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클로반,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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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 가는 하이옌 피해자에 인천시와 굿피플... 도움의 손길을 내밀다

그날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다. 자식을 잃었다. 손주를 잃었다. 집이 무너졌다. 학교 지붕이 날아갔다. 용돈이 생기면 쪼르르 달려가 1페소짜리 사탕을 사먹던 사리사리 스토어 벽이 무너져 내렸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일터를 잃고 생활의 일부분이, 평온하고 한결 같았던 일상이 그날 이후 사라졌다.

태풍 하이옌은 그렇게, 타클로반의 많은 해안가 도시를 훓고 지나갔고 그 상처는 아직도 이곳저곳에 흉물스럽게 남아 있다.

태풍 하이옌 재난 발생 직후, 굿피플 필리핀 남부지부 부지부장으로 수차례 타클로반을 드나들어야 했던 전경출 씨는 당시 상황을 "쓰나미에 휠쓸려 익사한 시체들이 거리에 널려 있었다. 그 냄새가 얼마나 지독한지 말도 못할 상황이었다. 굿피플 구호팀은 시체들 틈바구니에서 먹고 자고 해야했다."라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에 비하면 최소한의 정리는 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복구'라는 단어를 쓰기가 민망할 지경이다. 하지만 많은 봉사단체들이 이곳을 떠났고 잊혀져 가고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인천시, 사마르 2개 지역에 구호품 전달

지난 8일 굿피플(필리핀 지부장 조윤수, 필리핀 남부지역 부지부장 전경출, 해외팀 박지혜)과 함께 필리핀 타클로반 사마르 2개 지역(바사이-Basey, 마라붓-Marabut) 구호품 전달차 필리핀을 방문한 인천시 국제협력실 아시아팀장 백인호(행정 5급), 전수연(행정 7급)씨가 타클로반을 찾았다.

인천시는 하이옌 태풍 피해 소식을 접한 직후 바로 태풍 하이옌 피해 성금 모집을 하였고 1차로 2013년 12월 4일 필리핀 알바이주 살세다 주지사가 인천을 찾았을 당시 현금으로 66,000불을 전달했다. 이후 모인 성금 27,426,800원을 알바이주 살세다 주지사에 전달하려 하자, 피해규모가 더 큰 사마르의 2개 도시를 도와줄 것을 부탁받았다. 이에 인천시는 굿피플에 협조를 구해, 구호품 전달 행사를 준비했다.

개당 600페소 상당하는 구호팩에는 쌀 5Kg, 캔 10개, 라면, 설탕 1Kg이 들었으며, 1가정에 하나의 팩이 증정됐다.

해당 구호품은 바사이 지역에 1000키트, 마라붓 지역에 100키트가 나누어졌다. 행사는 아침 9시에 시작되어 오후 늦은 시간까지 계속되었다. 구호품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가족들이 모두 와서 기다렸고 부모나 조부모가 태풍 이후에 크게 다치거나 누워있어서 아이들이 배급표를 가져와 구호품을 받아가는 경우도 많았다.

받아가는 아이들의 표정은 환하고 밝았다.

"우리에게도 기회가 와서 감사할 따름이다. 코리아에서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구호품을 받고 기분이 좋아진 아이 하나가 쪼르르 달려와 아는 척을 한다.

복구, 10년은 걸릴 것

공항에서 착륙 직전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타클로반의 많은 집들이 천막 지붕을 얹어놓은 상태였다. 레이테주 탕 도지사는 해당 피해의 복구에 10년은 걸린다며 "크고 작은 피해를 다 구호할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라도 잊지 않고 찾아주는 마음이 고맙다. 벌써 많이 잊혀지고 있는 듯하여 안타깝고, 향후 이들을 어떻게 도울지가 걱정이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한인회 이원철 이사장의 말처럼 "지속성"이 가장 주요하다는 말과 앞으로 '10년'이라는 말에 타클로반에 가까이 있는 우리들 만이라도 그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잊지 않고 가끔 돌아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