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방사모로 자치정부

필리핀, 방사모로 자치정부.jpg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에 이슬람 자치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법률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50년 가량 이어진 정부군과 이슬람 반군의 내전이 공식 종식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19일, 필리핀 현지 매체에 따르면 필리핀 상.하원 합동회의는 전날 민다나오 섬에 ‘방사모로 자치정부’를 세우기 위한 기본법 수정안을 공식 승인하였다고 발표했다.

양원이 각각 통과시킨 기본법에서 이견을 없앤 수정안에 따르면 방사모로 기본법이 발표되면 민다나오 섬에 입법, 행정, 재정권 등을 갖는 이슬람 자치정부가 들어서게 된다. 단, 국방, 외교, 통화 정책 등은 종전대로 중앙정부가 관할한다. 상.하원이 오는 23일 각각 수정안을 처리하고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서명하면 입법절차가 모두 끝난다고 밝혔다. 필리핀 정부와 최대 반군단체 모로이슬람 해방전선(MILF)이 2014년 3월 평화협정을 체결한 지 4년여 만이다. 정부군과 MILF가 50년 가까이 전쟁을 벌이는 과정에 양측병력과 주민 등 12만명 이상이 숨졌고, 200만 명이 삶의 터전을 버리고 이주해야 했다. 방사모로 기본법 수정안 처리에 대해 가잘리 자파르 MILF 부의장은 성명에서 “상.하 양원이 우리의 우려를 존중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며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두테르테 행정부는 방사모로 자치정부가 들어서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세력 확장을 막고 평화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래 ‘방사모로(Bangsanoro)’는 필리핀 남부의 민다나오섬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슬람 반군 조직을 뜻한다. 이들이 추구했던 목표는 필리핀 남부의 모로족을 중심으로 한 이슬람독립국가 방사모로(Bangsamoro)를 건국하는 것이었다.
물론, 필리핀에게는 반군이지만 그들은 스스로 독립군으로 여긴다.

사실, 민다나오섬의 무슬림 사람들은 이들을 우리나라 독립군 정도로 보는 사람도 많다.
반대로, 필리핀 정부에서 이들을 보면 이들은 반란군이나 폭도로 여겨지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다르게 불려질 수도 있겠다. 이는, 본래 대다수의 필리핀인과 비교하여 종교와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필리핀 문서를 봐도 알겠지만 이들은 역사도 종교도 문화로도 필리핀과 아주 다르며, 남남으로 살아온 민족이 맞긴 하다.
애당초 스페인이 내도하기 전에 필리핀은 오스트로네시아계 원주민, 인도계,  중국계가 골고루 들락날락하던 부족집단(바랑가이)의 지역이었다가 이후 이슬람이 기독교보다 더 먼저 전파되어 지금의 마닐라까지 이슬람 술탄국이 들어서는 등이 슬람화되어 가고 있었다. 이 이슬람 추세가 이어졌다면 필리핀 역시 동남아시아 도서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랑 더불어 무슬림국가가 되었으리라 평할 지경이다. 그러나, 스페인 도래 이후 스페인은 필리핀을 정복하고 필리핀을 가톨릭으로 개종시켜 이슬람을 필리핀 남부로 내몰아버렸으며, 그후 필리핀이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지역은 남부의 제도를 제외한 북부의 제도들이었을 뿐 더러 남부제도들에는 이슬람의 영향을 받은 국가가 오래전부터 독자적으로 존재했다. 그렇기에 이들은 이름부터가 기독교적 냄새가 풍기는 필리핀은 자기들과 상관없으며 무슬림 자신들이야말로 ‘필리핀의 주인이다‘라며 반발해 왔다.

스페인에게 약 320년이나 식민지배를 당하며 인구 대다수가 가톨릭을 믿는 필리핀과 다르게 여긴 이슬람이 대다수인 채로 죽어라 맞서 싸웠으며 미국이 미국-스페인 전쟁 때 필리핀을 독립시켜 놓고 뒷통수를 칠 때까지 유럽계 제국주의 세력에게 지배를 받은 적이 없다. 즉, 가톨릭을 믿고 영어 공용어화 이전 스페인어를 매개로 스페인 식민시절 형성된 필리핀이란 나라의 민족형성 과정의 역사적 궤도에서 벗어나 있는 지역이다.

민다나오섬은 필리핀 전체 인구의 5% 가량인 400여만 명의 무슬림(모로족, 무어족)이 살고있는 곳인데 40여년이란 긴 세월동안 독립을 목표로 필리핀 정부군과 전쟁을 했고, 많은 사상자와 난민이 발생했다. 거기다 이들이 사는 민다나오섬에서 근대 이전부터 왕국을 세우고 살았던 필리핀 모로인들은 스페인 지배 당시에도 굳게 저항하여 결국 스페인도 점령을 포기하였고, 미국이  쳐 들어온 때도 필사적으로 저항하였으므로 미국은 마구잡이 학살을 벌려 최소 20만 ~ 최대 100만에 이르는 희생자(절반은 여자와 어린 아이들)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미국의 학살로 큰 타격을 받아 결국엔 항복했다. 때문에, 이들 필리핀 남부의 무슬림 세력들은 미국과 기독교에 대한 극렬한 증오를 가지고 있으며, 오늘날 대다수 필리핀 가톨릭과도 원수지간이다.

미국과 이후 필리핀 정부에게 피해를 입은 데다가 필리핀 통치하에서 북부주민들이 대거 유입되어 개발되는 과정에서 생긴 이득을 북부주민 출신들이 가져가고 이슬람계는 인구비율이 크게 줄어들어 발언권이 크게 약해진 데다가 개발에서 소외되어 왔기 때문에 가톨릭이든 개신교든 필리핀정부와 주류 기독교 세력에게 결코 좋은 기억이 없다. 게다가, 산업시설 미비, 경제적 시설미비, 교육 및 병원시설 미비로 필리핀 내 최고문맹률, 실업률, 최저수명 등등 모로인의 삶이 열악하여 필리핀 정부에게 전혀 고마워할 게 없다보니 모로족 독립운동세력은 1972년 민족주의 반군인 모로민족해방전선(Moro National Liberation Front, MNLF)을 결성하여 필리핀 정부군에 저항하였으나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필리핀 정부군의 공세에 고전하는 MNLF가 필리핀 정부와의 협상에 나서자 이에 반발한 이슬람주의자들이 1978년 MNLF에서 독립하여 새로운 반군을 결성하게 되는데 이들이 모로이슬람해방전선, MILF이다.

역사적으로 통일이 된 적이 없는 필리핀은 독립 이후에도 이어진 내전으로 인하여 남부제도의 무장세력들도 많은 피해를 입어왔으므로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진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필리핀은 민다나오를 포기할 수 없었다. 필리핀 전체면적 30%~거의 절반에 달하며(남한 면적과 비슷), 천연가스와 석유 그리고 광물자원이 많이 존재하는 곳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한때는 미군이 필리핀에 주둔하였으므로, 미군이 상주하던 동안에는 이들의 세력이 잠잠하였으나,  미군이 철수함과 동시에 아랍권 이슬람 과격세력으로부터 지원이 이루어져 이들의 무장이 강화되어 지금도 남부와 서부의 일부오지대에 대한 통제권은 이들이 갖고 있는 듯 하다. 이러한, 무장세력이 점거하고 있는 민다나오는 필리핀에서 가장 개발이 되지 않았을 뿐더러 필리핀 최악의 문맹률(6% 정도하는 필리핀 문맹률 5배가 넘는 30% 이상), 최고실업률, 최저수명 등등 산업, 경제, 교육, 의료, 기초생활시설(전기라든지)이 필리핀을 통틀어 최저라는 꼬리표가 늘상 붙는 곳이다. 결국, 민다나오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 오랜 기간 정부군과의 전쟁에 지친 MNLF는 1996년, 필리핀 정부와 평화협정을 체결, 방사모로의 자치권 획득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MILF는 계속해서 저항해 왔으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악조건을 타파하는 의지를 가졌는지, 다수의 무장세력들은 독립을 포기하는 대신 필리핀 정부와 협상을 거쳐 자치권을 획득하기로 합의를 보았으므로, 2012년에는 평화협정에 각 정부의 대표가 서명을 하였고 2012년 10월 15일, 독립노선을 포기하는 대신 광범위한 자치권을 획득하는 조건으로 필리핀 정부와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기독교 건물에 대한 테러도 그만하는 등 평화모드로 들어갔다. 2014년에는 필리핀 정부의 결의안이 통과되어 민다나오에는 자치정부가 수립되게 되어 방사모로 자치정부 수립을 인정 받았다.

협정안에 따르면 비금속자원은 100% 자치정부가 의 권한 안에 있고, 광물자원은 75%와 25%로 각각 자치정부와 필리핀 정부가 나누어 가지며, 에너지 자원은 절반씩 서로 개발수익을 나누며, 자원을 필리핀 정부에 제공하는 대가로 필리핀 정부는 민다나오 자치정부 내에 의료, 교육, 기초시설을 설치 및 운영을 돕게 되었다. 나아가, 자치정부는 필리핀 정부의 동의 없이도 다른 해외 기업과 자원개발 및 산업시설 투자를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긴 이슬람 근본주의와 약간 거리를 두고 있으며, 다에쉬 같은 테러단체에 그들이 관리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가담하지 말라는 홍보를 권장하며 종교자유화를 법적으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강경하게 독립을 요구하는 무장세력들 내의 붕당이 여전히 있고, 게다가 이들은 이슬람 근본주의의 영향을 받아 그 뜻을 달리하는 세력들의 사람들을 잡아다가 처형하기도 하였다. 이들 모로이슬람해방전선에서 갈라져 나온 이슬람 과격파들(대표적으로 BIFF-방사모로이슬람 자유전사, 아부사야프 등)은 여전히 기독교도에 대한 공격, 필리핀 정부에 대한 적대행위와 각종테러를 벌이며 저항중이고 MILF에게 따르지 않고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 계속 이슬람 근본 주의적 문제를 일으키며 끊임없이 필리핀 정부에 골칫거리로 남아 있다.

필리핀에서 여길 비난할 때 주로 소년병을 이야기 하지만 이들은 필리핀이 이 지역에서 벌인 온갖 횡포를 보면 그런 말할 자격 없다는 양비론으로 맞선다.
소년병 상당수가 필리핀군 약탈과 강간, 학살 및 필리핀인 횡포에 부모를 잃거나 가난 속에 스스로 들어온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버젓이 소년병 가져다 쓰는 MILF 및 BIFF가 옳다는 건 절대 아니다. 물론, 해당지역 무슬림들이야 필리핀 정부를 증오하며 반론하기 일쑤이니 가서 이런 단체들 비난을 하지 않는 게 좋다.

그러다 보니 필리핀 정부는 이 지역으로의 출입을 제한하고 BIFF나 아부사야프 같은 이슬람극단주의무장단체들에 대한 토벌을 시작했다. MNLF와 MILF 역시 이 무장단체들을 비난하며 필리핀 정부의 토벌을 지지한다. 다만, 서로 적대시 하지만 MNLF와 MILF는 필리핀 정부군과 협조해 전투에 나서지 않는데, 이는 아부사야프나 BIFF가 기독교랑 손 잡았다는 프로파간다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방사모로 자치정부건국으로 필리핀과 협정을 맺을 때 오랜 내전에 치가 떨린 민다니오 무슬림들은 그래도 상당수가 지지를 했기에 이 협정이 이뤄질 수 있었다.

2017년 5월 들어 다에시에 충성을 맹세한 마우테(Maute) 분파가 아부사야프와 함께 민다나오섬의 마라위를 점령했다. 그러자, 필리핀 정부는 민다나오섬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대규모의 군대를 투입해 진압에 나섰다. 이에 MILF는 이슬람극단주의 반군들에 대항해 마라위 시민들에게 인도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필리핀 정부는 방사모로 기본법 제정에 박차를 가한 것이 현재에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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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 엔젤 법률투자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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