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여행기⑫ : 팔라완(Palawan) - 자연이 빚어

필자는 팔라완을 여행하기 위해 몇날며칠을 준비하면서 밤잠을 설쳤다. 사전 여행정보를 찾기도 하고 나름 유익한 여행코스를 짜내느라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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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완은 필리핀에서 5번째로 큰 섬에 속하며, 때 묻지 않은 순전한 천혜의 섬으로 알려져 있으며 여러 개의 아름다운 대명사를 가지고 있다. 그 중에 나는 '남태평양의 보석'이라고 극찬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팔라완의 푸에르토 프린세사(Puerto Princesa)에서 가까운 지하강(Underground River)같은 경우, 이미 1999년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었고 세계 7대 자연경관에도 선정된 관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팔라완을 가기 위해서는 마닐라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반 정도 날아, 하늘에서도 팔라완은 그 모양이 '외로운 쪽배 같은 섬' 모양을 하며 기다랗게 누워있었다. 필자는 제일 먼저 답사하기로 한 코스 '지하강'에서 가까운 시내 리조트에서 하루 밤을 지내고 언제나 새로운 곳에 발을 딛는 설레임을 메고 출발했다. 지하 강은 주도에서 약 81킬로 떨어져 있으며 지하 강을 가기위해 사방 보트 선착장에서 약 20분쯤 들어가야 도착할 수 있었다. 거길 도착하여 보트에 2인 1조의 관광객들과 함께 타고 서서히 지하 강으로 향했다. 필자는 강이 지면 아래로 흐른다는 자체에 경이감도 있었지만, 지하 강 입구부터 펼쳐지는 괴암 절벽에 간간히 핀 꽃들이며 원시림으로 빼곡히 둘러싸인 주위의 천혜의 경관에 압도 되고 말았다.

우리를 태운 보트는 서서히 지하 강 안쪽을 진입하는데 갑자기 어두워지는 분위기는 더욱 마음을 긴장케 하면서 보트맨들이 중간 중간 지하 강 천정을 비추는 빛의 끝에는 수억년을 지내온 석순과 종류석이 고드름처럼 매달려 있었다. 보트 맨들이 이끈느 곳곳마다 형언 할 수 없는 모양의 신비로 숨 막히는 시간이 계속 이어졌다. 때로는 박쥐가 머리 위를 날아갔고 때로는 머리 위로 낙수 물이 떨어졌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는 약 8.2킬로미터 구간의 지하강 중 우리를 태운 보트는 중간 기착지를 돌아 나오는 길로 움직이는데, 손에 잡힐 듯한 풀꽃들과 괴암 조형들이 파노라마로 이어지며 자연과 인간이 합일하여 신비한 만남을 즐거워하는 탄성이 저절로 쏟아져 나오는 시간이었다. 이 지하 강은 계속 흘러 흘러 남중국해로 빠져 나간다는 가이드의 말을 들으면서 동굴 속에서 느낀 오싹한 기분이 너무 아쉽게 끝나버린 1막 1장의 그야말로 퍼포먼스 같은 시간이었음을 지금도 기억한다.

그곳을 그냥 떠나오기가 너무 안타까운 나머지 혼자 지하강 주변을 산책하면서 느낀 것은 팔라완은 다른 섬들과 달리 우선 떠오르는 아이콘으로는 '원시림', '산', '동굴', '폭포' 등이라는 것이다. 바다의 물빛도 다른 어느 지역 바다 물빛보다 선명하고 수정같이 맑아 형형색색 산호초들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지하 강 주변을 거니는 동안, 이럴 땐 종종 그랬듯이 머릿속에 시심이 떠올랐다.

네 아름다운 여인이여
긴 치마 자락 속에
유리 같은 속살을 출렁이며
신호초와 나누는 열정의 사랑,
어두운 지하 강에 숨어
오늘도 지나가는 객의 눈길을 비상케 하는
양귀비 같은 팔라완이여!

사실, 팔라완 지역은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역과 '엘니도' 지역이 대표적 관광지로 구분된다.
그 중에서도 '지하 강' 투어는 다른 지역에서 경험 할 수 없는 여행의 백미로 장식되고 있고 '엘니도' 지역은 그렇게 볼거리 보다도, 외딴 섬에 숨죽이는 적막한 고요를 사랑하는 낭만의 여행지로 손꼽히고 있다.

까닭에 필리핀에 신혼여행지로 추천하라고 하면 단연, '팔라완' 지역을 손꼽는다. 스 만큼 신혼의 순수함과 천년을 두고 사랑을 고백 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허니문 리조트도 한 몫 하기 때문이다.

후편에서는 팔라완 북쪽 끝 외딴 섬 '엘니도'를 살펴 본 이야기로 계속 이어가고자 한다.

글 : 등필(이윤주)
1989년 '현대시학' 등단시인 자유여행가 현 A.O.G 필리핀 비사야지역담당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