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 이가네 순대국밥

세부 이가네 순대국밥.jpg A.S 포츄나 길을 타고 집으로 향하던 밤 10시쯤이었다. 마침 그날따라 시간에 쫓겨 저녁식사도 거르고, 바빴던 일정을 소화한 탓에 몸도 좀 노곤했다. 대로변의 상점들이 벌써 대부분 네온을 끄고 하루를 마감한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보니, 갑자기 오른편에 밝은 빛이 눈에 든다. 형광등 불빛을 담은 밝은 노란색 간판에 한글로 쓰인 이름이 보인다. ‘이가네 순대국밥’.  “그래~ 이왕 늦은 거 뜨끈한 순대국밥 한 그릇 먹고 가야겠다!”

펄펄 끓는 뽀오얀 국물 가득 담긴 순대국밥이 뚝배기 채 앞에 놓였다. 끓는 국물에 생부추 무침을 몽땅 투하하고, 새우젓으로 슴슴하게 간을 맞춘다. 국물서 바로 익은 파란 부추와 곁들인 순대 한 점을 자박히 국물 곁들인 수저에 얹고 호호 불다가 한입에 넣었다. '아, 음식이 위안이 되는 순간이다.'

이가네 순대국밥은 4년 전 마리곤돈 바삭 가이사노 그랜드몰 뒤편에 문을 열었다. 큰길에서 약간 들어간 위치에 있었지만, 금세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순대국밥 같은 순대국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라고. 

“저는 집이 원래 경상도입니다. 경상도 사람들은 순대국밥보다는 돼지국밥이 더 익숙하거든요. 당시도 돼지국밥을 하는 식당들이 있긴 했는데... 제 입에는 썩 마땅치 않았습니다. 항상 투덜대는 소리를 들어서인지 한번은 아내가 돼지국밥을 한 솥 끓여놓고 저와 친구들을 불러 함께 먹으라고 하더라고요. 원래 처가가 외식업을 하는 가족들이 많아, 아내 손맛이 좋은 줄이야 알고 있었는데... 그날 그 돼지국밥을 먹은 사람들이 모두 ‘이거 팔아라. 이 좋은 솜씨를 왜 썩히고 있냐.’ 하더라고요. 그래서 식당 차리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최동혁 사장은 아내 이은주 씨의 손맛에서 나온 음식들을 선보이는 식당의 이름을 ‘이가네’로 정했다. 또 돼지국밥으로 기획된 식당이었지만, 경상도에 한정적인 돼지국밥보다는 전국적인 친근감을 갖고 있는 순대국밥이 더욱 대중적인 까닭에 ‘이가네 순대국밥’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리고 올해 5월 이가네순대국밥은 세부 외식시장의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하는 A.S포츄나 거리에 세부점을 열었다. 막탄점은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좀더 쾌적한 환경에서 고객들을 모시기 위해서다. 이제 얼마 후 마지막 단장을 마친 막탄점이 재오픈을 하고 나면 뽀얀 국물 팔팔 끓여내는 순대국밥을 세부와 막탄에서 만날 수 있게 된다.    

“순대국밥 집을 4년째 운영하고 있지만, 매일 씨름하고 애를 먹이는 것이 바로 순대예요. 한국의 재료와는 너무 상태가 다르고, 특히 이곳 현지의 육류 부속 내장은 어제와 오늘, 내일 품질을 가늠할 수가 없어요.” 이가네 순대국밥은 매일 순대를 만든다. 싱싱한 순대가 가장 맛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나마도 매일 재료의 상태가 달라, 전에 맛있게 드시고 가신 손님이 어느 날은 갸우뚱하며 ‘별로네’하는 경우를 직접 맞닥뜨리는 때가 종종 있어 애가 탄다고.

“오늘은 좀 더 맛있었으면, 어제보다 나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매일 순대를 만들어요. 사실 순대 만드는 일이 워낙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한꺼번에 만들어놓고 며칠 썼으면’하는 생각이 저도 들죠. 하지만 시간이 지난 순대가 맛이 다른 걸 제 입에서 느끼는 데 그걸 어떻게 손님상에 내겠어요. 그러니 매일 신선하게 만들고 매일 더 맛있게 만들려 노력할 따름이죠.” 이러한 까닭에 이가네 순대가 세부에서 최고 맛있는 순대는 아니더라도, 최고 노력하는 순대라고 이은주 사장은 자부했다.   

매일 순대를 만들다보니, 새로운 아이디어들도 많이 생겨난다. 식도락을 좋아하는 취미를 따라 먹어보았던 맛있는 음식들이 이가네 순대국밥 메뉴로 오롯이 자리매김되었다. 콩나물과 대패삼겹살을 매콤달콤한 소스에 곁들여 철판두루치기를 해내는 이가네 인기메뉴 ‘콩불’도 그렇게 탄생했다.

“지금은 이가네 세부점이 더 안정화되게 하는게 우선이라 다른 건 좀 유보하고 있지만, 한국인 입에 맛있는 한식메뉴를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온전히 저희 입맛에 맞춘 음식을 자신있게 내놓을 때 한국 손님도 좋아하시고 현지와 외국 손님도 고개를 끄덕이며 맛있게 드세요. 입맛은 다 똑같은가봐요.”  건강하게 웃는 부부사장 얼굴이, 이들이 끓여내는 푹 고은 뽀얀 사골국물 순대국밥만큼 정겹게 느껴진다.


■ 이가네 순대국밥 :032-416-05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