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편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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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 받았던 도시락 편지가 삶의 역경 앞에 위안이 되었으면

도시락 편지 1 (조양희 저 / 디자인하우스)

오래된 책이다. 지금으로부터 20년 가까이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조양희 선생님의 도시락 편지가 디자인하우스에서 처음 나왔을 때, 나는 디자인하우스에 다니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책 때문에 디자인하우스 입사를 결정했을 만큼, 나에게는 의미가 깊은 책이다.
그때는 사실 '도시락'의 의미를 몰랐고 도시락 편지의 위력을 전혀 몰랐다. 그냥 어머니의 마음이 스며들어있는 글이 좋았고 그 글을 책으로 빚는 출판사가 좋았다.
아이 셋 엄마가 되어, 다시 이 책을 보았다. 두 아이의 도시락을 싸면서, 나도 조양희 선생님처럼 아이들에게 도시락 편지를 적어보겠다고 다짐한다. 세부에서 타양살이를 하며, 아이들과 마음 나누는 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머니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다시, 아이의 소중함을, 아이가 우리에게 온 축복을 떠올려 보자.

"도시락은 엄마의 젖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밥과 반찬말 달랑 싸줄 수는 없었습니다. 식사하는 동안 착한 행동, 그릇된 행동을 가르쳐주고, 나무라기보다는 선한 쪽으로 기울어지도록 편지로 권유했습니다. 몸의 건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서 익히고 몸에 밴 이 정신건강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유년시절 받았던 이 도시락 편지가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부딪힐 삶의 역경을 무사히 헤쳐나갈 수 있는 따뜻한 위안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실 도시락 반찬은 외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시댁에서 익힌 찬들을 엮어 채운 것일 뿐입니다. 부끄럽고 썩 나서기가 겸연쩍지만 편지를 도시락에 슬쩍 가미한 것이 별미라면 별미였을까요?" <책머리에서>

말대꾸를 할 때처럼 아이가 괘씸한 적은 없다. 말끝마다 찰싹거리며 자기변명을 해봤자 엄마의 눈에는 우습기 짝이 없다. 그 사실을 나는 아이를 낳은 후에야 알았다. 그 때 비로소 어머니의 심중을 깨달았다. 자기를 변명한다는 것이 무얼까 생각해 보면 잘못을 감추고 싶은 데서 비롯된 것이다. 엄마 앞에서 잘못을 아낌없이 송두리채 내보인다면 그 잘못은 이미 에미 눈에는 잘못이 아니고 스르르 녹아버리는 눈 같은 거리들이다. 엄마, 앞에서 감추느라 변명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삼십 년은 지나야 아이가 알 수 있겠지. 그때까지 내가 살 수 있을까? - p.76

1. 엄마 마음 도시락 반찬
2. 까만 콩 먹고 너 눈 만들었지
3. 형 귀먹었어? 그 귀도 엄마 작품이란다
4. 내 서재는 너희 신발 속까지
5. 자연은 꼭 너에게 은혜를 갚걸랑
6. 눈물의 무지개
7. 우리집 물건 전부, 걸레까지
8. 엄마의 커피 주전자와 주방의 냄비들과 모든 그릇들이여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