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교육을 받는 것보다 해외에서 공부하는 것이 투자 대비 효과가 높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교육열이 그 어느 나라보다 뜨거운 한국에서 대학생 이상 유학을 떠난 수가 2016년 4월 현재 22만명이 넘는다.
미국으로 공부하러 간 학생들을 기준으로 할 때 중국, 인도를 제외하고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세 번째로 높다. 이 가운데 중국으로 떠난 한국 유학생수가 6만 6672명이다. 미국으로 간 유학생 6만 3710명을 앞질렀다. 중국 유학생수가 사상 최초로 미국 유학생수를 눌렀다. 그 동안 유학을 생각하면 미국이 가장 우선 순위였다.
미국으로 공부하러 가는 유학생은 영어를 배워서 가고, 중국으로 떠나는 한국 유학생은 100% 중국어를 배워서 갔다. 중국 대학들은 HSK시험 5급 이상을 요구한다. 물론 그 이하의 성적으로 가는 대학도 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5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중국 유학은 중국어로 가는 게 당연하고 지금까지 그래왔다.
그런데 최근 그 트랜드가 바뀌고 있다. 이것은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대학들이 모두 그렇다. 일본 대학으로 유학을 떠나려는 학생들은 일본어를 배워야 했고, 일정 이상의 언어 능력을 입증해야 입학 자격이 주어졌다. 그러나 일본도 G30 프로젝트에 따라 영어로 전공 전 과정을 공부할 수 있는 13개 대학을 지정하고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유럽의 최강자 독일과 북 유럽의 강소국 핀란드도 영어로 해외 유학생을 대거 유치하고 있다.
중국도 최근 50만명의 해외 유학생 유치를 목표로 전세계 학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그런데 필자는 여기서 중국 유학과 관련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중요한 사실 하나를 짚고 넘어가려고 한다. 중국대학에 중국어로 간 수많은 한국 학생들의 진로에 대해서 언급하려고 한다. 중국에서 공부하는 한국 유학생들이 과연 졸업 후 어떤 진로를 가고 있는가?
언론들은 그 동안 미국 유학생들의 진로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집권 후 전문직 취업 비자(H1B) 발급을 제한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한국 유학생들을 비롯해 해외 유학생들의 미국 취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미국 유학을 꺼리는 일까지 생겼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유세 때부터 'America First!'를 외치며 전문인 취업비자 H1B비자 제도를 뜯어 고치겠다고 공언을 했다. 미국에서는 연간 수십만명의 미국 대학 학부 및 대학원 석사 졸업한 외국 학생들이 미국 기업에 취업을 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학부 졸업자는 6만5000명, 석사는 2만명이지만 특별 취업 비자까지 합하면 15만명 이상이 미국 기업에 매년 취업을 한다. 한국 유학생들 가운데 약 4000여명이 미국 기업에 취업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그렇다면 중국어로 중국대학으로 유학을 간 한국 학생들의 진로는 어떨까? 또 과연 중국 기업에 한국 유학생들이 얼마나 취업을 하고 있을까? 그래서 구글에 이렇게 질문을 던졌다. "Can international students get jobs in China after graduating from a Chinese university?"(국제학생이 중국 대학을 졸업한 뒤 중국에서 취업을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들이 여러 개 달렸다.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안된다."(The short answer is NO!)였다. 중국 매체들은 연간 7만명의 해외인력들이 중국 내에서 취업을 한다고 보도를 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분명 함정이 있다. 이 7만명은 전문가들이다. 이들의 자격은 대학 졸업자로 24세 이상, 중국 밖에서 2년 이상의 취업 경력이 있는 사람만이 지원이 가능하다. 이 조건대로라면 중국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곧바로 중국내 취업이 불가능하다. 이게 현실이다.
중국 대학에 중국어로 유학을 한 한국 학생들은 현실적으로 졸업 후 중국 기업 취업이 봉쇄돼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이를 개선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중국 대학 졸업 후 중국 기업에 취업을 했다는 한국 유학생은 없다. 중국 대학에 유학하는 많은 한국 학생들의 진로는 사실상 막혀있다. 중국에서 중국 기업에 취업할 수도 없고 귀국해서 한국에서 취업하기도 만만치 않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회사를 비롯한 외국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그런 기회가 얼마나 있는가? 정확한 통계는 없다. 그러나 이런 문을 뚫는 학생은 극소수일 것이다. 더욱이 현지 채용의 경우 임금은 한국에서 파견된 주재원보다 형편없이 적다.
왜 그렇게 많은 한국 학생들이 중국 대학에 진학을 하는가? 미국이 아닌 중국을 선택하는 데 확실한 이점이 있는 것일까? 중국 대학을 졸업하면 중국에서 취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가는 것일까? 좀 더 조사를 해 보아야겠지만 중국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크고, 중국이 미국과 더불어 G2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가는 것이 아닐까? 앞으로 중국 시장이 크게 열릴 것을 보고 미래에 투자를 한 것일까? 현재 중국어로 중국 대학에 갔을 때 직면하는 이런 함정을 피하는 길은 중국 대학을 중국어가 아닌 영어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 중국 유학에서 중국을 최종 목적지로 삼지 말고 중간 경유지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중국 대학을 영어로 진학해서 중국 내 외국기업에 취업을 하던지 졸업 후 미국, 독일, 일본, 홍콩 등 세계 유수 국가 대학원으로 가서 그곳에서 좀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한 뒤 직장을 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중국대학을 중국어로 진학을 했다고 하더라도 다시 영어권으로 유학을 떠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중국 대학 유학의 가장 큰 장점은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대학에서 저렴한 학비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교육 수준은 나쁘지 않다. 베이징, 칭화, 푸단, 상하이 자이퉁, 하얼빈 등 여러 대학들은 세계적 교육 수준을 자랑한다. 이 가운데 중국 최고 대학을 모아 놓은 China 9대학들은 세계적 수준이다. 미국, 독일, 일본 대학들과 겨뤄도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중국 대학학부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공부를 하고 과학 기술 수준이 더 발전한 교육 선진국으로 다시 진출하는 것이다. 그렇게 진출을 할 때 중국어로 중국대학에서 공부한 학생들보다 영어로 중국 대학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좀 더 유리한 상황에서 진로를 설계할 수 있다.
미래 교육연구소 소장 : 이강렬 박사 (www.tep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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