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하고 질 좋은 막창요리 전문 식당, 아침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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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하고 질 좋은 막창요리 전문 식당, 아침이슬

당신은 언제부터 막창 아니 소와 돼지의 부속물들을 먹기 시작했나요? 누군가 묻는다면... 음~ 내 경우는 20대 중반부터 일 것이다. 물론 그전에도 부모님이 드시던 내장구이나 전골에 젓가락을 담근 기억은 있지만. 막창, 곱창, 대창 등등. 딱히 내 스스로가 좋아서 마구 골라 먹진 않았다.
20대 중반 한참 눈빛이 반짝이던 사회초년생 때의 일이다. 당시 내가 일하던 잡지에 원고를 기고하던 깐깐하기로 유명한 한국사학자가 한 분 계셨다. 그 분의 원고를 받기 위해 나는 매월 한차례 씩 북한산 정상이 보이는 그의 집을 향해 등산을 해야 했고, 그렇게 받아온 원고지 원고를 컴퓨터에 입력하다가 단 한 글자의 오타라도 나면 서슬 퍼렇게 달려온 필자의 불호령에 잡지사 편집실이 뒤집혔었다. 젊은 기자가 마뜩치는 않지만 시간이 '정'이라서인지 어느 날 저녁을 사겠으니 왕십리로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전철을 타고 상왕십리역에 내려 골목을 헤집고 찾아가니 선생님은 돼지막창 굽는 연기 가득한 그곳에 홀연히 앉아 막걸리 사발을 비우고 계셨다.

"오기자 왕십리가 왜 곱창이 유명한 줄 아는가?"
"근처에 도축장이 있어서 신선한 내장을 공급 받을 수 있어서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신선한 내장만 있을까, 신선한 고기도 많겠지. 이곳이 곱창골목이 된 이유는 삶의 맛을 아는 가난하고 고단한 사람들이 왕십리에 많아서라네. 이 막창이란 걸 구우면 양념냄새에 희석된다고는 하지만 특유의 쿰쿰하고 꼬리한 내장 냄새를 감출 수 없거든. 왕십리 주변서 삶터를 이어가는 사람들도 하루 종일 흘린 땀내를 훔치고 훔쳐내도 온몸이 녹초가 되는 저녁시간이면 꼬리 퀘퀘한 체취에 감싸이지. 내 췌취를 닮은 막창 굽는 냄새는 향긋하지 않아도 친근하거든. 은연 중 막창 익는 냄새에 끌려 나도 모르게 선술집 문은 넘어선단 말이네. 이 볼품없는 음식이 연탄불 위에서 익으면 허기가 목구명까지 차오르니 얼른 한 점 집어 먹고, 다음 젓가락질을 준비하는데, 당최 입 속의 막창이 살살 녹아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고 질겅질겅 씹히기만 해. 아~ 내 삶이 이놈의 막창 같구나! 씹어도 씹어도 질기기만 하구나 하는 생각에 약간 서글퍼지려 할 즈음 말이야, 입 안에 고소한 맛이 감돌거든. 기름진 막창의 고소함이 씹히고 씹힌 후에 맛을 드러내지. 그럼 또 어떤가. 질기고 고단한 삶이지만 그 속에서 막창의 고소함처럼 삶의 제 맛이 녹아있음을 알게 되지. 그래도 살만 하구나! 그렇게 오늘의 고단한 삶을 위로하고 내일을 버티는 힘을 준다네. 이 막창이."

그때 그 자리가 어떻게 마무리 되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 후로 나는 무작정 막창이 곱창이 좋아졌다. 처음 한 점 입에 넣고 씹을 때면 혼자 생각한다.
"오늘 내 삶은 어떠했지? 이렇게 질겼나? 이렇게 고소했나? 그래도 소주 한 잔에 막창 한 점 곁들이고 있으니 오늘도 잘 살았나보다." 이렇게 막창은 힐링 푸드가 되었다.
모처럼 제 맛 나는 막창을 앞에 두고 있으니 사족이 길었다.


스무 번의 솔길로 비천한 내장이 최고의 막창으로 탈바꿈

바삭 만다위에 위치한 한식당 '아침이슬'에서는 지난달부터 돼지 막창 소금구이, 양념구이, 소곱창 구이, 야채 곱창 등 다양한 신메뉴를 갖추고 '부속고기 전문점'을 표방한 영업을 시작했다.
아침이슬이 막창, 곱창 등 부속고기를 전문으로 취급하게 된 계기는 아침이슬 조삼호 대표의 편애에서 출발했다고. 젊은 시절부터 내장 등 부속고기를 즐겨 먹던 그는 세부에서 15년 이상 외식업에 종사해 왔다.
항상 마땅한 곱창 등 부속고기 맛을 즐길 수 있는 음식점이 세부에 부재한 상황을 안타까워했던 그는 5년 전 '곱창가'라는 부속고기 전문 식당에 도전하기도 했단다.
조대표가 오랜 시간 관심을 가지고 찾아낸 루트를 통해 세부 현지에서 공급받은 부속고기들은 질적으로 최상품만 취급한다. 또한 이렇게 들여온 식재료들이 손님상에 나가기까지는 최소한 20번 이상 그의 손길에 의해 씻기고 다듬어진다.
막창 애호가들이야 막창 특유의 냄새도 좋아하지만, 한식을 즐기러 온 현지인과 외국인, 그리고 막창이 낯선 교민들의 겨우는 그 냄새를 역하게 느끼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아침이슬의 막창구이는 바로 옆 테이블에서 막창을 굽고 있어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 만큼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또한 주인장의 노력에 의해 탕생한 대구 곱창식 된장 소스는 잘 구어진 쫄깃한 막창의 맛을 더욱 깊고 고소하게 업그레이드 시킨다.
막창의 가격도 1인분 300페소로 낮게 책정했다. 최상급 막창을 사용하고 20번 이상 손질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메뉴이지만, 막창은 '서민다운 가격'에 즐겨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조대표의 신념이기 때문이다.

촉촉 뽀얀 속살 가오리찜, 뱃속을 위로하는 뜨끈한 잔치국수

부속고기 전문점을 표방하기 위해 메뉴개발에 힘쓴 100일여의 시간동안 '아침이슬'의 새 얼굴이 된 메뉴는 2가지가 더 있다. 초등학생 딸이 좋아해 만들어놓고, 안면 있는 손님들에게 서비스 삼아 대접하다 추천메뉴로 등극한 '간장게장' 그리고 어머니가 해주시던 홍어찜에는 못미치지만 홍어 맛에 대한 그리움을 채우기엔 충분히 만족스러운 '가오리찜'이 그것이다. 얼큰한 찜 소스에 수북이 올린 숙주를 곁들여 먹는 가오리 찜은 고객의 취향에 따라 삭힌 맛과 부드러운 맛을 골라 먹을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아침이슬이 작년 오픈한 이래 단골들에게 알음알음으로 소문난 음식은 따로 있다. 종종 썬 김치 맛이 물씬 밴 감칠맛 나는 멸치 국물에 말아나오는 잔치국수. 막창이나, 고기류 등 다른 메뉴로 배를 채우고 나서도 이 잔치국수 하나를 먹어야 제대로 먹은 기분이 든다는 것이 단골들의 중론이다.

"왜 상호를 아침이슬로 하셨나요? 식당이름으론 조금 낯설게 느껴집니다." 조삼호 대표에게 물었다.
"매일매일 신선한 재료를 써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겠다는 내 의지를 담은 가게이름입니다. 밤새 비바람이 지나간 아침에도, 열대야로 지글지글 끓는 밤은 보낸 아침에도 수풀을 손으로 살짝 쓸어보세요. 항상 아침이슬이 맺혀 있습니다. 365일 맺히는 깨끗한 아침이슬처럼 365일 같은 마음과 다짐으로 손님들을 맞이하겠다는 일종의 주문같은 이름입니다. 허허허" 소탈하게 웃으며 막창 한 점에 소주를 곁들이는 그의 모습이, 요즘 연일 브라운관을 채우는 유명 쉐프들의 얼굴보다 더욱 믿음직한 베테랑 '식당주인'으로 느껴진다.

■ 아침이슬 : 0927-847-9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