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 라훅, 엄마가 해주던 그 맛 까치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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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해주던 그 맛, 세돌 맞은 까치분식

까치는 한국인에게 가장 친근한 새다. 늦가을 뒷동산의 감나무에 달린 감을 따다가도, 꼭대기 언저리 몇 알의 바알간 홍시는 '까치밥'으로 놓아두었다.
까치는 우리의 설화 속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길조다. 먼저 삼국유사에 보면 신라 소지왕 때 왕비가 한 스님과 내통하여 왕을 살해하려 하였는데 까치, 쥐, 돼지, 용의 도움으로 이를 모면하였다. 그런데 쥐, 돼지, 용은 모두 12지에 드는 동물이라 기념할 날이 있지만 까치만 빠졌기에 설 전날을 까치의 날이라 하여 '까치설'이라 이름 지었다는 이야기가. 또 까치는 까마귀와 함께 칠월칠석날 사랑하는 견우와 직녀가 만날 수 있도록 머리털이 벗겨지는 고통을 참아가며 오작교를 놓았다. 조선시대 백성들의 집집마다 걸어놓던 민화 '까치 호랑이' 그림에서도 까치는 호랑이의 머리 혹은 그 윗편에 당당히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까치를 좋은 새로 여기는 가장 큰 이유는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믿음에 근거한 게 아닐까 싶다.

우리가 사랑하는 '까치'에 관한 좋은 이미지, 좋은 기분을 그대로 이어가는 분식점이 세부에 있다. 세부시티 라훅에 위치한 '까치 분식'이 그곳이다. 금번 7월로 개업 3주년을 맞았다.
까치 분식은 반가운 손님을 데려오는 까치의 마음으로, 항상 반갑고 정갈한 음식을 준비하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까치분식의 대표음식은 손만두국, 돈까스, 쫄면이다. 이외에도 해장국이나 김밥, 떡볶이, 덮밥 류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손만두국은 까치분식을 돋보이게하는 메뉴라고 자신한다.

어떻게 그렇게 자신만만하냐고 묻는다면...
당당히 얘기할 수 있다. 까치 분식이 문을 연 3년 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즐기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까치 분식에 손만두국을 찾아가는 날은 몸이 찌뿌둥하거나, 으실으실 감기 기운이 좀 느껴지는 그러니까 피곤하거나 기운이 없는 날이 많다. 엄마 음식이 그리운 그런 날이래도 맞겠다.

손만두국을 주문한다. 그러면 현지 스텝이 주문을 받는 동시에 냉장고에서 다양한 재료들을 꺼낸다. 밀가루 반죽, 빨갛게 양념된 만두 속, 핑크빛 케이스에 얌전히 놓은 홍두깨까지.
밀가루 반죽을 다선 덩이를 한덩이 한덩이 떼어 저울에 올려 무게를 맞춘다. 동글동글 빚어 밀가루를 묻힌다. 홍두깨로 둥글고 편편한 만두피를 빚는다. 만두피에 너무 꽉짜지도 않고 너무 축축하지도 않게 무쳐진 만두 속을 듬뿍 채운다. 그리고 날렵한 손놀림으로 통통하고 먹음직스럽게 모양을 잡는다.
이 모든 과정이 약 5분여동안 이루어지는데, 만두를 밎는 손놀림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치 만두를 빚던 한국에서의 어느 명절 앞자락을 회상하듯, 피로한 심신에 위안이 된다.

이내 만들어진 통통한 만두들은 슴슴한 멸치국물을 바탕으로 한 육수에 푹 끓여져 먹음직스럽게 앞에 놓인다. 만두 한알을 건져 순가락으로 반을 가른다. 꽉 채워졌던 만두 속이 기다렸다는 듯 발갛게 터진다.
만약 기름지고 고기 냄새 풍부한 만두를 기대한 이라면 까치 분식의 만두에 실망할 수도 있겠다. 이곳의 만두는 집에서 해 먹던 맛 그대로의 김치가 가득한 김치 만두이기 때문이다.

만두를 빚기위해 김치를 담그고 그 김치를 다지고 짜내어 적당히 고슬지게 만든 뒤, 방법대로 손질한 숙주며 채소, 고기와 잡채가 총총 썰어져 김치 속에 버무려 진다. 김치 외에도 많은 재료가 들어가지만 그 재료들은 스스로의 맛이 튀어나오지 않는다. 오직 맛좋은 김치만두 속이 만들어 질 수 있도록 조력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만두기에 만두전문점에서 사먹던 맛이 아니라 엄마가 만들어주던, 한 자리에서 열 개를 집어먹어도 느끼하지 않던 집에서 빚은 그 김치만두의 맛이라고 하겠다.
담백한 국물에 촉촉히 젖은 만두 다섯알과 매끈한 떡국떡, 뜨끈한 국물로 배를 채우고 나면, 몸살 약을 먹고 누운 것보다 기운을 차리는데 도움이 되어 왔다. 내 경우는 말이다.

"돈까스도 직접 고기사다 이틀에 한번 혹은 하루에 한번씩 만들어 놓고, 쫄면도 분식집 쫄면이라기 보다는 집에서 만들어주던 그런 맛에 가깝다고 해요. 제가 엄마니까, 집에서 아이들만들어주던 그 맛과 그 마음으로 만들어서 그런가봐요." 까치 분식의 양젬마 사장은 부드럽고 은근한 어투로 특별할 것 없어 더 특별한 까치분식의 영업비밀을 소개했다. 엄마의 손맛을 닮은 까치분식의 세돌맞이를 축하며 열돌, 서른돌이 넘도록 지금같은 맛과 푸금함이 감도는 세부 맛십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사심을 가득 담아서 말이다.


■ 까치분식 : 032-520-50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