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에 받은 선물, 죽음

생일에 받은 선물, 죽음

얼마 전이 생일이었다. 그 무렵 원래 주변사람 챙기기를 워낙 좋아하는, 좋은 동생이 묵직한 꾸러미를 선물이라 내밀었다. 두어 달 전 출간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소설 ‘죽음’과 다른 책들. ‘언니에게 선물하려고 책값만큼의 운송비가 비싼 항공 특송을 이용해 세부에 데려왔다“는 이쁜 생색을 빼곡히 적은 카드와 함께.

생일에 선물 받은 죽음.... 혼자 되뇌이고는 왠지 그로테스크하면서 대조의 패러독스 같기도 한... 그 책에 손이 먼저 갔다. 베르베르 스타일의 챕터 번호 매기기는 이번 신간에서도 여전했다.

챕터 1. <누가 날 죽였지?>

베르베르스러운 첫 챕터에 피식 웃음으로 아는체을 하고 나서 요즘 나는 ‘죽음’과 시간을 을 보내고 있다.

주인공 가브리엘 웰즈는 소설가다. 그는 그의 신작 ‘천년인간’의 첫 문장을 고민하다가 ‘누가 날 죽였지?’를 떠올리며 잠에서 깨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잠에서 깨었지만 사실 그는 죽어있었다. 영혼과 소통하는 영매 뤼시를 만나 식어가는 몸뚱이를 살리고자 노력하지만 몸뚱이는 사망선고를 받고 냉동보관소에 안치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자연사가 아닌 독살이다. 그렇다면 누가 날 죽였지? 가브리엘은 자신을 죽인 사람을 찾기로 결심하고 영매 뤼시는 어쩔수 없이 그를 돕는다. 그 과정에서 생전 형사였던 할아버지 이냐스의 영혼이 가브리엘을 돕는다. 두 권짜리 이 소설의 1권 끝자락을 읽는 중의 대략 줄거리는 이렇다.

한가할 때 잘 들여다보는 유튜브 한국 드라마 3~4분 요약편 중 ‘호텔 델루나’와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불를 때’라는 작품이 아주 흥미롭다. 나중에 시간나면 온전한 드라마를 다 찾아보아야지 싶은데, 이 내용들도 죽음 이후 영혼의 상태를 많이 다룬다.

요즘은 죽음이 가벼워지는 게 트렌드인 듯 하다. 소설과 드라마처럼 영혼과 사후의 세계가 존재한다면 당근 죽음의 무게는 한결 가뿐하겠다.

다시 소설 ‘죽음’으로 돌아가서. 주인공은 많은 영혼들을 만난다. 인기 팝스타나 유명인들의 영혼을 마주치지만 살았을 때의 습성을 지녔을 뿐, 영혼들은 격차가 없는 평행 관계로 설명된다. 개인적으로 그 설정이 좋았다.


죽음을 보다가 8월 11일 3:00pm 클릭더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