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사실 필리핀 첫 여행지가 바기오 시티이다. 그만큼 바기오시티는 한국에서부터 나의 관심과 동경의 도시였다. 해발고도 1600미터 이상의 고산지대에 위치한 바기오를 가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멀고도 긴 여행길, 그 끝자락에서야 도착할 수 있는 지역이다. 지금은 좀 그래도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고속도로가 일부구간 개통되어 마닐라에서 디럭스 버스로 약 5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데 처음 방문 당시는 약 7~8시간을 버스를 타야 겨우 도착할 수 있는 오지 바기오였다.
아무튼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필리핀에 도착하여 다시 버스를 타고 도착한 바기오시티는 나에게 자연의 크고 웅장한 하늘과 산, 그리고 구름을 즈려 밟고... 한국의 한 여름을 스산한 가을 기온을 느낄 수 있는 바기오에 해가 저무는 저녁시간에야 당도하게 되었다.
바기오시티에 대한 일반적인 소개로 지난번 연저 ⑤에서 언급했듯이 필리핀 루손 북부지역의 대표적인 관광, 교육, 은퇴 이민도시이다.
마닐라에서 약 280킬로미터 떨어져있으며 무엇보다도 연평균 온도가 17~24도 정도이니 19세기에 금광을 찾아 이곳을 발견한 스페인사람들이나 외국인으로서는 미국인이 병을 고치러 휴양 차 이곳을 찾았다는 기록을 볼 때 바기오 시티는 그야말로 거대한 자연 속에 숨기어져온 천혜의 히든 도시이었음이 분명하다. 그 이후에도 이곳 도시를 설계하기위하여 미국 워싱턴 D/C의 설계사 다니엘 번함(Daniel Burnham)를 초빙해와 여타의 도시지역을 설계했는데 지금도 시내 한 복판에 상징적인 번함 공원(Burnham)이 자리하고 있어 관광객들과 시민들의 안식처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필자는 당시 바기오의 여러 군데군데를 눈 여겨 살폈던 바기오를 두 차례에 걸쳐 여행담을 나누고자 한다.
먼저 버스가 평지 도로에서 바기오시티를 오르는 버스길은 여타 어느 여행지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버스가 산길을 오르는데 자그만치 한 시간 정도를 S자 코스를 수없이 반복하며 오르는데 좌, 우측 버스 창가로 구름이 손안에 잡힐 듯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시야에 들어오는 산 계곡에는 군데군데 폭포수가 쏟아져 나오는 장관을 연출한다.
그래서 바기오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의 가슴을 더욱 흥분케 만들고 기대에 찬 여행을 꿈꾸게 만든다. 이튿날 잠에서 일찍 깬 나는 청아한 가을 공기를 만끽하며 필자가 묵은 호텔 가까이 있는 캠프 존 헤이(Camp John Hay)를 아침 산책하였다. 이 캠프 존 헤이는 미군 주둔 시 캠프 겸, 고위 관료 별장을 건축하였으며 지금은 골프장으로도 활용하고 있는 쾌적한 힐링 타운이다. 특히 이 지역은 소나무를 극진히 관리하고 있으며 잘 조성된 콘도미니움과 편의시설은 명성에 걸맞게 자연의 생리를 잘 다스린 설계와 오랜 세월로 간직해온 곳곳의 풍치는 그날 필자가 즐긴 아침산책에서의 아침이슬에 빛을 더욱 발하고 있었다.
필자는 어딜 가나 늘 그곳의 로컬 시장을 찾는다. 시장을 가보면 그 지역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포인트를 짧은 시간에 파악할 수 있다. 바기오 시장(Baguio Public Market)은 바기오를 담은 큰 그릇에 속한다. 많은 관광객들을 거기서 만날 수 있고 바기오에서 생산되는 유명한 은세공제품도 거기서 만날 수 있고 이 바기오 지역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도 거기서 느낄 수 있다. 고산지대 온갖 과일의 풍성함을 맛보는 재래식 백화점인 셈이다. 손재주 좋은 필리핀 사람들의 수공예 제품에서 철공제품, 자연나무로 빗은 가구 등 없는 것 빼고 모두 진열된 시장 구경은 여타 관광지보다 그 재미가 쏠쏠했고 필리핀 도한 우리 재래식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깍고 깍아주는 가격흥정 대거리의 모습을 보면서 다를 것 없는 사람의 정서를 풍요롭게 느꼈다.
시장은 물질사회에서 오가는 기초적 거래라는 장소적 개념도 있지만 사람들의 삶의 터전으로 인생의 철학과 살아가는 물밑 아름다움이 공생하는 곳이기도 하다. 필자는 이곳 시장을 다니면서 필자의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약 50여년 전 초등학교 어린 시절 필자는 어머니를 따라 종종 시장을 따라 다녔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시장터는 한마디로 사람들의 인간 시장이다. 물건을 매개로 팔고 사는 거래의 장소이지만 인간들이 모여 삶의 공동체를 이루어가는 현장이기도 하다. 물건을 팔려고 하는 사람이나 살려고 하는 사람이나 구경하는 눈으로 즐기는 사람이나 무언가 공통분모를 가지고 모여드는 시장에서는 삶이 이어지는 정거장이기도 하고 얻어지는 유익함으로 풍성한 삶의 고전적인 안방이기도 하다. 이야기도 있고 풍류도 있고 웃음과 해학이 있는 곳이 시장인데 이곳의 바기오 시장도 동일한 환경을 바탕으로 시장이 주는 또 하나 필리핀 고유의 정서가 흠씬 배인 곳이었다.
다음호에 바기오의 '마인즈 뷰(Mines View)'와 대통령 별장인 '맨션하우스(The mansion House)' 그리고 필리핀 육군사관학교를 차례로 구경한 이야기로 계속한다.
1989년 '현대시학' 등단시인 자유여행가 현 A.O.G 필리핀 비사야지역담당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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