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온숙성으로 육류의 꽃을 피우다.
수랏간을 사전에서 찾으면 '임금의 진지를 짓던 주방'이라 풀이된다. 마볼로 저온숙성 고기구이전문점 '수랏간'이 같은 이름으로 개업을 한 이유도 같다.
고객을 임금처럼 대하는 마음가짐으로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대접하겠다는... 수랏상에 오르던 수백 가지 음식을 다 그럴수야 없겠지만, 적어도 고기라면... 숯불에 구워낸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임금이 드시던 그것보다 더욱 보기 좋고, 씹는 맛 좋고, 넘기는 맛 좋도록 선보일 자신있어 내건 이름이다.
지난 5월 30일 마볼로에 문을 연 사랏간은 아시안푸드를 전공하고, 요리가 좋아 한국과 미국에서 요리사로 경력을 쌓고, 또한 레스토랑을 운영해 온 10여년 이상 풍부한 외식이력을 갖춘 오너쉐프 양사장이 수장이다.
생고기만큼 쉬우면서도 어려운 음식이 있을까? 같은 품질의 고기라도 먹는 식당의 분위기, 함께 먹는 사람, 곁들인 술의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오늘 왁자한 드럼통 구이집이 별미였다고, 내일도 똑같은 집을 찾기는 어렵다. 분위기에 따라 상황에 따라 먹는 사람의 마음이 가장 잘 반영되는 음식이 생고기 구이일 것이다.
수랏간은 '고기를 맛있게 먹기 위한' 고기구이집을 표방한다. 고기의 종류에 따라 일정기간 이상의 저온 숙성과정을 거친 숙석 생고기를 가장 적절한 온도의 숯불에 구워, 기호에 따라 고기맛을 살려주는 6가지 소스와 함게 선보인다. 곁들여지는 10가지 밑반찬도 그 맛이 강하지 앟고 담담한 피클과 절임, 나물들이다.
"수랏간의 밑반찬들은 모두 고기의 맛을 서포트 해 줄 수 있는 재료들을 선별하고, 고기와 함께 씹더라도 찬의 맛이 너무 강해서 고기의 풍미를 버리지 않도록 고려했습니다. 저온숙성해게 되면 소고기는 육질이 부드러워지면서, 육향이 짙어집니다. 돼지 경우는 특유의 누린내를 거의 제로에 가까이 잡아주고 육질이 부드러워지죠. 때문에 두께 1인치 이상의 두툼한 삼겹살을 자신있게 내어놓을 수 있습니다."
숯불의 온도를 적외선 온도계로 체크해 빠르고 잰 손놀림으로 뒤집기를 반복하며 구어서 잘라놓은 두툼한 삼겹살 한 점을 들었다. 첫 씹는 맛은 바자작~하고 크리스피한데, 두 번째 부터는 촉촉한 육즙이 입안을 묵직히 채우며 고소하게 퍼진다. 쉐프의 깐깐한 미각으로 셀렉한 1잔에 100페소짜리 하우스 와인 한모금과 곁들이니 육즙으로 감싸인 입안이 담백해진다.
젓가락질이 바빠질 수 밖에 없는 조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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