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 한인사와 맞닿은 30년 발자취를 찾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시부한인교회 사진으로 엿본 그 시절 세부 한인사회

지난 9월 28일 시부한인교회는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다. 시부한인교회는 조용하지만 알차고 성대하게 30년의 발자취를 축하했다. 초창기 창립 멤버 교인들이 한국에서 찾아와 창립 30주년 감사예배에 참석하고, 열심히 준비한 교인들의 음악회와 교회 활동에 관한 30년 사진전도 함께 열렸다.
기자는 안타깝게도 당시 행사 정보를 놓쳤다. 이후 시부한인교회 박지덕 담임목사를 만나 30주년 역사와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전시되었던 사진자료를 열람할 수 있었다.

세부 한인사와 맞닿은 30년 발자취를 찾다.jpg 왼쪽 시부한인교회 초창기 제2회 교인 수련회 단체사진. 가운데 1986년 세부 치대, 의대, 약대에서 공부하던 유학생들이 성경공부 모임을 만든 것이 시부한인교회의 초석. 오른쪽 시부한인교회 창립 예배 기념 사진.

1986.12.

시부한인교회의 첫 태동은 1986년 12월 세부에서 유학중이던 기독교인 13명이 박찬희씨 댁에서 성경 공부와 토론을 위한 모임을 만들며 시작되었다.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 세부에서 그때는 기독교 교회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중국인 기독교회에서 영어로 예배를 보았지만 종교적인 목마름을 채울 수 없었던 이들 한인 13명이 성경공부 모임을 구성해 매주 토요일 오후 7시 모임을 지속적으로 모였다.

1987. 9.

세부로 선교를 왔던 남후수, 김활령, 하도례 선교사들이 현지에 기독학생 모임이 있는 것을 알고 주일예배를 집도하며 9월28일 세부한인연합교회(Cebu Korean Union Church)로 명명하고 '시부한인교회'로 칭하며 1대 김형규, 남후수 목사가 공동 담임목사로 창립 예배를 드렸다. 당시 창립예배에 참석한 인원은 30명이었다.
30년 전 세부에 거주하던 한인들은 대부분 대학 유학생이었다. 치대, 약대, 의대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 수십여명이 세부 한인사회의 첫 구성원들로 세부한인연합교회가 생기면서 교회가 그 구심점이 되었다.

1994. 10.

시부한인교회 제4대 박지덕 담임목사가 부임했다. 박지덕 목사는 같은 해 7월 서울 한양대학에서 열린 전국 선교사 대회에서 남후수 선교사를 만났고, 필리핀 세부한인교회에서 사역할 목회자를 찾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 길이 자신이 가야할 길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당시는 직항이 없었어요. 마닐라에서 우여곡절 끝에 세부에 도착한 시간이 저녁이었습니다. 택시를 타고 가는데 가로등은 너무 희미하게 어둡고, 막탄은 아예 비포장 도로였고 A.S 포추나도 포장이 된 도로가 없었어요. 흔들흐들 덜컹덜컹 숙소까지의 길이 참 멀게 느껴졌습니다. 저야 사명을 가진 목회자라 희망과 기대의 길이었는데... 그날 밤 아내는 기어이 눈물을 펑펑 쏟아내더군요. 그렇게 사흘을 울었습니다. 우는 아내를 달랠 겸 잘 알아들을 수도 없는 코미디 영화를 보러 갔던 기억이 나네요."
당시의 세부 한인사회는 '우연히 한국인을 만나면 그렇게도 반갑고 좋을 수가 없었던 때'라고 전한다. 한국마트나 한국식당이 없던 탓에 한국인을 만나면 집으로 끌고 가 밥을 해먹고 같이 이야기 나누는 게 '세부 사는 낙'중 하나였다.
"교회는 전도를 하잖아요. 당시는 말씀만큼이나 김치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교인들이 매주 수십 킬로의 김치를 담아 가지고 봉지봉지 담아 교회를 오시는 분들께 나누어 드렸습니다. 맛있게 먹었다는 인사에 신이 나서 서로들 힘든 줄도 모르고 김치 담고, 나눠 주고 그랬답니다."

2005. 2.

지금의 시부한인교회가 지어지고 입당 예배를 가졌다. 가정집 모임으로 시작해 현재의 교회를 건축하기까지 18년 동안 시부한인교회는 10번이나 이사를 다녔다. 교회 건축 후 매주일 예배 후 교인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도 이 해부터다.

2017. 11.

창립 30주년 행사를 치른 후, 시부한인교회에서 박지덕 담임목사와 마주 앉았다. 시부한인교회의 4대 담임 목사로 세부 생활 24년을 넘긴 박목사의 소회가 궁금했다.
"우리가 잘 얘기를 하잖아요. 세부는 이곳의 삶은 사람을 보내고, 보내고 또 보내는 곳이라고. 터를 잡고 거주하는 한국인들보다 잠시 머물다 떠나느 분들이 더 많은... 지역적 행정적 특성상 참 많은 정든 이웃을 보내며 지냈지만 돌려 생각하면 그만큼 또 많이 맞이하며 살아오기도 한거 아니겠어요. 찾아오는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앞으로도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세부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반기는 시부한인교회, 그 목회자의 길을 걷는 것이 저의 소명이라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이 아닌 이국의 낯선 땅에 자리를 잡고 끈기와 근성의 터전을 이어간 한국인 이민사는, 공식적으로 1902년 12월 22일 제물포에서 출발한 증기선 갤릭호를 타고 3주 후 하와이 호놀룰루에 발을 디딘 104명의 조선인이 그 시작이었다고 한다. 비공식적으로도 일제 강점기 연해주나 중국으로 건너간 조선인으로부터라하니 대략 120년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로 시부한인교회는 30주년을 맞이했다. 그 안에 담은 의미는 비단, 종교적인 연륜과 기록만이 아닌 우리 한국인의 세부살이 30년의 체취가 물씬 스며있었다. 한 세대가 교체된다는 긴 시간 30년. 그 시간 속 세부 한인사회를 구성하고 이끌어온 모든 분께 박수를 보내며 역사가 되는 시간의 무게를 다시 한번 가늠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