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수지 카페 아줌마는 도대체 어떻게 한거지?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 (글 박명숙 / 알마)
이 책은 수지 느티나무 도서관 이야기이다. 아파트가 사방에서 들어서던 때, 한 가운데 홀로 있던 아파트 106호 아줌마가, 아이들에게 자신의 집을 놀이터로 개방했다. 아들 둘을 키우고 있던 106호 아줌마는 동네 애들 누구나 집에 와서 놀다 가게 두었다.
그러다 보니 엄마들이 하나둘 모였고 육아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애초 느티나무 도서관은 '수지카페'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시작됐다.
수지카페 여주인장, 106호 아줌마는 집을 한 채 살만한 돈이 모이자 '도서관'을 열었다. 아파트 공사 현장에 느티나무 한그루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도서관 이름은 '느티나무 도서관'이라고 하고 옛날 어느 마을에나가면 흔 히 볼 수 있던 커다란 느티나무처럼 수지 아이들의 쉼터가 되었다.
애초에 책을 읽으려고 오는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 친구를 만나려고, 놀려고, 놀다가 물을 한잔 얻어 마실려고, 그냥 왔다. 그러다가 주저앉고 뒹굴 거리고 책장을 펼쳤다.
책을 읽으라는 말은 누구도 하지 않지만, 늘 책과 친구가 될 놀이들이 느티나무 도서관에는 가득했다. 느티나무 도서관 관장이 된 106호 아줌마 박영숙 씨의 일은 '기다리는 일' 뿐이었따.
아이들이 도서관에 놀러와 놀다 가는 사이, 어느새 책을 집어 스스로 읽을 때까지 기다렸다. 물론 넋놓고 기다린 것은 아니다. 이 아줌마, 참으로 똑똑하다.
느티나무 도서관에는 책을 읽지 않고는 못 베기는 장치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이상하게 발이 느티나무 도서관으로 향하는 '끌림'을 아이들은 저항하지 못한다.
책찾기 놀이, 책정리 놀이, 이야기극장까지! 아이들은 느티나무 도서관에서 책을 만났다. 그리고 행복한 웃음을 만났다.
이 책은 2006년 9월 첫째 아이를 낳기 전에 구입해 읽은 기억이 난다. 그리고 까마득히 잊었다 다시 책장에서 꺼내 읽고는 내가 왜 세부에 '콩세알' 문화원을 하게 되었는지를 떠올렸다.
지금 콩세알은 도서관 이상의 기능을 꿈꾼다. 한국과 상황이 같지 않아, 약간의 변형을 해야만 했지만, 기본 취지는 같다. 아이들은 책과 놀아야 하고 책을 읽을 권리가 있다.
느티나무 도서관처럼 콩세알 도서관이 세부의 느티나무 한그루와 같은 공간이 되기를 바라며, 아이들이 쉬며 자라는 공간이 되기를 가만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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