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교육 숲 유치원, 생명의 숲에서 아이는 '저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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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행복한 아이들 (최현숙 저 / 해피북미디어)

한국에서 '숲' 교육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 일이다. 하지만 실상 '숲' 교육은 우리의 생활에서 떼어낼 수 없는 일부분으로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다. '숲'은 늘 사람들 곁에 있었고 아이들은 '숲'에서 놀았다. 나 또한 숲에서 태어나 자랐다.
하지만 아스팔트가 깔리고 사람들이 도시로 이주하면서 잠시 관심사에서 멀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숲'과 '공원'이 있는 것처럼 고도로 발달된 도시는 '초록'을 필요로 한다. '초록'의 싱그러움 없이 우리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금 바로 그 위치에 있는 듯 보인다. 7080 세대 부모까지만 하여도 '그냥' 경험할 수 있었던 그 '숲'이 이제는 비싼 값을 치러가며 배워야 하는 '교육'의 대상이 되었다.

숲 교육, 무엇이 다를까

유치원 교육에 대한 나의 사견은, 공동체 생활을 경험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가정에서 부모형제와 힘껏 노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유치원 교육에서 제공하는 어떤 프로그램만큼, 이제는 힘껏 놀아줄 '부모'나 '형제자매'가 없는게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다. 부모는 바쁘고 아이들은 외동이기 일쑤며, 외동이인 아이들은 외로울까봐 많은 기관에 소속되어 여러 학습 프로그램 안에서 부모와 다를 바 없이 바쁘다. 그러다보니 상당수의 아이들의 콘크리트 건물 안에서 파란 하늘 한번 내다보지 못하고 책상과 종이와 책 따위만 들여다보며 생활하기 마련이다.

"자연에서 뛰노는 아이들이 행복하다."

<숲에서 행복한 아이들>은 아이들이 자연에서 뛰어놀아야 행복하다고 믿는 교육 철학을 가진 '숲 유치원'에 관한 보고서이다. 이 책은 숲 교육의 핵심이 무엇이며, 왜 한국형 숲 교육이 필요한지를 말한다. 사계절이 이토록 뚜렷한 아름다운 숲을 가진 나라가 얼마나 되는가? 세계지도를 펼쳐 보자. 한국의 지리적 위치는 축복에 가깝다. 한반도에 사는 것만으로 한반도에 나고 자란 사람들은 누구보다 풍부한 경험을 갖게 된다. 바로 계절적 변화를 통해서 말이다. 때문에 이미 숲 교육의 성과를 눈부시게 가시화시킨 어떤 나라보다도 한국은 더 무궁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 내가 있는 곳은 한반도가 아닌, 필리핀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숲'을 가르치지 않아도 될 것인가? 그렇다고 아이들이 '숲'을 경험하지 않는 환경에 두어도 좋을까? 필리핀 세부에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접하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면서 이 책을 찾아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숲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아이의 세계와 인격 성장을 도모하는데 있다고 했다. 즉, 숲에서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재밌고 즐거워야 아이들은 변화한다. 숲에 나무와 풀은 아이들에게 그리기 교재가 되고 함께 뛰어노는 친구들은 더 이상 다툼의 대상이 아니다. 이처럼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머리와 몸과 마음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균형적으로 발달하게 하는 숲 교육은 아이들에게 있어 살아 있는 교육이다.
이 책은 직접 보고 만지고 경험하게하는 숲 교육 방식이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바르게 성장시키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게 한다.

어떻게 숲 교육 해야할까

숲 교육은 독일의 유아교육학자 프리드리히 프뢰벨(Friedrich Frebel)의 "어린이들이 숫자나 글자가 아닌 자연에서 뛰어놀게 하라"는 교육사상에서 시작되었다. 그러한 생각은 스웨덴에서 숲 유치원으로 구체화되었다. 이후 유럽국가에 대중화되었고 미국과 한국에도 소개되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강과 들이 생활의 중심이 되어, 유럽인들이 '숲'을 이해하는 것과는 다른 정서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출발점부터 달라야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숲체험 활동이나 숲놀이 활동 등을 포함하는 게 가장 적절한 이해라고 한다. 아이들은 아직까지 사고하는 능력이 어른들처럼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원리나 추상적인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의 감각을 자극시키는 다양한 체험활동이 중요하며 어떤 것을 보고 듣고 느끼게 할지도 신중하게 생각해서 제공해야 한다고 말하낟.
숲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며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다. 숲속에서 펼쳐지는 활동은 모험심을 발휘할 수 있고 활기찬 아이들 본연의 모습을 끄집어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부모나 일반 유치원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숲교육 활동도 설명한다. 간단한 예로 나무, 나뭇잎, 흙, 새로 아이들과 어렵지 않게 숲에서 놀이를 할 수 있다. 아이들과 나무를 만지고 자세히 관찰하는 것은 물론 실제 나무가 되어보는 연습을 한다. 흙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새소리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 숲이나 공원에서도 아이들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놀이를 쉽게 배울 수 있다.
그러니 부모들이 기대하는 책을 펼치고 읽고 조사하는 '학습'의 장으로서가 아닌 '놀이터'로서의 기능이 더욱 커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그렇다면 세부에서 우리는 어떤 숲 교육을 할 수 있을까? 세부에도 해발 고도가 1천 미터에 이르는 산이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크고 작은 언덕과 산이 있고 싶이 있다. 세부도 급속한 도시화로 숲을 잃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여전히 울창한 숲이 있다. 그곳에는 오래된 고목이 있고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 있다. 꽃 또한 다양하다. 한국에서라면 화원에 가서 구입해야 하는 값비싼 수목을 흔히 볼 수 있다. 야생 동물을 흔히 볼 수는 없지만, 이곳에도 숲 해설가가 있다면,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아열대 환경의 숲에 관해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그곳에서 아이들은 한국 숲에서 아이들이 얻었던 배움처럼 놀이의 즐거움을 깨우칠 것이다. 그리고 뛰어놀 것이다. 마음껏!

오늘, 우리 아이들을 숲에 데려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