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관이 재외국민을 도울 수 있는 범위와 한계는?

백선교사 체포와 가이드 미성년 성추행 등을 통해 본
영사관이 재외국민을 도울 수 있는 범위와 한계는?

영사관이 재외국민을 도울 수 있는 범위와 한계는.jpg 외교부와 우리 재외공관(대사관, 총영사관)에서는 해외에서 불의의 사고나 범죄를 당하여 어려움에 처한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에서 우리 국민이 사건, 사고를 당한 경우, 해당 국가의 법률과 제도가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국제법상의 원칙이빈다. 이러한 원칙에 의해 재외공관은 해외에서 어려움에 처한 우리 국민을 지원하면서 국가간 조약과 해당국가의 법률 등을 준수해야할 의무를 지게 됩니다.
또한, 수익자 부담의 원칙과 국내 거주하는 국민이 일반적으로 우리 정부로부터 받는 혜택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여 재외국민이 스스로 또는 연고자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우에는 공관에서 도움을 드릴 수 없습니다.
따라서 재외공관의 영사서비스 제공범위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점을 이해하시고, 해외여행 시 무엇보다 본인의 안전을 위해 만전을 기대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영사는 이런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 사건・사고 발생 시 현지 경찰에 신고하는 방법 안내
● 현지 의료기관 정보 제공
● 현지 사법체계, 재판기과,ㄴ 변호사 등 전반적인 정보 제공
● 체포・구금 시 현지 국민에 비해 차별적이거나 불합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현지 당국에 요청
● 여행자의 국내 연고자 연락 및 필요시 긴급 여권 발급 지원
● 긴급 상황 발생 시 우리 국민 안전 확인 및 피해자 보호 지원

영사는 이런 도움은 드릴 수 없습니다.
● 재외공관 근무시간 이후 시간대(ex 심야, 새벽, 휴일 등)에 무리한 일반 민원 영사서비스 제공 요구
● 금전 대부, 지불 보증, 벌금 대납, 비용지불(의료비, 변호사비 등)
● 예약대행(숙소, 항공권 등)
● 통역 및 번역 업무 수행
● 각종 신고서 발급 및 제출 대행
● 경찰 업무(범죄 수사, 범인 체포 등)
● 병원과 의료비 교섭
● 사건・사고 관련 상대 및 보험회사와의 보상 교섭
● 구금자의 석방 또는 감형을 위한 외교적 협상
● 한국 수사관 또는 재판관 파견
● 현지 수감자보다 더 나은 처우를 받도록 해당 국가에 압력 행사
● 범죄 징후가 없는 단순한 연락 두절자에 대한 소재 파악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발췌한 영사조력범위 즉, 외국에 있는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영사업무의 범위다.
최근 필리핀은 그야말로 핫한 감자다. 지난 5월30일 불법무기소지혐의로 체포된 백선교사의 사건, 6월 세부에서 여행도중 9살 딸이 현지 필리핀 가이드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건, 최근 2년 전 몸값을 노리고 납치했던 현지 경찰에의해 피살된 고 지익주 씨의 배우자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어려운 법정공방과 암울한 심경을 토로하면서...

불법무기 소지로 체포된 백선교사의 경우는 필리핀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심심찮게 오르내리는 셋업범죄를 추정하고 있다. 무기와는 전혀 관련 없는 선교업무만을 진행해온 선교사인데다가 최근 국제학교 설립을 두고 부지 문제로 현지에서 한국인과의 분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체포된 백선교사의 가족들이 주필리핀 대사관에 협조를 구하고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한 국민청원을 올리며 이슈화하여 한국 현지 뉴스 보도 등이 이어지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

주필리핀 대사관에서도 이례적으로 일정별 영사조력 현황을 언론에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3일 대사관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5월31일 부터 시작된 영사조력을 통해 6월25일까지 총 7차례의 면담과 재판 참석, 탄원서 제출 등 영사 조력에 경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 2018년 5월31일. 백 선교사의 처는 대사관의 긴급전화로 연락해 백선교사가 필리핀 경찰에 의해 체포되어 안티폴로 경찰서에 구금되어 있다고 하면서 도움을 요총하였다. 담당 영사는 백 선교사를 면담하였다. 또한, 백 선교사 면담 직후, 안티폴로 부서장과 면담을 통해 백 선교사가 동 영장 집행이 불법적이라는 주장을 강력히 전달하면서, 체포영장 발부와 관련된 수사서류를 최대한 빠른 시일 내 통보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중략>
▶ 2018년 6월6일. 담당 영사는 안티폴로 지방법원에서 개최된 백선교사에 대한 공판에 백선교사의 처와 함께 참관하였으며, 공판 종료 후, 담당 영사는 백선교사의 처에게 공판 결과에 대해 설명하면서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하였다. <중략>
▶ 2018년 6월21일 및 6월25일. 대사관에서는 필리핀 경찰청장, 지방경찰청장, 안티폴로 경찰서장, 경찰위원회, 법원행정처장에게 백 선교사가 체포되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요소가 없는지에 대해 면밀히 조사해 줄 것과 백 선교사의 신변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써줄 것, 수색 영장이 왜 지역적 관할권이 없는 법원에서 발부된 것인지에 대해 설명을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하였다. 대사관은 향후에도 백선교사 본인 및 가족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백선교사의 공판 진행경과 및 교도소 이감 등 신변 안전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영사조력을 지속할 예정이다.

지난 6월 중순, 세부 여행에서 9살 딸아이가 성추행을 당했다는 아버지의 국민청원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가면서 이 역시 큰 이슈가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사건도 점차 흐려지는 양상이다. 사건이 일어난 곳이 한국이 아닌 필리핀 세부이기 때문에 현지의 적법한 고소가 있어야 수사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미성년인 까닭에 대리인인 아버지가 세부 현지의 고소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시 이곳에 찾아와 현지 경찰에 직접 고소를 진행해야 하면 이러한 과정에서 국제법사응로 세부 영사관(주 대한민국 분관)의 적극적인 조력이 어려운 까닭이다. 세부 영사관에서도 본 사건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피해자의 아버지가 직접 현지 고소를 진행하고 법적인 절차에 따라 소송을 진행할 경우 최대한의 조력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년 전 고 지익주씨 사건을 보면 더욱 안타깝다. 피해자의 가족은 인터뷰를 통해 "두테르테 대통령이 사과를 하고 그렇게 지난해 9월, 재판이 시작됐고 곧 가해자들이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를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재판은 연일 지연됐습니다. 낯선 나라, 낯선 언어, 낯선 법. 필리핀 형사 절차가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현지 통역과 변호사는 비용문제 등으로 오랫동안 선임하기 힘들었습니다. 현지 변호사는 필리핀은 법 특성상 정부 대상 손해배상 소송이 성립하기 힘들다는 조언 아닌 조언을 해줬습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백선교사 건에 대한 우리 대사관의 적극적 대응은 필리핀 재외국민의 입장에서 격려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아직은 외교부 홈페이지 속 영사조력 범위의 내용 중 "재외공관의 영사서비스 제공범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점을 이해하시고, 해외여행 시 무엇보다 본인의 안전을 위해 만전을 기해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부분이 세부에서 오늘을 사는 우리가 자신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을 고지하는 것 같아... 입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