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의 강자, 리버럴 아츠 칼리지

해마다 미국대학들의 순위를 내놓는 미국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 앤 월드리포트지>는 미국대학들을 National University와 Liberal Arts College로 나눠 각각의 랭킹을 매기고 있다. 이를 한국말로 번역을 한다면 'National University'는 '연구중심대학', 'Liberal Arts College'(LAC)는 '학부중심대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학들 외에도 Regional University와 Regional College가 있으나 여기서는 논외로 한다.

학부중심대학(리버럴아츠칼리지)은 한국에는 없는 대학 시스템이다. 그래서 많은 한국인들은 이 이름에 낯설어 한다. 국내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대학에서 석・박사를 한 이들조차도 리버럴 아츠 칼리지를 잘 모른다. 학부중심대학들에는 석・박사과정이 없거나 개설돼있어도 매우 작다. 박사과정은 거의 없다. '칼리지'라고 하니까 많은 사람들은 '전문대학'(Community College:CC)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의 리버럴 아츠 칼리지는 4년제 대학으로 졸업하면 문학사(BA)나 이학사(BS) 학위를 준다. 어떤 이들은 교양대학, 인문대학으로 번역을 하나 오역이다. 이 대학들은 전통적인 어문계열, 사회과학, 자연과학, 예술분야 전공은 기본이고 공학, 비즈니스, 헬스관련전공, 건축학도 개설한 곳이 있다. 연구중심대학보다 개설된 전공의 다양성에서 다소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학부중심대학의 가장 큰 특징은 '리버럴 아츠교육'(Liberal Arts Education)을 시킨다는 점이다. 리버럴 아츠 교육은 라틴어로 '자유스런 교육'을 뜻한다. 규모가 큰 연구중심대학에서는 할 수 없는 교수와 학생간의 자유로운 토론 중심의 교육을 말한다. 학부중심대학들은 규모가 작다. 총학생수가 3천명 미만으로 학년당 5백명 내외다. 주립대학인 UC버클리의 학부총학생수는 2만5천명을 넘고 미시간대학은 2만7천명이 넘는다. 학부중심대학 교수들은 보통 10명 내외 많아도 30명 이내의 학생들을 놓고 토론식 수업을 진행하고, 실험실습까지도 교수들이 직접 지도를 한다. 학부중심대학의 가장 큰 특징은 창의적이고 비판적 사고를 길러주기 위한 커리큘럼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1,2학년 때부터 모든 학생들에게 종교, 철학, 사회학, 심리학 등과 함께 창의적 글쓰기를 집중적으로 지도한다. 어떤 학부중심대학은 학생들이 스스로 전공을 만들기도 하고 졸업때까지 고전 수백권을 읽게 한다.

대학의 3대 기능은 연구, 강의, 출판이다. 우리가 잘 아는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들과 명문 주립대학등 연구중심대학들의 유명 교수들은 연구에 신경을 쓰고 있다. 강의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연구중심대학의 교수들은 테뉴어(종신교수)가 되기 위해 매년 SCI 혹은 SSCI에 좋은 연구논문을 실어야 한다. 한국대학교수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학부중심대학의 경우 교수들이 오직 강의에만 신경을 쓴다.

각 전공에서 박사학위를 배출한 미국대학들의 순위를 보면 리버럴 아츠칼리지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우선 역사학 박사를 많이 배출한 대학을 보자. 미국대학들의 여러 랭킹들을 내놓은 사이트 http://www.thecollegesolution.com을 보면 역사학 박사 배출 1위 대학은 학부중심대학인 리드칼리지다. 2위도 역시 학부중심대학인 칼튼칼리지다. 3위는 연구중심대학인 예일대학이다. 역사학 박사를 많이 배출한 대학 10위권에 연구중심대학은 예일대학(4위), 시카고대학(7위) 등 두개 대학뿐이고 나머지 8개 대학은 리버럴아츠칼리지다. 인류학 박사학위를 배출한 대학랭킹을 보면 1위는 브린머, 2위 벨로이트, 3위 그리넬칼리지 등 모두 리버럴 아츠 칼리지다. 연구중심대학으로 역사학박사를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은 시카고 대학(5위), 하버드대학(10위)다. 한가지 팁을 드리자면 이들 대학들은 외국에서 온 학생들에게도 많은 재정보조/장학금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