? 행동에 옮기기에 앞서 먼저 생각을 하는가?
3) Emotivation: 단순히 돈이나 지위가 아닌, 그 이상을 추구할 동기가 있는가?
4) Empathy: 다른 사람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5) Social Skill: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상황을 파악해서 대처하는 능력이 있는가?
우리가 보면 위대한 기업과 위대한 리더는 이런 요소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됩니다.
존 가드너(John Gardner) 존홉킨스 대학교수는 인생을 정리하는데 가장 많은 사람들이 꼽은 단어는 다음 세 가지로 좁혀졌다고 합니다. 그 중 첫째 단어가 "Live!"(제대로 살기), 두 번째는 "Learn"입니다. 학교에서 암기식으로 공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배우고, 다른 사람에게서 배우고, 실패를 통해서 배우는 모든 과정이 Learn입니다. 어느 의대 교수님은 '사람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하시며 사람은 '배우는 존재다'라고 정의하셨습니다. 세번째는 'Love!'입니다. 그 다음이 "Thank", "Give", "Laugh", "Aspire". 정리를 해보면 인생은 살아가는 주제이고 또한 배워가며, 사랑하며, 생각하며, 봉사하며, 웃고, 감동주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이 우리의 삶의 주제를 실현해 주는 기업이 있다면 아마 가장 위대한 기업이라고 생각하며 개인으로는 위대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도 어리지만 최근 들어서는 자꾸 인생을 정리할 생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 내 인생 어떤 삶으로 만족할 수 있겠는가?' 저는 남에게 베풀 수 있고 웃음이 넘치고 감동이 있는 순간이 인생을 이제 정리하고 기쁘게 돌아갈 순간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의미에서 이번에 삼성 노트북7의 전량교환은 소비자들을 기쁘게 합니다. 그래서 오래가나 봅니다. 작은 구멍가게 같은 규모에서 큰 대기업까지 세부 섬에서 우리교민들이 운영하는 업체들이 감동과 기쁨을 주는 100세 장수 사업체로 당당히 자리매김하며 건승하기를 고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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