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학교에서 돌아온 둘째 딸이 물병을 내놓으며 물었다. “엄마! 우리 물에다 박카스 타요? 물 마실 때마다 박카스 향이 나!” “아니. 결명자가 좀 많이 들어가서 그런가?” 별 생각없이 대꾸했다. 마시는 물만큼은 생수보다 끓인 물을 좋아해서 보리차, 옥수수차, 결명자차를 섞어 매일 끓여 마신다. 나 역시 출근길마다 텀블러에 가득 물을 담아 집을 나선다. 그런데 오늘 운전 중 마신 물에서 미묘한 향을 맡았다. ‘이게 무슨 향이지? 혹시 헬퍼가 세제를 잘 안 닦고 물을 담았나?’ 왠지 찜찜한 생각에 휩싸였다가 금세 무릎을 쳤다. ‘아! 잭푸르트를 잔뜩 얼려놨지!’ 물에 넣은 얼음에 잭푸르트 향이 밴 거였다.
지난 주말 잭푸르트를 사다 손질해 냉동했는데, 두툼한 지퍼백이 없길래 그냥 일회용 비닐봉지에 담은 녀석들을 착착 쌓아 냉동실 한켠을 채웠더니 이미 얼었으면서도 강력한 향을 내뿜어 사각얼음에 밴 거였다. 특유의 향이 강한 잭푸르트이나 두리안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잭푸르트의 시즌이 돌아왔다. 지금부터 9월 초입까지는 거리 노점에서 잭푸르트 파는 광경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조금이라도 더 노랗게 보이려고... 숭덩 숭덩 잘라놓은 과육을 정체가 의심스러운 노오란색 봉지에 밀봉해 놓는다.
잭푸르트는 색이 노랄수록 살집이 두꺼울수록 더 달고 맛있다. 또한 씹을 때 식감이 탱탱하고 쫄깃해 먹는 즐거움과 포만감도 크다. 다만 형용하기 어려운 달근하면서도 꼬리꼬리한 강한 냄새 탓에 슈퍼마켓이나 백화점의 과일 코너에서는 만나기 어렵고, 사방이 트인 거리의 노점상에서야 배를 가르고 당당하게 노란 속살을 드러내곤 한다.
서민의 과일, 거리의 과일... 사실 이 아이는 미래 육류 대체 식품으로의 역할이 기대되는 차세대 슈퍼푸드로 조명받고 있단다. 아보카도처럼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는 과일이며, 실제로 기근으로 시달리는 지역에서 단백질 공급원 식품으로 쓰인다. 또한, 칼슘과 비타민이 풍부하며 마그네슘, 칼륨, 구리 등 미네랄도 엄청 풍부하다.
게다가 제철을 맞은 요즘 원래 소박하던 가격도 더 착해지고, 과육도 더 달다. 얼렸다 먹어도, 본연의 식감과 단맛을 잭푸르트만큼 유지하는 과일이 또 있을까. 냉동실에서 꺼내 녹여도 살캉 탱글 쫄깃한 단맛이 생과일 그대로다.
이렇게 맛있는데 내 딸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냄새 덕분(?)에 냉동실에 차곡차곡 쌓인 저 노란 봉지는 다 내꺼다. 머리가 복잡할 때 나는 잭푸르트를 씹는다. 마른 오징어 찢듯이 결을 따라 사악 삭 찢어서 씹다보면 다시 살만해진다.
잭푸르트 단상 8월 7일 8:20am, 클릭더셔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