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아얄라 몰 안에 있는 루스탕에 갔다.
친구 생일선물을 고르고 선물포장을 맡기려 계산대에 섰는데... 세상에나! 스무 권은 넘게 쌓여있는 르 몯으 드 에르메스(Le Monde D'Hermes)... 대박! 게다가 계산을 도와주던 직원은 웃으며 프리 매거진이니 가져가라고 선뜻 한 권을 내어준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 "너 에르메스 알아?"
르 몽드 드 에르메스는 명품 에르메스의 시즌 카달로그 북이다. 한국에서는 에르메스 VIP고객에게 정기 배송을 하고, 매장을 방문한 고객에게 증정하기도 하지만... 하여튼 쉽게 구할 수 없는 럭셔리 인쇄물이다. 저 카달로그를 수년간 한 호도 빠짐없이 모았다고 진심을 담은 눈빛으로 자랑하던 패션 피플을 인터뷰 했던 기억도 났다.
이천 몇백 페소의 상품을 구매하고 이 카달로그를 이렇게 쉽게 얻다니... 게다가 친구는 옆에 같이 있어서 그냥 가져왔다. 다시 한번 대박...
버킨백... 켈리백...은 다음 생에서 꼭꼭 만나기로 약속하고... 30대 중반에 매년 스카프 하나씩을 사겠다고 맹세했었다. 뭐 그냥... 흔한 억지 '나에게 주는 사치' 그런 거였던 기억이다. 굳고 빛나던 맹세가 세월 흐름을 따라 시큰둥해지고 흐지부지해지는 사이 두세 장의 스카프를 소유했었다.
잊고 지내던 그 아이들이 잘 있는지 한번 찾아봐야겠단 생각을 하며 카달로그를 넘기던 중 오랜만에 '아 좋다!' 싶은 멋진 녀석을 발견했다.
붉은 사막, 이미 생을 다한 마른 나무에 매어져나부끼는 한 장의 스카프. 모든 것이 숨을 멈춘것 같은 공간에서 작은 바람결에 유연히 뿜어내는 강렬한 생명이 느껴지는 한 컷.
상품의 상세 설명을 찾아봤다. 2019년 SS 신제품 '라드 보자기(L'artdu Bojagi-보자기의 예술)'. 한국의 조각보에서 모티브를 얻어 탄생했다는 이 에르메스의 신상 스카프가 눈이 꽂힌 내안목이 뿌듯했다. 게다가 Bojagi란 이름이 어쩜 그리 당당하고 도도해 보이는지... '멋지다!'
그냥 궁금해서 찾아본 가격이... 천불... 쫌 더. 예쁜 보자기야! 널 꼭 손에 쥐어야 널 사랑하는 거겠니? 너의 존재를 알고 너의 이름을 알고 혹 너를 가진 그녀가 내 옆을 스쳐갈 때 '니 덕에 저렇게 환하구나!' 그걸 알아보는게... 나의 사랑이란다.
에르메스 카달로그를 보다 7월24일 3pm, 클릭더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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