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누군가에게 ‘지나간 세월을 되돌아보며 향수에 젖는 것은 나약한 감상’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이맘때면 습관처럼 한 해를 반추하게 된다. 후회를 남기지 말자는 각오로 때론 잔잔하게, 때론 폭풍처럼 정신없이 뛰고 또 뛴 한 해였지만 뒤돌아 보면 아쉽기만 하다. 그래서인지 떠나간 2018년이 더욱 야속하고 아쉽기만 하다. 물론,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으며 모든 일을 뒤돌아보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다사다난했던 2018년을 보내고, 2019년을 맞이하여 필리핀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들의 각 가정에 만복이 깃들길 기원해 본다.
2018년 초 대한민국 주식시장엔 봄바람이 불었다. 2017년 9월 시작된 코스피지수의 거침없는 상승세는 해가 바뀌어도 식지 않았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코스피지수는 2018년 1월 29일 2600포인트에 육박하는 사상 최고치를 찍기도 하였다. 남북화해무드 덕분인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면서 코스피지수 3000포인트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기도 하였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 등 숱한 대외변수로 인해 봄바람은 찬바람으로 바뀌었다. 미국의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금리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렸고, 증시는 출렁였다. 미 연준이 3월(1.50~1.75%)에 이어 6월(1.75~2.00%)로 또다시 인상하자 신흥국 통화가 흔들렸다.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남미 신흥국의 달러화 대비 통화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무역전쟁이 강대강 대결로 치달으면서 글로벌 증시가 더 출렁였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500억 달러(한화 약56조원)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도 같은 규모의 관세로 맞받아친 것이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두 고래(미국,중국)의 싸움에 한국과 필리핀 경제가 새우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을 위축시켰다. 연말이면 증시를 따듯하게 데워주던 ‘산타 랠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도리어,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업무 정지)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등장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휴전에 돌입했지만 여전히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리스트도 여전하다. 2019년 미국의 경기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019년도 국내 뿐 아니라 필리핀 경기는 미국발 악재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러한 위기는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 한인사회에도 먹구름으로 몰려왔는데, 이곳 필리핀 교민사회에도 벌써 그와 같은 불안한 징후들이 도처에서 발생해 있다. 이곳, 필리핀 현지 교민사회 역시 대부분의 소매업체나 영세상인들의 서비스업 등이 타격을 크게 받아 관광사업 종사자나 어학원, 식당 등 대다수의 교민사업자들에게 상당한 어려움을 주고 있음은 언급을 함에 있어서 두말 할 나위가 없다 하겠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이 말하기를 “경제는 심리다”라는 표현으로 압축하기도 했듯, 소비자 및 대중들의 심리상태야 말로 경제에 끼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심리상태가 낙관적으로 전환하게 되면, 소비가 촉진되고, 따라서 기업들도 생산활동을 강화하고 재고제품이 줄어드는 하나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망각해서는 안되겠다. 따라서, 2019년은 한국민으로 하여금 또 하나의 시험무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자. 십수년전 아시아금융위기 때인 IMF체제 하에서 보여준 한국민의 ‘금모으기 운동’이라던지, 항상 위기 때, 총체적인 단결과 단합된 힘으로써 과감하게 위기를 극복하여 전화위복으로 헤쳐 나갔던 한국민의 결집된 정신력이 또한번 필요한 시기라는 점에서 자칫 장기불황으로 치달을 수 있는 작금의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할 수 있겠다.
우리 필리핀 교민사회는 ‘취약한 이민사회의 과도기적인 시기’인만큼 한층 성숙한 단계로의 접근 노력이 강화되어야 하는 시점이 오지 않았는가 생각이 든다. 국가간의 교역규모의 증대는 물론 타방국가에 체류하는 외국인 신분으로서 해당 현지국가의 문화의 동화 및 상호 이해 노력확대는 물론 우리 문화의 전파, 한국인으로서의 선진의식 고취 등 다양한 전도사적인 책임감 등이 수반되어야 한다. 자칫 인종적인 우월감이나 경제적인 과시욕을 가지고서 현지인들을 상대한다면 항상 반대급부적인 불상사들이나 결과물들의 우리 주위에 만연되고 자칫 사회, 문화적 충돌현상들이 촉발되어 전체적인 한국민들의 부정적인 선입견들을 현지인들에게 심어줘 심각한 반감의식들이 현지사회 전체에 만연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고용주의 입장에서는 보다 따뜻하고 격려적인 리더자로서의 자세가 필요할 수 있으며, 직장인의 경우에는 현지동료들과 보다 다가가는 마음자세가 요구되며, 차별과 구별이 아닌 상생의 노력으로 삶을 영위해 나가는 자세가 무척이나 중요시된다 하겠다.
개인적인 내용이지만, 이 글을 쓰는 필자 역시 새해에는 새로운 마음가짐과 노력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는데 다름아닌 주위에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언어적 순화노력을 지속하고 싶다는 것이다. 말 한마디가 때로는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옛 격언이 있듯이 같은 의미의 말 한마디가 사람을 때로는 절망에 빠뜨리기도 하고, 사람을 죽이게 만드는 경우도 있으며, 사소한 이슈를 크나큰 사건으로 몰고 가기도 하는 등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가 때로는 우리네 인생을 좌지우지 한다는 격언을 올해의 좌우명으로 삼고 싶다는 것이다.
지면상, 금년 기해년 한해 필리핀에 체류하고 있는 모든 한국민들의 건강과 행복을 빌며, 슬기롭게 어려움들을 헤쳐 나가길 빌면서 필자가 쓰는 칼럼 한 귀절이 모두에게 자그마한 도움들이 되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새해인사를 대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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