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탄 태능 갈비

맛있게, 든든하게, 실컷 먹이고픈 어머니를 닮은 갈빗집

막탄 올드 브릿지에서 마리곤돈 방향으로 직진을 하다보면, 가이사노 그랜드몰이 위치한 바삭 지역에 닿는다.
바로 이 그랜드몰을 끼고 왼쪽 모퉁이를 돌면 여기서부터 약 100M의 도로를 따라 한국식당, 마사지, 커피숍 등이 다양하게 자리잡고 있어, 코리안 타운이라고 일컬을 수 있겠다.

막탄에는 마리바고 JPark 리조트 앞으로 형성된 거리와 이곳 바삭의 그랜드몰 뒷길 지역이 대표적인 양대 코리안 타운인 셈이다. 양쪽다 한국 매장들이 집성된 코리안 타운이지만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마리바고 지역은 규모가 제법있는 한국 상점들이 빌딩과 거리를 매우고 있다면, 바삭 지역은 소규모의 아당함 상점들이 자리하고 있다.

얼마전 이곳 바삭의 거리에 맛있는 숯불돼지갈비의 향기를 모락모락 피워내는 갈비전문점이 조용히 문을 열었다. '막탄 태능 갈비'가 그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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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영업이 시작되는 오후 5시. 가게 앞에 놓인 커다란 드럼통을 잘라 만든 그릴에서 벌겋게 숯이 타오른다. 숯 타는 연기가 뭉게뭉게 오르는 하늘은 금세 보랏빛으로 어두워지고, 아담하고 소박해 보이는 비취빛 페인트로 깔끔하게 단장한 '막탄태능갈비'의 실내는 밖이 어두워질수록 힘이 세어지는 형광등에 의지해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한팀 두팀 손님들이 들어서면서 고기굽는 화로의 숯불과 연기는 더욱 풍성하게 피어오른다.

"태릉갈비가 한국서도 유명하잖아요. 이곳은 필리핀 세부지만 돼지갈비하면 서울의 '태릉'처럼 엄지손가락 척 치켜세울 수 있는 식당으로 키우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막탄태능갈비로 이름을 지었어요." 숯불에 익어가는 고기와 손님상 사이를 뛰어다니느라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 지니 사장의 설명이다.

막탄태능갈비의 주메뉴는 돼지갈비와 닭갈비이다. 이 두가지 모두 간장베이스를 사용한 양념장을 사용해 달콤하면서도 간간한 양념갈비의 맛을 살리고, 숯불에 직화로 조리해 훈훈한 불맛이 적절히 밴 숯불갈비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

사실 돼지갈비라는 이름으로 메뉴를 정했지만, 갈비보다도 상급으로 치는 돼지 목살을 사용한다. 때문에 기름기가 많지 않고 담백한 고기를 뼈없이 즐길 수 있다. 닭갈비 역시 간장양념 베이스에 숙성한 간장 닭갈비로, 어른들은 물론 어린아이들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어 호응도가 높다고.

"갈비양념은 저희집 핵심 비밀입니다. 배와 사과를 비롯한 열가지 이상의 재료로 숙성한 양념에 일정양 만큼만의 고시를 재워요. 재우는 고기양에 따라서도 갈비맛이 달라지거든요." 지니 사장이 자부하는 갈비양념은 돼지고기, 닭고기 종류에 따라, 또 고기의 두께에 따라 숙성시간이 정해지는데 이 역시 비밀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비장의 메뉴는 사이드디쉬에 있었다. 이틀 숙성으로 끌어낸 깊고 시원한 맛의 동치미와 국처럼 맑게 끓여냈지만 풍부한 해산물의 맛이 살아있는 된장찌개가 바로 그 주인공.

배와 사과를 갈아낸 국물을 사용한다는 동치미는 고기를 주문하면 커다란 스테인레스 대접으로 한 대접 푸짐히 따라 나오는데도 달콤짭짤한 갈비 한 점에, 동치미 국물 한입 이렇게 먹다보면, "누나 동치미 한그릇 더요!" 소리가 으레이어진다.

담백하면서 진한 맛의 된장찌개는 이미 몇몇 술꾼들에게 '쐬주 안주로 최고!'라 인정을 받았단다.

커다란 들통에 갖은 해산물을 넣고 푹 끓인 된장찌개를 뚝배기에 덜어내는 게 누하우라고.

이곳에서는 한국에서 한창 유행하던 "육쌈냉면"을 맛볼 수 잇는 것도 즐거움이다.

냉면(P280)만 주문해도, 곁들여 먹을 고기 몇 점이 함께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쫄깃한 냉면 면발에 돼지갈비 한 점을 써먹는 최상의 궁합을 가벼운 비용으로도 만끽할 수 있다. 동치미 육수를 배합해 만든 수제 냉면 육수 역시 시원하고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마지막 자랑거리는 저렴한 가격에 있다. 무제한 돼지갈비, 닭갈비는 P380로 다른 곳의 1인분 가격에 비등하게 책정되어 있는데다가, 먹는 양이 적어 '무제한'의 유혹에 시큰둥한 소식가들을 위한 돼지갈비, 닭갈비 정식은 공기밥을 포함해 P250에 판매한다.

가격이 너무 저렴한 거 아니냐는 질문에 지니 사장은 또 웃는다. "대신 많이 팔면 이익이 남겠죠. 우선은 맛있다고 해주시는 손님들 때문에 식당을 시작한게 즐겁고, 냉면 맛보시고는 일주일 내내 찾아와 냉면 드시고 가는 분이 계셔서 뿌듯해요. 막탄엔 혼자 사는 한국분들이 많이 계세요. 저희 매장 오셔서 식사 한끼 푸짐히 드시고 모두모두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그덕에 저도 힘내구요."

잔뜩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가게문을 나서니, 벌써 하늘은 깜깜해지고, 갈빗집의 실내는 더욱 환한 빛을 뿜는다. 피어오르는 숯불 위로 고기가 지글지글 익는 모습이 분주하다. 정말 서울의 갈비 으뜸 태릉갈비처럼, 이곳이 막탄 갈비하면 언제나 손꼽히는 푸짐한 서민갈비집의 대명사로 자리잡기를...


■ 막탄태능갈비 : 0936-953-53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