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UP, 의욕저하 유발하는 “계획! 세우지 마세요~"

스트레스 UP, 의욕저하 유발하는 “계획! 세우지 마세요~”

지난 첫 글에 이어 필리핀에서 절대해서 안되는 3가지 중 두 번째인 계획세우지 말기입니다.

여기서 언급된 계획은 자신이나 가족, 미래에 대한 계획이 아닌 처리해야 될 일에 대한 계획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엄마를 쫒아 은행에 갔었을 때는 한국도 무질서 그 자체였습니다. 줄서서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한사람이 끝나면 그 뒤에 몰려있던 사람들 중에 다른 사람이 가서 새치기 하고.... 버스 정류장은 말할 것도 없었지요. 이곳도 번호표나 줄서서 대기하면서 관공서나 은행에서 볼일을 보기 시작한 지가 불과 몇 년 안되었습니다.

컴퓨터는 사용하나 아직도 서류작업이 많은 곳도 이곳입니다.

그 위에 쉬는 날 많고 결근도 많고 법령과 법규도 자주 바뀌고... 어제까지만 해도 잘 가던 길이 오늘은 안된다며 CITOM은 딱지를 끊고...억울해서 따지면 “오늘 신문에 어느 어느 길이 언제까지 좌회전금지다, 이 길로는 못간다.” 하고 발표되었다고 하고....신문 안본 사람이 잘못한 거지요.

관공서나 공무원들이 실수해도 그것을 감당할 재력이나 책임능력 부재로 모든 과실에 대한 뒤처리는 신청자 본인들이 감수해야 하는 곳이 이곳입니다.

그렇기에 이곳에서 서류신청이나 사업이나 무엇을 새로 한다고 하여도 한 사람의 말만 듣지 말고 여러 사람들의 경험을 종합하여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운전면허증도 예전에는 관광비자로 입국한 분도 신청 가능했지만 지금은 안됩니다. 그리고 운전면허증도 프라스틱 면허증이 아닌 (많이 밀려 하루 적정인원 밖에 안해준다네요) 인쇄된 종이를 줍니다.

하지만 그쪽으로 연줄이 있거나 브로커를 통해 대행료를 지불하면 바로 해주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어떤 분들은 바로 해준다고 말하기도 하고 또 어떤 분들은 1년을 기다려도 못받는 분들도 있기에 누구의 말이 정답이고 맞다...고 할 수 없는 불확실한 사회체제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이곳입니다.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고 단 어느 라인을 타고 어느 길로 가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떄문이지요. 문제는 있는데 정답이 없는 나라, 다른 수를 둘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나라가 필리핀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변수가 많이 작용됩니다.

가장 큰 변수로는 사람의 실수, 그 다음으로는 꼼꼼하게 단계별로 허가받고 승인받아야 하는 결제 시스템, 그 다음으로는 돌발적인 요소 등입니다.

사람의 실수는 정말 어이없는 일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학생비자를 신청했더니 그 서류들이 마닐라로 올라가서 분실이 됐다던지... 이 경우 어디서, 누가, 어떻게 분실했는지 밝혀지지 않으므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신청한 학생이 지게 됩니다.

담당자가 날짜나 내 신상정보 등을 잘못 기입해도 그것을 수정할 권한이 없기에 또 수정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실수를 드러내야 하고 층층이 위로부터 많은 결제 절차와 승인절차가 필요하기에 수정이나 정정을 안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9G비자를 신청했는데 이민국장이 바뀌어서, 대통령령으로, 또는 국제관계가 안 좋아져서 허가나 승인이 미루어 진다던지, 며칠 안걸린다고 말해서 그래도 그 날짜보다 일찍 신청했는데 폭우으로 길이 막혀, 태풍이 오는 까닭에, 지진이 나서, 대체 공휴일이다, 세미나다, 결제해줄 상사가 출장 중이다. 담당자가 결석했다 등등 연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기에 오늘하루 관공서나 은행일 한건 처리하는 것으로 하루가 다 가고 서류를 신청해도 신청한 날 따로, 찾으러 가는 날 따로, 뭔가의 이상이나 실수가 생겼다면 또 가야하고...

오늘은 이걸하고, 이번주는 저것들을 처리하고...하는 계획이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IT강국인 한국처럼 모든 것이 전산화되어 있고 또 빨리빨리 근성의 한국사람에 맞게 신속한 일처리로 한국에서는 은행일, 관공서일, 각종 문서신청이나 작업등이 신속하게 이루어져 하루에서 3~4건의 일처리가 가능한데 그것에 길들여진 세부에 갓 오신 신선한(?) 한인들에게 이나라의 시스템은 복장이 터지고 어떻해서든 급행료를 많이 지불해서라도 빨리 빨리를 해 달라고 아우성을 치십니다. 선진국도 한국처럼 일처리가 빠르지 않습니다.

이 나라에 살면서 가장 먼저 내려놓게 되는 것이 이것인 것 같습니다.

내가 아무리 부산스럽게 서두르고 계획하고 재촉한다고 해서 이 사회시스템과 사람들의 인식과 습관들은 바뀌지 않습니다. 본인만 복장터질 뿐이지요.

이런 경험이 조금씩 쌓이다 보면 어느새 속으로는 허탈하고, 열받고, 허무하고 아까운 내시간 하며 슬퍼지더라도 그 안에서 기다리고 인내하며 적응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