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음악을 듣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듣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음악을 '한'다. 이들 중에는 취미로 하는 이가 있고, '업'으로 삼는 이가 있다.
나는 서울랜드 악단장 15년 경력에, 실용음악 전문 학원을 3여년 운영하며, 많은 후배와 제자들을 길러냈다. 그들 중에는 가수로 활동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는 이도 있다. 그 세월 속에 음악으로 맺어진 인연들을 하나 하나 들여다보면 하나의 결론에 이른다. 그들에게 음악은, 공기와 같은 존재다. 없으면 살 수 없는 것. 그것이 취미, 혹은 직업이라는 전제를 달지 않더라도 '음악이 없이는 살 수 없는' 이들이 음악 속에 있는 것이다.
평생을 음악인으로 살다가, 문득 세부로 날아와 다이빙과 골프를 즐기며 쉬었던 나도 결국에는 '셋이봉'이라는 그룹을 만들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음악이 내게 공기와 같다는 것을, '그것 없이 살 수 없음'을, 불씨가 산소를 만났을 때 화르륵 제 몸을 키우듯 깨달았기 때문이다.
왜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쳐야 하는가?
또 하나,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칠 것을 권한다. 어른이 되어, 음악을 즐길 것인지 취미로 할 것인지, 업으로 삼을 것인지를 결정하기 이전에 악기를 다르며 음악 공부를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사들의 자서전이나 평전을 읽어보면, 그들의 유년기에 악기 하나쯤은 했다는 것은 제껴 놓고라도, 이제껏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눠보면 한 때 음악을 하지 않았던 이가 없는 것이다.
왜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쳐야 하는가?
피아노나 기타 등과 같은 악기 교육을 실시할 경우 끈기와 성실성은 물론 자연스러운 자기주도학습 능력까지 키울 수 있다. 악기를 배우는 과정에서 꾸준함과 인내력을 배우고, 자신만의 연습법을 통해 학습 능력을 배양시키게 되는 것이다.
활발한 두뇌활동을 통한 집중력 강화도 악기 교육으로 얻을 수 있는 열매다. 특히 수학적 사고력을 깨울 수 있다는 점은 다른 예체능과는 구별되는 음악 교육만의 장점이다. 실제로 음악과 수학은 불가분의 관계로 13세기 유럽 대학에서는 음악과 산술을 같은 범주로 분류했고, 음악의 박자, 선율, 화성 등을 수학적 관계로 파악했다.
미국의 뉴욕과학아카데미 연구팀이 초등학교 2학년생 144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서도 1년간 피아노 레슨을 받은 학생들의 50%가 4학년생들이 풀 수 있는 수학 문제를 척척 풀어냈고, 뇌 용량 역시 보통 아이들보다 커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음악 교육을 통해 길러진 내면의 힘은 학교에서 친구관계를 잘 풀어나갈 수 있는 자존감, 자신감, 공감능력, 자기표현능력, 문제해결능력, 사회성, 리더십 등을 키우는데도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
인생에서 음악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기는 그리 길지 않지만 그 효과는 대단하다. 아이의 기질과 성격, 특징을 파악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악기 교육 환경을 제공한다면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이 될 것이다.
음악은 사람을 착하게 만든다.
음악으로 하나가 되고, 음악으로 사람이 된다. 학과 공부로 지친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의 미래를 위해, 아이들의 삶의 숨표를 위해, 아이가 원하는 악기들 들려주다.
피아노, 바이올린, 기타, 드럼! 악기의 종류를 가리지 말자. 엄마 욕심을 부리지 말자. 아이가 흥미를 보이고 좋아하는 악기라면 마음껏 즐기게 놓아두자. 하지만 한번 악기를 들었다면, 아이가 지쳤다고 그만두게 하지는 말자. 몇개의 고비를 넘겨야, 그 악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배워야, 인생의 어려운 고비 앞에서 무너지지 않는다.
그리고 '요령'만 가르치지 말자. 음악은 기초가 중요한 학문이다. 필리핀 실용음악은 악보 보는 법부터 가르치지 않는다. 쉽게 배우지만, 쉽게 잊어버린다. 찾을 수 있다면, 악보 보는 법부터 제대로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보내라. 그가 인생의 악보 보는 법도 가르쳐 줄 것이다. 그가 인생의 어려운 고비를 넘기는 끈기를 가르쳐 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법을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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