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대사관 '외국인 납치 모의' 정보, 여행시 안전 유의 당부
지난 3일 주필리핀 미국대사관은 필리핀 세부섬 등에 자국민의 납치가 우려된다며 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관은 3일 미국민들에게 "이슬람 극단 테러리스트들이 필리핀 중부 지역 섬에서 외국인 납치를 모의하고 있다"며 방문을 피할 것을 경고했다.
미 대사관이 지정한 곳은 세부 섬의 달라겟과 산탄데르, 인근 수밀론 섬 등이다. 이곳은 필리핀 중부 보홀과 두마게테에서 멀리 떨어져있지 않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 중 하나다.
미 대사관의 여행주의보에 이어,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도 '납치와의 전쟁'이라는 캐치프레이를 내걸고, 납치 범죄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4일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닐라의 한 호텔에서 열린 행사에서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이제 마약 공급량이 크게 줄었다. 그런데 그 바보들이 이제 (마약대신) 납치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이건 새로운 게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주 동안 마닐라의 오래된 차이나타운인 비닌도에서 몸값을 요구하는 6건의 납치 범죄가 있었다고 전하면서, 납치범들을 향해 "신의 하수인들이 기다리고 있다. 밖에 나오지 마라. 불운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경고는 미국이 대표적 휴양지 세부의 남부지역에서 테러단체의 납치가 우려된다는 여행 경보를 발령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주필리핀 미국 대사관은 지난 3일 홈페이지를 통해 테러단체들이 달라겟, 산탄데르 등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세부 남부지역에서 납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대사관은 "이들 지역의 방문을 피하고 개인 안전에 유의하라"고 자국민에게 당부했다.
필리핀 대통령실도 성명을 통해 세부 남부에서 불특정한 납치 계획에 관한 보고가 있었으며, 이에 따라 이 지역에 보안이 강화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누가 납치범죄를 계획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미국 대사관과 필리핀 당국도 밝히지 않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아부사야프 등 반군세력들이 주로 남부를 거점으로 외국인 납치와 살해 등을 일삼고 있다.
미국 대사관의 자국민 여행주의공지에 이어, 영국과 캐나다 대사관도 자국민을 대상으로 같은 주의보를 발령했다.
주세부분관에서도 지난 5일 교민들과 관광객을 대상으로한 카카오톡 공지를 통해 필리핀 세부남부지역 여행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켰다.
베렌토 수밀론 블루워터 리조트의 총지배인은 "미국 대사관의 여행객 안전 공지 이후, 세부 남쪽 지역에는 15명의 군인과 60명의 투어경찰이 충원 배치되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여행객들은 납치 등의 우려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밝히고, "여행안전 공지가 있긴 했지만, 그로인해 리조트의 예약이 취소된 사례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블루워터 리조트에서 1주일째 투숙 중이라는 프랑스 부부는 "물론 뉴스를 들어 상황을 알고는 있지만, 여기에 머물면서 두렵거나, 위협을 느낀 적이 없다. 만약 그런 느낌이 있었다면 바로 이곳을 떠났을 것이다"라고 수밀론에서 편안한 휴가를 즐기고 있다고 밝히며 "너무 많은 경찰들을 마주치는 게 조금 불편하기는 하지만, 우리의 안전을 위해 애쓰고 있는 만큼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세부 남부지역 중 오슬롭과 수밀론은 세부를 방문한 한국 관광객들도 많은 수가 찾아가는 곳이다. 매일 먹이를 먹으러 오는 고래상어를 바다에서 직접 볼 수 있는 여행상품과 수밀론 섬에 단독으로 들어선 럭셔리 리조트인 수밀론 블루워터의 투숙 혹은 데이트립을 위해서다. 하지만, 각 국의 대사관이 피랍위험을 우려하는 지역으로 지정한 만큼 가급적이면 해당지역의 여행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하지만 피치 못하게 해당지역을 방문하게 된다면, 단체행동과 안전 수칙 준수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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