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이라면 누구나 필리핀이라는 타국에 입국했던 그 ‘첫 날’을 잊지 못할 것이다. 필자 역시 십 수년 전, 설레임과 두려움의 맘을 가지고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 내려 맡았던 그 후덥한 냄새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으니 말이다.
처음엔 누구에게나 주위에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집을 구하러 다녀주던 사람들, 사업장을 알아보러 다녀주던 사람들, 차량을 구입하는데 도움을 주던 사람들, 회사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던 사람들. 그렇게 우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고 시간이 흘러 필리핀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사업을 영위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을 도왔던 사람들은 그게 필리핀 현지인이었든, 한국인이었든 현재까지 사업을 같이 운영하고 있긴 극히 드물다. 즉, 그들이 우릴 물가에 데려다 줄 수는 있었으나, 물고기를 잡아주거나 혹은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기는 버거웠을 것이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들도 고용한 직원들과 항상 문제가 생기고, 외국인이라는 신분에 항상 여권과 비자를 신경써야 하고, 작은 교통법규에도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억울한 일을 당하면 말로는 벅차 늘상 현지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문서를 주고 받아야 하는 우리와 똑같은 입장이라는 것이다.
서두가 길었지만, 이번 호 부터는 그 어려운 일들 중에서도 특히, 명확히 자문을 받기도 힘들고 두려웠던 ‘필리핀의 세무와 회계’ 등에 관한 내용을 몇 회에 걸쳐 연재 해 보도록 하겠다.
우선, ‘세무조사’ 혹은 ‘세무감사’라는 단어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듣기만 해도 괜시리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를 간단히 정의하자면 세법에 따라 세무당국이 행하는 조사를 말한다. 즉, 납세의무자(Taxpayers)가 신고한 내용에 오류 또는 탈루가 있을 때, 세무당국(Tax Authority)이 이를 확인하는 조사라 할 수 있겠다. 세법에 따라 납세의무자 등에게 질문이나 심문을 하고, 장부와 서류, 기타 물건을 검사, 조사, 검색 또는 확인하는 일체의 행위라 볼 수 있겠다.
이는 다시, 세액을 정확히 계산하여 조세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일반세무조사’와 ‘조세범칙조사’로 구분하는데 대개의 국가들이 비슷한 시스템과 행정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하겠다.
‘일반세무조사’는 과세요건 성립여부, 신고내용이 적정한지의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조사로 일반적으로 ‘세무조사’라고 하면 이를 가리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조세범칙조사’는 처벌을 목적으로 법원이 발부하는 수색영장을 지참하고 행하는 강제조사로 흔히 ‘세무사찰’이라고도 부른다.
이러한, 세무행정 시스템은 필리핀 역시 한국과 거의 유사하다고 보면 되는데, 차이점이 있다라고 하면 한국은 이미 모든 공기업과 사기업들의 각종 거래업무 및 활동들에 대해서 통합전산망 시스템을 수십년 전에 이미 확보하여 대체로 투명성 있는 행정시스템이 작동하지만, 필리핀의 경우에는 아직 전체적으로 이러한 전산시스템 구축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아 일부 대도시 이외의 지역들 대부분의 곳곳에 빈틈과 허점들이 도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전산망 시스템의 부재와 아직도 부족한 세무행정 구조는 한국의 옛 모습들과 닮아 있고 당시의 비슷한 사회적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두테르테 행정부의 ‘부정부패와의 전쟁’ 선포로 인해 과거와는 큰 변화를 겪고 있는 필리핀이지만, 아직도 일부 계층이나 부류가 이러한 특권의식과 시스템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하겠다.
기업과 세무당국 혹은 세무 공무원과의 밀착관계는 물론 은밀한 뇌물수수 행위도 아직 근절되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세무공무원들의 부패와 도덕적 해이(Moral Hazards)를 방지하기 위해 한 보직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하게 하는 기이한 정부 방침까지 양산되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납세의무자들의 불편으로 돌아오고 또 선량하고 세무에 미숙한 기업에 부당한 세무조사로 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세무는 아는 만큼 힘이며 돈이다. 필리핀의 변화하는 세무시스템에 맞춰 준비하고 공부하는 작은 노력이 사업에 수반되어야만 그에 맞는 합리적인 세금도 낼 것이며 결코 부당하거나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좀 더 구체적으로 필리핀의 세무당국의 행정조직체계와 각종 세금의 종류 등에 대해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본 법률칼럼은 Cebu 교민사회를 위한 권익보호 차원에서 (주)엔젤법률투자자문이 교민연합뉴스에 독점 제공함으로 필자와 협의 없이 상업적 용도로 사용하지 못함을 밝혀둡니다. (무단전재, 재배포금지)
자료제공 : 엔젤 법률투자자문
필리핀 세부, 마닐라의 법률전문가 및 현지 변호사들로 구성된 엔젤 법률투자자문과 한국(서초) 법무법인 기연(변호사 박동혁) 새롭게 함께 합니다.관광객 뿐만 아니라 현지 교민, 사업을 준비하시거나 영위중인 모든 분들께 가장 전문적이고 안전한 길잡이가 되어 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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