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하는 한국인의 심리 - “내가 누군지 알아?”

갑질하는 한국인의 심리 - “내가 누군지 알아?”

오늘은 다른 문화권과 구분되는 한국인에서만 고유하게 나타나는 행동에 대해 다루어 보겠습니다. 고려대 심리학과 허태균 교수인 가 쓴 책 "어쩌다 한국인"을 참고로 해서 썼습니다. 이 책 참 재미있더군요. 소장용으로도 좋으니 구매하시길 추천 드립니다.

갑질 문화의 대표적인 사건은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2014년에 발생된 대한항공의 땅콩회항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한항공 비행기가 뉴욕공항에서 이륙하기 위해 공항 게이트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사건이었는데 그 이유가 어느 스튜어디스가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마카다미아를 봉지로 제공했고 이 일로 부사장이 격하게 스튜어디스와 사무장을 나무라는 과정에서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하기 위해 비행기가 회항했다는 사건입니다.

특히 부하직원에 대한 재벌오너가족의 부당한 대우와 행동이라는 측면에서 “갑질의 횡포”라는 주제로 대한민국의 여론을 들끓게 하였습니다.

갑과 을의 관계는 인류의 역사에서 항상 존재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간의 서열과 권력관계는 불평등의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개개인 모두의 일상에서도 항상 갑을 관계가 존재합니다. 식당에 갈 때, 백화점에 갈 때, 차를 주차할 때와 버스나 택시를 탈 때, 대부분의 경우 나를 도와주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약자의 입장에서 우리를 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눈치를 살피고 우리의 기분을 맞추려하고 귀찮거나 불편한 우리의 요구와 행동을 참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돈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돈으로 그들의 서비스를 사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내가 받은 서비스가 돈값을 하기 바랍니다.

서비스 하는 이들의 적절한 행동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고 그 기대가 충족되기를 바라고 그렇지 못할 때 실망하고 화를 냅니다. 내가 지불한 금액보다 돌아오는 서비스나 상품이 좋을 때 요즘말로 ‘가성비가 좋다, 가성비가 갑이다’ 라고 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 기대가 을인 상대방에게도 합당하냐는 것입니다. 갑을 관계의 본질은 갑을관계 자체가 아닌 “갑질”이 문제입니다

한국은 개인주의 보다는 집단과의 화합, 조화, 공존을 중시하는 수직적 집단주의에 가까운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집단의 목표를 우선시하고 위계적 관계를 더 선호하며, 보통 집단주의적인 성향을 가진 문화에서 한 집단이나 조직에 소속된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나 역할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한국사람들은 집단 속의 작은 존재이기보다는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느끼기를 원하고 주어진 역할이나 원칙보다는 스스로의 생각과 판단을 따르는 것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주체성이 강한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만족시킬만한 존재감과 자율권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무시당하는 느낌”에 예민하다고 합니다. 중요한 자리에서 자신의 이름이 불리지 않거나 존재감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할 때 한국 사람들은 분노하고 열받고 짜증냅니다.

이런 한국 사람들의 관계성과 주체성이 수직적 집단주의를 만날 때 단순한 갑을 관계가 고약한 갑질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나와의 개인적인 관계에서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자신의 존재감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면 바로 “ 내가 누군지 알아?”를 외치게 됩니다. 특히 자신의 존재감에 대해 자신이 없거나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은 사람들에게 이런 면이 더 강하게 나타납니다.

한국의 많은 기성세대들의 존재감은 독립적으로 존재하기보다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해왔습니다 누구의 아버지, 누구의 상사, 누구의 친구, 누구의 부하 등등과 같은 수많은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들에게 이런 관계적 존재감이 충분히 느껴지지 않을 때 분노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한국사회에 수없이 일어나고 있는 갑질은 바로 그런 존재감의 상실에서 비롯된 분노가 원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결국 존재감이 약한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감이 위협받을 때, 대개 갑질을 통해 그 관계를 갑을 관계로 규정하고 상대방로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매우 불쌍한 방어적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기업의 오너일가던, 택시를 탄 승객이던, 식당손님이던 이들의 갑질은 “ 너 나 무시하지?” 로 시작하여 “ 내가 누군지 알아!” 를 외치게 만듭니다.

이런 현상은 특히 언어나 문화가 다른 외국에서 같은 한국인을 만났을 때도 나타납니다.

묻지도 않은 한국에서의 자신의 위치와 경력 등을 과장되게 포장하여 표현하던지, 아니면 언어나 문화 여러가지 다른 문제로 쌓이는 스트레스 또한 여행종사자들이나 그 외의 사람들에 대한 갑질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물론 서양보다는 동양, 특히 저소득국가에서는 그 횡포가 더욱 심해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