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한때 간염왕국이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던 때가 있었다. 20년 전에만 해도 국민의 10%가 B형 간염에 감염되어 있었고 이에 대한 계몽활동과 교육 및 예방조치 등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루어져서 이제 B형 간염의 유병률은 거의 절반으로 줄게 되었고 또 항바이러스 치료제 등의 개발로 많은 간염환자가 치료되어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무차별적으로 주입된 지식으로 말미암아 간질환은 매우 위험하며 치료하기 어려운 병이라는 인식이 대부분의 국민 머릿속에 각인되어 버렸고 술잔으로 간염이 옮긴다는 그릇된 지식이 마치 상식처럼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결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간 수치의 이상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이는 일반인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과거에 교육을 받았던 많은 의사들도 간질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건강검진 후 '요즘 술을 많이 마셨더니 간수치가 높게 나왔다'고 푸념하는 사람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보통 술을 많이 마시거나 간기능이 떨어지면 간수치가 올라가는 것으로 생각하는 데 간수치와 간기능이 정확히 반비례한다고는 볼 수 없다.
마찬가지로 간수치가 정상이면 무조건 간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도 옳지 않다.
AST와 ALT
간기능은 혈액검사를 통해 혈중 아스파르테이트 아미노전이요소(AST, 옛 GOT), 알라닌 아미노전니요소(ALT, 옛 GPT),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ALP), 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GGT), 빌리루빈(Bilirubin), 알부민(Albumin), 프로틴(Protein), PT(Prothrombin Time) 등 수치를 파악해 확인한다. 이 중 가장 많이 쓰이는 게 AST와 ALT다.ㅜAST와 ALT는 간세포 안에서 아미노산 생성에 작용하는 효소로 간세포가 손상되면 혈관 속으로 흘러나와 혈중 수치가 증가한다. AST는 간세포 외에 심장과 골격근육, 신장, 뇌 등에도 분포하고 있다. 정상수치 범위는 각각 0~40IU/L이다.
간 자체가 손상되거나 알코올성 간염인 경우 ALT보다 AST가 더 많이 상승하고, 급성간염은 두 수치 모두 급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B, C형 간염 등 바이러스성 간염에 의한 만성 간세포 손상에서는 AST수치보다 ALT수치가 더 상승한다. ALT는 간이 파괴됐을 때에만 수치가 올라가므로 AST보다 바이러스성 간염에 의한 간 손상 정도를 더 잘 반영한다.
하지만 AST와 ALT는 간의 염증 여부를 알리는 신호일 뿐 간 기능의 전반적인 상태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즉 염증이 없는 단순 지방간이거나 염증 단계를 지나 간 섬유화가 진행된 간경화일 경우 AST, ALT 수치가 정상으로 나올 수 있다.
특시 AST, ALT 수치가 정상 범위인 40이하라도 농도에 따라 사망위험이 높아진다. 2010년 영국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에 실린 연구결과 AST 농도가 20~29인 사람은 20 미만인 사람보다 간질환 사망 위험이 3.3배가량 증가했으며, 30~39일 경우 사망 위험이 18.2배까지 치솟았다. 비만하거나, 술을 자주 마시거나, 간염 보균자인 사람은 AST와 ALT 외에 빌리루빈, 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 알부민 수치 등을 측정해보는 게 좋다.
SGOT와 SGPT
우리가 흔히 건강검진을 할 때 혈액검사 중 SGOT나 SGPT와 같은 검사항목이 있다. SGOT나 SGPT는 간세포 속에 들어 있는 효소들을 말하며 간염이나 지방간 등에 의해 간세포에 손상이 생기면 이런 효소들이 혈액으로 많이 나와서 혈중치가 높아지게 된다.
이 효소의 혈중 정상치는 약 40U/L 이하로 검사 시 이 수치보다 높은 수치를 보이면 간손상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수치가 높다고 다 위험한 것은 아니며 간염과 같은 경우에 이 수치가 높은 상태에서 오래 지속되면 간경화로 갈 가능성이 높으므로 치료를 하는 것이다. 간염 없이 지방간만 가지고도 이 수치가 높은 경우가 얼마든지 잇으며 심한 경우 수치가 100 이상인 경우도 적지 않게 나타나지만 알코올성 지방간이 아닌 경우는 대부분 좋은 경과를 보이고 식이요법과 운동요법만 가지고도 충분히 치료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이런 수치의 이상을 보일 때는 전문의를 찾아가서 왜 수치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 원인 질환에 따라 맞춤치료를 하는 것이 바른 길이다.
감마GT
건강검진이 많아짐에 따라 감마GT 수치의 이상으로 찾아 오시는 분도 점점 늘고 있는데 이 감마GT는 대부분의 간담도질환에서 높은 수치를 보일 수 있으나 간질환이 없는 경우에도 음주와 특정 약물의 복용만으로도 수치가 올라갈 수 있으므로 구별을 요한다. 만성음주에 의해 감마GT가 상승된 경우에는 금주 후 약 한 달 정도 지나면 수치가 절반치로 감소하므로 지방간과 만성음주력을 구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혈소판
혈소판 수치는 간기능 검사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안목이 높은 간 전문의는 혈소판의 변화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검사가 언제나 정상을 보여도 혈소판 수가 감소한다면 이는 간질환의 진행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간 섬유화가 진행되면 비장이 커지게 되고 그 결과로 혈소판이 조금씩 줄어들게 되며 혈소판 수가 10만 이하로 떨어지면 간경화로 진행되었을 확률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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