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 대학들을 비롯해 미국 대부분 대학들이 해마다 학비를 올리고 있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2017~18학년도에 3%대의 학비를 인상하기로 했다. 조지아 주 대학 평의회도 최근 조지아 주 주립대학 28곳의 등록금을 2% 인상하기로 했다. 또한 캘리포니아 대학(UC)도 전년 대비 2.5% 올리기로 했다. 미국 대학 학비는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비싸다. 그런데도 미국 대학들이 해마다 학비를 올리고 있다. 등록금을 대야 하는 학부모들의 부담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특히 8개 리그 대학들은 매년 비슷한 수준으로 학비를 올리고 있어 '담합'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버드 대학은 2017학년도 수업료를 전년 대비 3.9% 오른 4만8949달러(5천5629만원: 이하 기숙사비, 식비 제외)로 정했다. 기숙사비와 식비까지 합하면 총비용은 7만달러 바로 턱밑까지 갔다. 예일 대학 5만1400달러(3.7%), 코넬 5만2853달러(3.7%), 유펜 5만3534달러(4%), 브라운 5만3205달러(5%), 등 비슷비슷한 인상률을 보였다.
반면 프린스턴 대학은 금년에 7% 인상하기로 했다. 인상폭이 다른 대학에 비해 크다. 지난해 4만5320달러였떤 프린스턴 대학은 금년도 학비를 7.1% 인상한 4만8550달러로 정했다. 프린스턴 대학이 이렇게 대폭 인상한 것은 그 동안 학비가 낮았기 때문이다. 프린스턴 대학의 지난해 학비는 하버드 대학보다 4,275달러가 낮았다. 금년에 7%를 인상해 하버드와의 학비 폭을 399달러로 좁혔다. 결국 담합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3%대 인상폭을 고수한 반면 다트머스 대학은 전년 대비 2.9% 인상했다. 아이비리그 대학 가운데 가장 낮은 인상폭이다. 이렇게 낮은 인상폭을 고수한 이유는 다트머스 대학 학비가 다른 대학들에 비해 비싸기 때문이다. 다트머스 대학의 지난해 학비는 5만1438달러(5900만원)였고 금년에 2.9% 인상해 5만2950달러가 됐다. 아이비리그 대학 가운데 학비가 세 번째로 비싸다. 컬럼비아 대학은 금년도 학비 인상률을 결정하지 않았지만 아이비리그 대학 가운데 가장 비싸다. 지난해 학비가 5만5056달러(6330만원)다. 금년도 인상률이 정해지지 않았찌만 아이비리그 가운데 가장 비쌀것으로 보인다. 아이비리그 대학 가운데 가장 학비가 저렴한 대학은 프린스턴 대학으로 4만8550달러(5583만원)이다. 4만달러 대를 고수하는 대학은 하버드 대학과 프린스턴 대학이다. 나머지 대학들은 모두 5만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2015년 아이비리그 대학 학비 인상률을 보면 하버드 대학 3.0%, 프린스턴 대학이 3.8%, 예일, 컬럼비아, 코넬, 유펜이 3.9%, 부라운이 4%, 다트머스 대학이 2.9% 인상했다. 2016년에는 하버드, 예일, 다트머스 대학이 3.9%, 예일, 코넬, 유펜 등이 3.7%, 브라운 4%등 거의 비슷한 인상률을 유지했다.
이렇게 수년간 각기 다른 대학들의 수업료가 3% 중반에서 4%대 초반으로 일관되게 오르는 것을 두고 아이비리그 대학이 담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유펜 대학교 신문인 '더 데일리 펜실베이니안'은 "매년 수업료가 비슷한 수준으로 오르는 것이 단지 우연한 일치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담합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미국 대학 학비 인상은 아이비리그 대학뿐 아니다. 이미 UC(캘리포니아 대학)들은 지난 1월, 샌프란시스콩서 열린 UC 이사회에서 학비를 전년 대비 2.5% 인상하기로 했다. 2017~18학년도 UC버클리의 학비는 연간 4만2802달러다. UCLA의 국제학생 학비는 4만1268달러다. 사립 아이비리그 대학들과 학비 차이가 적게는 1만여 달러, 많게는 2만달러 가까이 된다. 아직 전체 주립대학 학비 인상률에 대한 통계가 잡히지 않았지만 지난해에 4년제 주립대학 학비는 평균 2.7% 인상됐고, 4년제 사립대학은 3.4%로 올랐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인상폭을 보았을 때 금년에도 이 같은 인상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주립대학교의 거주민(In State) 기준 등록금은 사상 최초로 2만달러가 넘었다. 타 거주민과 국제학생의 학비는 4만달러가 넘는다.
칼리지보드의 '대학등록금 경향'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전국 4년제 주립대 등록금은 10년전인 2006~2007년 대비 32%나 올랐고, 사립대학의 경우 25%나 인상됐다. 이런 학비 인상 때문에 미국 학생들은 학자금 대출(Loan)은 갈수록 늘고 있다. 비영리기관인 '인스티튜트 포 칼리지 엑서스 앤 석세스' 자료를 보면 지난 2015년 미국 시민권자 대학 졸업생의 68%가 학자금 융자 빚을 지고 있고 부채 평균은 3만1000달러에 달했다.
한국 학부모들은 미국 대학의 비싼 학비 때문에 유학 대상국으로 미국이 최선인 줄 알면서도 미국 대학으로 자녀를 유학 보내기 힘들어 한다. 비싼 미국 대학 학비를 해결할 방법은 미국 사립대학들이 주는 재정보조(Financial Aid: 장학금)를 받는 것이다. 미국 사립 대학들은 학비가 비싼 반면 그만큼 많은 학비 보조를 해주고 있다. 미국 대학들은 가정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가정 소득을 감안 적게는 2만달러에서 많게는 6~7만달러까지 재정보조를 해 준다. 이런 제도를 이용할 경우 저렴하게 미국 대학을 졸업할 수 있다. 미국에서 유학하는 100만여 명의 국제 학생들 가운데 약 20%가 이렇게 미국 대학들이 제공하는 재정보조를 받고 공부를 하고 있다.
두 번째 방법은 학비가 비싼 대학 대신 저렴하지만 교육의 질이 높은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다. 미국 대학들이라고 모두 학비가 비싼 것은 아니다. 국제학생들의 경우 주립대학 학비가 평균 4만달러, 사립대학 학비가 6만달러가 넘지만 학비가 2만달러 수준의 괜찮은 대학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교육의 질이 형편없는 것도 아니다. 교육의 질이 높으면서도 학비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대학들이 있다. 이 경우 대부분 일정 수준의 학업성적을 갖고 있는 국제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준다. 즉 국제 학생 장학금을 받을 경우 등록금 + 기숙사비까지 합해 2만덜러 정도 부담하면 된다.
세 번째 방법은 학비가 저렴한 미국 외의 유럽이나 아시아권 대학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 홍콩 대학의 경우 2만달러, 일본의 경우 5천달러에서 2만달러 미만이다. 독일대학은 학비가 없다. 핀란드 대학은 6천달러에서 2만달러 미만이다. 이렇게 학비가 없거나 저렴한 미국 외의 나라 대학들이 있다.
세계 최대 강대국인 미국의 교육 수준과 교육의 질이 다른 나라에 비해 우수하지만 비싼 학비를 조달할 수 없을 경우 미국 외 다른 나라를 선택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식사 메뉴를 고를 때 꼭 스테이크를 먹지 않고 다른 나라 음식을 선택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미국 대학을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어느 나라, 어느 대학보다 어떤 전공을 선택해 졸업 후 안정적인 취업을 할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
미래 교육연구소 소장 : 이강렬 박사 (www.tep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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