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원 헌드레드 아일랜드' 여행길에서 바로, 루손 중부지역에 중심도시인 '앙헬레스'에 도착했다. 저녁 늦으 시간, 앙헬레스의 '다우' 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산다는 프랜드쉽 거리 어느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이동하는 시간동안 차창밖으로 내다본 시내 풍경은 필리핀 중소규모 여느 다른 도시와는 달리 외국인들이 길거리 BAR에서 한가하게 술을 마시며 즐기는 모습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또한 술집들이 즐비한 거리 현란한 조명은 이 도시의 특별한 밤문화의 분위기를 대변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이 '앙헬레스'란 도시는 마닐라에서 북쪽으로 약 8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팜팡가'주의 한 도시에 속하며 클락은 이 '앙헬레스'도시 안에 과거 미군들이 주둔하던 캠프지역을 일컫는데 지금은 완전 개방된 이 지역을 자유경제특구로 지정하여 활발한 경제활동의 중심가로 자리잡고 있다. 이 '앙헬레스'에서 서쪽으로 한 시간 남짓 가면 또 하나 아름다운 해안도시가 나오는데 이곳이 '수빅(SUBIC)'이란 곳이다. 필자는 이 지역에서 약 일주일간을 머물며 관광명소와 지역의 역사를 살펴보기로 하였다.. 먼저 앙헬레스 지역에서는 '클락 민속촌', '피나투보 화산'과 '푸닝온천', '미모사 골프장'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필자의 눈을 마음껏 팔아보기로 했다.
여행길에서 만난 코피노(KOPINO)
'앙헬레스'엔 한국인들이 제법 많이 살고 있었다. 주로 학업, 비즈니스, 관광(골프) 등의 목적으로 체류하고 있는데 그 중에는 한국에서 관광을 왔다가 혹은 학업으로 왔다가 현지 필리피나와 사랑의 불장난으로 태어난 '코피노'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왔다. 그런데 여행 첫날 이 코피노를 만나게 되었다.
이 코피노 엄마는 당신 민속촌에서 작은 선물 가게 점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나이는 불과 22세. 아이는 세 살. 그러니까 이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열 아홉 살에 낳은 것이다. 아이를 보는 순간, 이 아이의 얼굴에서 코피노임을 직감했다.
아이 엄마와 아이는 약간의 경계의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며 뭔가를 물어보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었더니 역시나 그 아이의 아빠는 당시 한국인 학생이었고 아이를 임신 한 후 아빠를 만나 볼 수 없었고 연락이 끊긴 가운데 이렇게 3년째 싱글 맘으로 힘겹게 살아가노라고 털어 놓았다.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혼자 키우느라 삶에 지친 흔적들이 역력했고 아이는 어딘가 모르게 텅 빈 가슴을 가진 외로운 눈망울이었다.
누가 이런 가정을 만든 것인가? 한 한국 젊은이의 잘못된 일탈로 인하여 젊은 엄마와 아이는 버려져 있었고 바로 곁에 있어야 할 아빠를 그리워하는 고아 아닌 고아의 모습에 필자의 마음을 적잖게 우울하게 했다. 진정한 사랑으로 결합된 가정 안에서 태어난 아이가 아니라 한낮 불장난의 열매로 태어난 코피노의 현재를 바라보니 필자의 가슴을 더욱 뒤흔들어 아프게 했다. 이런 코피노 가정이 필리핀에 수만이 있다고 하고 이들은 이미 떠난 아빠를 찾아 경제적으로 나마 도움을 받아보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 사랑은 고귀한 것이다. 하지만 사랑없는 욕망은 이 사회를 어둡게 하는 주머들이다. 코피노 아빠들은 '나 몰라라' 지난 시절 호기였던 듯 그들을 회면해 버리지 말고, 가장 근본의 양심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이들의 삶을 돌아보는 최소한 도리로서 지난 날의 실수를 돌려 갚아야 할 것이다.
앙헬레스 야시장 탐방
역시 장돌뱅이의 기질로 먼저 앙헬레스 '야시장'을 찾았다. 이곳에는 없는 게 없다. 여기서 파는 물건들이 다채롭고 이채롭다. 먹거리는 물론 패션, 과일, 온갖 공구, 군용장비까지 판다. 필리핀 로컬 지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우까이(Ukay)' 상품들은 서민들의 즐거운 시장터이다. 중고품이기에 가격도 저렴하고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시장이어서 현지인들에게 인기 최고 아이템이다. 옷가지 한 점에 25페소에서 100~150페소 정도인데 이중에는 잘 고르면 아주 좋은 '우까이'를 만날 수 있다. 이 시장에서 만난 어떤 젊은 친구는 여기 있는 물건으로 군 부대 하나를 창설할 물건을 다 구할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만큼 없는 물건이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비정상적인 유통의 상품도 많다는 것을 뜻한다.
필리핀 사람들이 대체로 어수룩하게 느껴지지만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머리가 빠르고 계산적이다. 특히 외국인에게는 바가지를 씌우다가 사면 그만이고 아니면 말고 식이다. 그래서 보통 깎아서 사는 것이 손해 안보는 구매 방법이다. 필자는 그때 야시장에서 산 100페소짜리 점퍼를 지금도 가끔 입으면서 당시를 추억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시작이자 종점인 곳 시장, 이곳 앙헬레스의 야시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래서 시장은 갖가지 이야기가 있고 애환도 있고 해학도 있다. 배고픈 곳을 채울 수도 있고 우리의 필요를 채울 수 있는 삶의 재상산 공장이기도 하다. 필자는 여기서 채운 에너지로 앙헬레스 주변 볼거리와 역사, 그리고 그 이야기를 계속 이어 나가고자 한다.
1989년 '현대시학' 등단시인 자유여행가 현 A.O.G 필리핀 비사야지역담당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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