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속도감이 있는 나라입니다.
그것은 유럽이나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를 다녀보시면 확연히 구분이 되며 체감으로도 느끼실 수 있는 차이입니다.
그 위에 한국인들은 행동이 재빠르고 머리 회전이 빠르며 상황대처능력이 뛰어나고 융통성을 많이 발휘합니다.
그렇기에 한국 내에서 같은 한국인들끼리 한국사회에 모여 있을 때에는 그런 장점들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외국에 나가 그것도 선진국이던 후진국이던 다른 나라에서 여행이 아닌 유학이던 어학연수던 적어도 6개월 이상 살아보면 이런 부분들을 절실히 느끼실 수 있습니다.
아니, 너무나도 당연시 되어왔던 이런 한국의 장점들이 외국생활에서는 우리들의 발목을 잡는, 울화통과 열불이 나게 만드는 적색경보로써 사정없이 한국인들의 성질을 돋우게 하는 것입니다.
세부에 살면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말은... “한국은 안그런데, 한국은 이런데 말이야~”입니다. 물론 압니다. 알지요. 하지만 이곳은 한국이 아닙니다.
이곳에 살면서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은 한국적인 사고방식과 한국의 시스템에 적응되고 당연시 여기어 이곳과 일일이 비교하는 그런 사고와 생각들을 버리셔야 합니다.
세부에 살고계신 교민들이 가장 힘들어 하고 어려워하는 상대가 누구인지 아십니까?
바로 이주해 온지 1년 미만인 사람들입니다. 한국적인 사고방식과 한국의 그 빠르고 신속한 전산처리와 일처리 그리고 한국시스템에 숙달되어 이곳 사람들의 만만디 같은 일처리와 잦은 실수, 그리고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행정상의 허점 등등 으로 너무나도 많은 잘못된 정보들과 그 위에 필리핀에 살고 있는 교민들에 대한 불신감 등이 마치 비빕밥처럼 뒤범벅이 되어 아무리 바른 정보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주고 알려주어도 “어떤 사람은 이렇게 해서 됐다던데...”, “이렇게 하면 된다던데...“ 등의 도움은 안되나 말들만 많은 주변 분들의 정보만 믿고 ”한국은 이런데...여기는 왜 이러나“ 하며 불평과 불만과 불신으로 이 필리핀의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잘 못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도 이런 경우가 반복되다 보니 즉 이쪽에서는 지금껏 이 나라에 살면서 경험한 일들과 이 나라 사람들과 이 나라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들을 설명하고 주의를 주고 경고를 하여도 자신들의 생각으로 꽉 차 있어 잘 들리지 않는 겁니다.
그러다 결국에 우리들이 예언(?)한 대로 본인 또한 세부에 살고 있는 우리들과 다르지 않게 같은 실패와 실수를 한 후에 그때서야 교민들의 충고와 조언들이 이해되고 들리기 시작하지요.
단지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수업료를 이 나라에 지불하지 않길 바랄뿐이지요.
이곳에 와서 자리 잡으려고 준비 중이신 모든 분들과 이주 초창기의 분들, 그리고 사업이나 장사를 준비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가장 드리고 싶은 말씀은 내 뜻대로 되는 것도 없고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없는 이 나라에서도 언젠가는 됩니다.
그러니 마음 조급히 먹지 마시고 절대로 한국적인 마음가짐이나 한국의 시스템과 비교하지 마시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날 하루하루 살아가십시오. 너무 많은 계획을 세우시는 것도 금물입니다.
하루에 한 가지만 해나가고 이루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한국에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도 바쁘게 힘들게 살아오시지 않으셨습니까?그렇기에 이 느긋하고 여유롭게만 보이는 필리핀에 매료되어 이 나라로 오신 것 아닐까요?
부디 그 초심들을 잊지 마시고 유치하고, 어리고,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나 쾌활하고 상냥한 이 나라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나 또한 유치해지고 생각도 어리고 단순하게 가지셔야 합니다.
한국에서 얼마나 치열한 경쟁과 비교와 긴장감으로 살아오셨습니까?그렇게 살아오다가 느긋하고 여유로운 이 나라의 그런 부분이 부러워 이주해 왔으면서 실제로 생활 곳곳에서 그런 면이 우리들의 울화를 돋우나 스트레스 받게 하고 나를 힘들게 합니다. ㅎㅎㅎ... 마치 결혼생활 같지요?
결혼하면 행복해질 것 같고 마냥 좋을 것 같은데 상상과 현실은 다르죠.
그래도 그런 결혼생활 가운데에서도 비록 희로애락은 있지만 그 과정을 통해 결혼생활을 잘 유지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난 이렇게 살기위해 결혼한 게 아냐~" 하고 중도에서 하차하시는 분들도 있죠.
물론 경제적인 사정과 성격차이 등등의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요.
외국 이주생활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듯이 이곳에 사는 이상 이 나라에 적응하고 이 나라 사람들과 더불어 이 나라의 법규와 제도에 맞춰 살아가야 합니다.
관공서나 일처리에 걸리는 그 기나긴 시간들을 열받지 마시고 멍~~~하니 앉아 멍도 때리시고 주변 사람들 구경도 하시고 한국에서는 누리지 못했던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한국에서 세웠던 계획들과 처리해야 할 일들과 모든 인간 관계들이 세부로 옴으로써 해소되고 탈피되는 이 기회에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가지 마시고 현재의, 지금의 세부생활을 마음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내려놓음과 멍 때리기... 자신에게 안식을 줌으로써 새로운 기회와 새로운 도약을 시작할 힘과 지혜를 얻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내려놓음과 멍 때리고 싶지 않아도 그런 상태로 억지로라도 만드는 그런 묘한 매력(?)이 이 나라엔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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