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세부에 살아서… 감사한 점을 적어보다

필리핀 세부에 살아서… 감사한 점을 적어보다

친정엄마와 카톡을 주고받던 중에...

친정엄마가 톡에 쓰시길 -

엄마는 그렇게 생각않아요. 한국 사람이 한국에서 살아야지 무슨 차라리 캐나다나 그런 선진국이 배울 것이 있지 우리나라보다 후진국인 세부가 좋냐. 엄마는 기후도 맞지 않고 별로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카톡 이후에 필리핀에 살면서 감사한 점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어떤 경로를 통해서 왔던 세부에 살게 된 것에 감사합니다. 

배울 것이 너무 많은 이 나라에 살게 된 것에 첫째로 감사합니다.

또한 이곳에서 가진 재산 다 쓰게 하신 하나님의 뜻에 감사드립니다. 내 안의 타인을 무시하는 교만을 보았고 돈에 얼마만큼 의지하였는가를 알았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넷째 자식인 막내를 낳은 것에 감사합니다. 한국에서라면 넷째 아이를 낳는 결정을 하고 기르는 일이 무척 어려웠을 것입니다. 세부에서는 물론 내 맘과 같은 이심전심은 어렵지만, 가사일을 도와주는 사람(헬퍼)를 쉽게 곁에 둘수 있어 가사 노동의 고충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는 것도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어려워진 경제 상황과 네 아이를 가진 삶의 책임감과 고난으로 인해 하나님을 찾고 만나게 해 주심에 감사합니다.

이곳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세부는 제가 자라왔던 어린 시절의 한국 상황과 비슷함에 아이들과 나눌 수 있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양철지붕과 철조망과 펌프질하는 수도와 물장수와 장작 파는 곳, 그리고 주변경계를 위해 담벼락 위에 꽂힌 날카로운 유리조각의 풍경까지도...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약게 굴지 않고 머리 굴리지도 않고 시골 촌아이처럼 순수하게 자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이곳에서 자녀를 교육시킬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선진국에서 느낄 수 있고 당할 수 있는 인종차별을 여기서는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사립학교를 다님으로써 이곳 현지 부자들로 부터의 부의 차별이나 나름 학교 생활에서도 편파적인 편애함을 겪고 또 필리핀보다 선진국인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우월감이나 못사는 나라 필리핀에 대한 편견도 경험하게 되고 성장하면서 차별과 우월감 양쪽을 다 느끼고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로인해 많은 사고와 생각을 하며 느끼고 배울 수 있어 감사합니다.

이곳에서 생활이 아이들의 시야와 세계관을 넓혀주는 것에 감사합니다.

경쟁에 치여, 점수나 시험에 쫓겨 살고 대학에 목매는 한국의 교육환경이 아닌 전세계로 눈을 돌려 자신의 경제사정과 전공과 점수에 맞게 학교를 고를 수 있는 그 넓은 선택의 폭을 가질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성장한 이후 대학 진학을 위해 선진국에 가서도 자신이 필리핀에서 자랐기에 타 동남아시아나 후진국에서 온 학생들을 편견과 무시함 없이 대할 수 있는 마음과 자세를 우리 아이들이 갖게 된 것도 감사합니다.

이곳에서 가난함과 빈곤함을 곁에서 보고 느끼게 된 것도 감사합니다.

한국에서는 어쩌다가 아프리카나 아이들을 돕거나 동남아시아로 선교나 구제를 떠나 돕는 것을 크게 생각하고 뿌듯해 하지만 이곳에서는 주변의 현지인들이 다 못살고 없는 사람들이라 구제를 특별히 생각치 않고 크게 여기지도 않으며 나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게 하시고 늘 주변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으며 자라는 것에 감사합니다.

이곳처럼 빈부의 차이가 큰 나라에 살고 있는 것도 감사한 일입니다.

한국에서는 똑같은 아파트에 동네별로 지역별로 비슷한 경제적 사정과 수준의 사람들이 몰려 살지만 이곳에서는 부자들의 빌리지 바로 밖에 빈자들이 같이 더불어 살고 있고 조금만 지방으로 나가도 열악한 시설과 환경을 보고 알게 하시어 내 자신이 얼마나 많이 가지고 풍요로운지를 자각하게 되는 것도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이곳에 살면서 한국인으로 태어났다는 것이 감사합니다.

선진국에 살았다면 한국이란 나라를 더욱더 무시하고 우습게 알고 했을 겁니다. 외국에 그것도 개발도상국에 살다보니 한국이 얼마나 발전한 나라이고 빠르고 편리한 시스템에 한국인이 얼마나 우수한지 알 수 있어 절로 애국자가 되는 점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