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배움의 여행 - "왜 우리집 담장 앞이 뒷산보다 더

대안학교 '간디학교'를 설립한 양명학 필리핀 국제간디학교(두마게티 소재) 교장이 전하는 '배움'을 배우는 문답식 에세이다.
학생과 철학자의 대화를 통해, 배움 그리고 배우는 즐거움, 배워야하는 까닭 등을 질의와 문답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담담한 질문과 답문을 오가는 사이 단지 학생의 범주를 넘어서 삶을 마주하며 인생을 살아가는 배움에 대한 인문학 개론을 만난다.


인생은 배움의 여행.jpg소년 : 모든 배움이 질문에서 시작된다고요? 그게 무슨 뜻이지요? 질문 없이는 배울 수 없단 말인가요?

철학자 : 글쎄다. 한 번 생각해보자, 질문 없이 고연 배울 수 있는지. 내 생각에는, 진정 무언가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마음에 질문을 가지고 있을 것 같거든. 예를 들면, 네가 정말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해보자. 그럼 넌 강아질 어떻게 키워야 할지 알고 싶어하지 않겠니?

소년 :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면 당연히 강아지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생각하게 되겠죠.

철학자 : 그래 그렇지. 강아지를 어떻게 키워야할 지 생각하게 되면, 넌 당연히 강아지에 관해 여러 가지 질문들을 마음에 이미 가지고 있을 거야.
'강아지는 어떤 음식을 좋아할까?', '강아지에게 어떤 집이 필요할까?', '강이지 똥은 어떻게 치워야 할까?' 등등. 즉 질문을 갖는다는 것은 무언가 알고자 하는 호기심과 욕구를 드러내는 거란다. 그래서 만일 네가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말은 하면서도 강아지에 관해서 아무런 질문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사실상 넌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 욕구가 없다는 거지.
마찬가지로 네가 학교에서 아무런 질문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넌 배움에 대한 아무런 호기심도 없이 선생님 강의를 그냥 물리적 소리로 듣고 있다는 것이야. 그건 엄격한 의미에서는 아무 것도 배우지 않고 있다는 거나 마찬가지지. 알고자 하는 호기심과 욕구 없이 아무것도 제대로 배울 수는 없는 법이거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학교를 6년, 12년 다녔는데 도대체 무얼 배웠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길 하는 거야. 그건 우리 마음에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면, 질문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질문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사실상 아무 것도 배우지 않는다는 거지.

소년 : 아 그렇군요. 한마디로, 질문이란 무언가 배우고자 하는 호기심과 욕구를 나타낸다, 그래서 배움에 있어 질문이 중요하다, 이런 말이죠? 그렇다면 제가 초등 1학년 때 한 질문도 무엇인가 배우고자 하는 제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었을까요?

철학자 : 그럼 물론이지. 넌 그 당시 무언가 알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었고 또한 상당히 좋은 질문을 했지. 하지만 네 질문은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기도 했단다. 그래서 그 선생님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당황하신 나머지 질문을 피하신 거야. 하지만 너에게도 큰 문제가 일어난 거지. 넌 그 이후로 질문을 꺼리게 되었으니까. 질문을 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은 네가 사실상 배우지 못하게 된 거나 마찬가지니까.

소년 : 아 그랬군요. 선생님이나 저나 무척이나 어려운 상황에 빠진 거군요. 선생님이 그냥 솔직하게 '아 나도 잘 모르겠구나, 나도 공부해 올 테니 너희들도 생각해오너라, 다음 시간에 함께 이야기해 보자꾸나' 뭐 이렇게 웃으면서 이야기하셨으면 좋았을덴데. 전 그 이후론 학교에서 질문을 하지 않았고, 그러면서 배움에 점차 흥미를 잃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하지만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학교 분위기가 질문할 만 곳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 뿐 아니라 대부분의 제 친구들도 학교에선 거의 질문을 하지 않죠. 그래서 학교생활을 6년, 9년, 12년 하다보면 아예 질문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리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어요.
그래도 무언가 제대로 배우려면 질문을 해야 하니까, 학교에서 질문을 시도해 보아야 할까요? 아님 그냥 어린 시절부터 그래왔듯이 엄마에게 질문을 하는 것으로 하면 안될까요?

철학자 : 무언가를 제대로 배운다는 것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란다. 그 과정에서 때론 스스로 답을 찾기도하고 때론 답을 찾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와 질문도 하고 대화도 나눈다면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가 있단다. 넌 다행히 질문을 할 수 있는 좋은 부모님을 가졌으니 배움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배울 수 있었던 거야.
하지만 앞으로는 넌 부모님이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도 하게 될 꺼야. 그러니 네 질문에 대답해 줄 수 있는 분을 찾아야 하지. 우선 학교 수업 중에 용기를 내어 질문을 하면 좋겠다. 처음에 질문하기 어렵겠지만, 자꾸 하게 되면 익숙해지겠지. 하지만 그것이 정 어렵다면, 선생님을 개인적으로 찾아가는 것도 좋을 것 같구나.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말이다.

소년 : 알겠어요. 하지만 수업 시간에 질문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선생님들을 개인적으로 찾아가 볼께요.

철학자 : 인생의 배움의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단다. 우린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배우면서 살아간다는 뜻이야. 그 배움의 여행에서 친절하고 지혜로운 분들을 만날 수 있다면, 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럼 네 인생이 크게 달라질 거야. 그러니 반드시 그런 분들을 찾는 것이 중요하단다. 나도 인생을 살아오면서 그런 분들을 몇 분 만날 수 있었고 그게 내 인생을 크게 바꾸어 놓았지. 그 이야긴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하자꾸나.

소년 : 네, 그래요.


소년은 오늘 대화의 내용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모든 배움이 질문에서 시작된다는 것은 이해가 되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어린 시절 이미 질문을 거의 잃어버린게 아닌가. 어이쿠 이건 큰 일이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난 친절하고 지혜로운 분을 찾아 질문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과연 학교에서 질문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하려면 많은 용이가 필요하다. 좀 더 쉬운 방법은 없을까? 부모님께 좋은 과외 선생님을 구해 달라고 할까? 아님 그래도 말이 잘 통하는 삼촌을 가끔 찾아갈까? 소년은 이 문제에 관해 좀 더 생각해보기로 했다.


■ 필리핀 간디국제학교 http://gandiph.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