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여행객 대상 ‘폭행 유발해 합의금 챙기려는 유행 사건 증가’
20대 중반 남성 A씨는 8월 초, 친구 3명과 함께 4박 5일 일정으로 필리핀 세부로 자유여행을 왔다. 여름휴가였다. 세부여행을 계획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많은 자료를 찾아본 결과, A씨와 친구들은 일정이 자유롭지 못한 패키지보다는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자유여행이 더욱 낫겠다는데 만장일치였다.
세부에 도착해 막탄에서 호핑과 다이빙을 즐기고, 세부시내 관광과 쇼핑몰 투어도 즐겼다. 여행 이틀째 되던 날 오후, 한 친구가 클럽에 가보자고 제안했다. 춤과 음악 그리고 젊음으로 어우러진 이국적인 클럽문화를 체험해 보자는 것이었다. 모두들 뜻을 모았고 오후 10시경 세부에서 핫하다는 클럽을 찾아갔다.
일행들이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귀청을 울리는 음악에 몸을 싣고 있는데 갑자기, 한 필리핀 청년이 다가왔다. 이것저것 질문하던 현지 청년은 돌연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마시는 술병을 툭툭 건들며 “니네 나라로 돌아가 놀라”는 식으로 비양거리던 그는 A씨의 친구 중 한명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건드렸다. 화가 난 A씨와 친구들이 항의를 하자 돌연 그 현지 청년의 일행으로 보이는 5명이 한꺼번에 나타나 위협을 가하던 중 쌍방의 폭행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모두 경찰서로 연행되었고, A씨와 친구들은 경찰에게 현지인들이 먼저 시비를 걸어왔다고 항의했지만, 서툰 영어와 낯선 경찰 행정 절차에 도무지 적응할수 없었다. 현지인들은 한국 청년들의 폭행으로 일행들이 모두 다쳤다고 진술했고, 경찰은 쌍방이 합의하거나 합의에 실패하면 고소를 진행하라고 중재했다. 그러자 다짜고자 현지 청년들은 1인당 치료비 명목으로 7만 페소 씩을 요구했다. A씨와 친구들은 그쪽에서 먼저 시비를 걸어왔다고 항변했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증거가 없었다. 만약 합의를 하지 않고 고소를 통해 법적 시시비비를 가리자니, 이틀 후 한국으로의 출국을 연기해야만 한단다.
결국 A씨 일행은 억울하지만 회유와 합의 과정을 거쳐 현지인들에게 1인당 3만 5천 페소 씩을 지불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고 이후 일정대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최근 한국의 휴가철을 맞아 세부에도 더욱 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다. 이러한 피크 시즌을 맞아 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도 더욱 성행하고, 새로운 유형의 범죄도 생겨나고 있다.
주세부 분관 사건사고팀 홍갑의 팀장은 위의 사례와 비슷한 건의 ‘한국인 폭행 연루 후 합의’형태의 사건 최근 3건 이상 발생했다며 한국 관광객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20~30대의 남성으로 클럽 등 늦은 시간 영업하는 술집을 찾는 자유여행객이 그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경우는 우발적 갈등에 의한 쌍방폭행일 수도 있지만, 이미 설계된 범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다. 폭행의 대상자가 된 현지인이 요구하는 합의금이 일반적인 현지기준에 비해 너무 과한 액수를 제시하는 까닭이다. 이들은 대개 1인당 10~ 7만 페소 사이의 합의 금액을 처음 제시하고 가해자로 여겨지는 한국인이 이들과 합의하는 최종 금액은 약 3~5만 페소 사이라고 한다.
“우연한 쌍방갈등으로 보기에는 합의가 되는 금액이 현지 실정에 비해 과도한 편입니다. 또한 폭행피해자로 합의를 도출하는 현지인이 대개 3~5명 이상 여러 명인 것도 이미 계획된 상황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지 않았었나 의심이 되는 부분입니다.”
또 다른 경우를 살펴보면, 세부에 여행을 온 한국인들이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대화와 즉석 만남을 연계하는 앱을 이용해 상대방에 대한 정보없이 SNS상에서 즉석 만남을 실행하는 경우가 최근들어 많은데, 이로 인한 실랑이도 생각보다 많이 발생하고 있다. 정보가 부족했던 상태에서 만난 상대가 서로의 기준에 맞지 않는 경우, 혹은 여성인 줄 알고 만났는데 남성인 경우, 데이트 비용에 관한 다툼 등 다양하다. 이런 문제들이 결국은 금전적인 방법으로 해결되고 있다. 이외에도 세부에서 365일 매일 일어나는 쇼핑몰이나 식당에서의 가방, 물품 절도사건도 관광 피크시즌을 맞아 크게 늘었다. 물놀이 사건사고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 100만 명 이상의 한국인이 세부를 다녀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제주도 가듯 편안하게 세부를 찾는다.”고 말한다. 세부를 두 번 이상 재방문하는 한국인이 늘어나고, 여행 및 현지에 관한 정보가 넘쳐나면서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 상품보다 자유여행을 계획하는 방문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자유여행은 말 그대로 현지를 자유롭게 여행하고 즐길 수 있는 여행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사건 사고를 맞닥트리는 순간 매력적이고 여유로운 세부는, 낮설고 공포스러운 타국 타지일 뿐이다. 만약의 문제가 발생했을 상황을 대비한 기본적인 안전정보와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 2월2일부터 8월2일 사이 6개월 동안 세부 지역에서 총 112명이 총격에 의해 사망했다. 그중 92명의 피해자는 용의자 특정이 되지 않았다. 요즘 세부에서는 평균 하루반나절 마다 한 명씩 총에 맞아 죽고 있다는 것이다. “빗맞은 총에 맞을까봐 겁난다.”는 교민들 사이의 우스갯소리가 하나도 우습지 않은... 현재 세부는 치안 불안 상황이다.
세부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물론, 관광객을 직접 접촉하는 관광업계 관계자, 세부를 찾는 여행객 개개인도 세부에서의 안전을 위한 경계와 예방이 더욱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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