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상대하기 힘든 자들- 해외 정착 초기의 한국사람들

가장 상대하기 힘든 자들- 해외 정착 초기의 한국사람들

많은 분들이 외국에 나가면 한국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씀들을 하십니다.

그런 이야기의 중심에는 한국사람들의 가족확장형 인간관계, 즉 ‘같은 한국사람이니까 의지하게 되고, 또 당연히 도와줘야 한다’ 라는 심정과 그런 기대 속에서 배반당하고 이용당한 사람들의 경험담이 중첩되어 더 이상 그런 기대로 같은 동족에게 손해보지말고 당하지도 말라는 경고의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위와 같은 많은 경험담들이 외국에서 생활하는 저 자신을 경계심이 강하고 각박하고 따지기 좋아하고 너그럽지 못한 사람으로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선진국이 아닌 이곳 세부에 살면서 가장 힘든 상대는 온 지 얼마 안 된, 정착한지 1년 안된 분들이 많으십니다. 이분들 또한 ‘내가 속나봐라~’, ‘누굴 등쳐 먹을라고 그래?’ 하는 독한 마음가짐으로 사시는 건지 정답을 알려드려도 안 믿으시고 (하긴 이 나라에 정답이 어디 있습니까?) 이 나라에서 당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변수를 알려드려도 한 귀로 흘려들으신 후 정작 그 일을 당한 후에 길길이 뛰는 역동성을 보여주시는 아주 피곤한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세부정착 1년 미만된 분들의 입에서는 한결같이 “한국은 안 그런데...” 란 말이 습관처럼 나오고 이 말이 줄어드는 순간이 정착에 성공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열성을 다해 도와드리고 싶어도 이런 분들은 좋은 마음으로 다가가도 “사기꾼 취급” 당하기 쉽고 조언이나 정보를 알려드려도 잘 믿지 않으시는 반면 귀가 얇으시기 때문에 여러사람들의 말들을 쉽게 신용하는 상대적인 모순에 빠져버립니다.

이쪽에서 열심히 도와드렸다가 본인의 기대치 이상 도와준 사람이 반응하지 못하거나 알려받은 정보와 반대되는 다른 정보를 다른 분들에게 들었을 때에는 “아 저 사람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하네~” 라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도와준 사람을 딴 마음을 가지고 접근한 사람으로 취급하기 일쑤라 이쪽은 이쪽대로 마음의 상처를 입으며 멀어지기 때문이지요.

필리핀, 특히 후진국에 사시는 분들은 아실겁니다.

권력에 따라, 금전에 따라, 인맥에 따라 정보나 환경이나 상황이 자주 바뀐다는 것을요, 선진국이라 해서 필리핀과 그리 크게 다른 점은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사회적, 제도적인 정비가 잘 되어있고 규칙과 규범 안에서 살아가기에 열 받을 일이 적다뿐이지요.

하지만 이곳 필리핀에서는 불가능한 일도 인맥이나 금전에 따라, 그것도 브로커에 따라 금액도 천차만별이고 어느 쪽으로 줄을 섰느냐에 따라 시간이나 금액도 고무줄처럼 늘어났다가 줄어들기에 이곳에서 한국인들 같이 성질 급한 사람들에게 조언이나 도움을 주다보면 “언제 되는데요?” “ 얼마가 드는데요?” 하는 정확한 날짜와 금액을 요구당하기 쉽습니다.

그런 질문에 만에 하나, 아니 자주 이 나라에선 발생되는 일이지만, 일정이 어긋나거나 금액이 올라가기라도 하면 그 정보나 도움을 제공한 나만 실없는 사람이나 믿을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맙니다.

아무리 이유나 상황을 설명해줘도 그건 변명으로 치부되며 이주해 오신 본인들이 같은 상황을 당해보고 실망해보고 열 받아도 보며 경험을 하셔야 차후에 “ 아~ 그때 그 사람이 나한테 말한게 이거구나~” “그 사람이 말해준 게 진실이구나~” 하고 이해하게 되겠지만 이미 그 정보나 도움을 준 사람과는 태평양과도 같은 간극으로 사이가 멀어진 뒤입니다.

이것이 한국에서 갓 오신 풋풋한 정착민들이나 이주자 및 기타 등등의 한국인들이 평판이 안좋은 분들이나 잘못된 분들과 엮이게 될 때에도 강 건너 불구경 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다들 아픈 마음을 부여잡고 “아~ 또 한사람 걸려드는구나, 또 한사람 털리겠구나~” 하는 심정으로 말 못해주며 바라볼 뿐이죠.

괜히 나서서 손해보지 않도록, 당하지 않도록 조언했다가 거꾸로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 눈에 콩깍지가 씌면 누가 옆에서 아무리 말해도 들리지 안듯이 자신이 신용하여 투자하려는 사람에 대해 이상한 모함을 하는 사람의 말은 안 들리거든요. 훗날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뒤에서야 그 흘러간 조언들이 생각이 나지만 이미 외양간은 홀랑 타버리고 소 또한 저~멀리 도망간 뒤의 후회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되지 않기 위해선 교민사회에 적극적으로 합류하여 많은 정보와 인맥을 쌓으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대부분 안 좋은 분들에게 당하는 한국분들의 특징들은 교제 폭이 좁고 한인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이 나라에도 소극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이곳에서 오래 살아온 교민분들이라면 다들 주의하는 질 안좋은 사람들에게 걸려들게 되는 것이지요.

내 재산과 내 마음과 내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이 나라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교회던, 성당이던, 절이던, 아니면 어떠한 단체이던 교민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바랍니다. 그래도 어려움에 빠졌을 때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사람도, 또 도와주는 사람도 같은 한국인뿐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