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여행기⑬ : 팔라완(Palawan) - 엘 니도(E

멀고도 외로운 쪽배 같은 섬 팔라완

자연과 인간의 합일... 그 어울림으로 더 아름답다. 엘 니도(El nido)

필자는 푸에토로 프렌세사(Puerto Princesa) 지역을 둘러본 다음, 오래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순수함 그대로가 남아 있는 섬', 엘니도(El nido)로 향했다. 여기를 가려는 여행객들을 위하여 가는 길을 먼저 간단히 소개한다. 우선 마닐라에서 경비행기를 이용하는 방법과 팔라완 푸에토로 프린세사에서 육로로 이동하는 방법이 있다. 경비행기로는 마닐라공항 소리아노(Soriano)에서 19인승 경비행기가 운항하고 있고 동남아시아 항공 'Seair' 경비행기로도 한 시간 반이면 직접 '엘 니도'에 도착할 수 있다.

그리고 푸에토로 프린세사에서는 산호세(뉴마켓)에서 에어콘 빵빵하게 나오는 '로로/Roro' 버스로 긴 시간 주변의 경관을 마음껏 즐기며 편안하게 이동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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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니도'섬은 필리핀 남서부제도 북쪽 끝 바쿠잇 군도에 위치하며 2억 5000만년 된 석회암 절벽과 밀가루 같은 고운모래 사장이 비단결처럼 펼쳐진 45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엘 니도'란 이름은 스페인 사람들이 처음 이 섬을 발견할 당시 석회암 기암절벽 속에 무수한 제비들이 둥지를 틀며 서식하는 것을 본 후, 이 섬의 이름을 스페인어로 '둥지' 라는 뜻으로 '엘 니도'라고 지었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 누구나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더욱이 여행가나 탐험가들은 이런 곳에 대한 모험심으로 끊임없는 도저능ㄹ 토앟여 묻혀있는 신비와 비경의 자연을 인간 앞에 드러내어 자연과 인간들의 만남을 주선한다. 이 '엘 니도'는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함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부끄러움이 많은 '처녀의 섬'이었다. 하지만 이젠 여러 사람들에게 입소문으로 알려지기 시작하자 너도 나도 '엘 니도'를 찾는 자유 여행객이 부쪽 늘어나면서 신혼의 밀월, 허니문 여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여행지로 손꼽힌다.

필자는 '로로 버스'를 타고 '엘 니도'에 도착하여 유럽피안들인 눈에 많이 띄는 '돌라록' 비치 리조트에 도착했다. 이곳은 호화로운 럭셔리한 리조트가 아니라 하루 밤 묵는데 500페소 정도에 숙박할 수 있는 민박촌이다. 이곳은 '엘 니도' 타운 밀리노 공항에서 남서쪽 해변에 위치하고 있고 트라이 사이클로 약 15분 정도 거리에 50~60가구가 밀집한 곳이다. 필자는 이곳에서 가히 입을 다물게 하는 그 날의 아름다운 일몰(Sunset)을 조망하며 오붓한 행복감 속에 귓가를 속살거리는 탱고의 음악소리와 함께 보냈다. 이튿날, 투어로는 '미나록' 섬의 '라군'이라는 지역을 살피는데 무엇보다도 바다를 품고 허리가 잠긴 석회암 기암절벽이 자연의 예술로는 가히 상상 할 수 없는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라군' 지역은 석회암 절벽으로 둘러싸여 만들어진 호수 공간인데 카약을 타고 돌아다녀보니 마다가 아닌 마치 긴 동굴 속의 신비를 어루만지는 착각의 기분이 들었다. 바다의 물빛은 어느 지역 물빛과 비교가 안된다. 투명, 순수, 깨끗 그 자체였다. 필자를 태운 이 바다 위를 거니는 백조 같은 카약은 군데군데 섬세하게 살피게 해주었다.

필자를 안내하 현지인 가이드는 다시 나를 '마틴록' 섬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시크릿' 비치로 데려갔따. 거기는 절벽 사이사이에 작은 홀이 생겨난 곳인데 안내인이 자꾸만 그 구멍 사이로 들어가 보라고 권하던 까닭에 어설픈 개구리 헤엄으로 가까스로 들어가 보았다. 그야말로 비밀스런 요정같은 공간속에 나의 온몸이 밀착되어 손이 닿은 자연의 나이테를 어루만지며 즐거워하였다.

필자가 이 '엘 니도'를 돌아보면서 느낀 것은 '자연과 인간의 합일'이다. 태고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인간의 몸으로서 닿는 순간, 우리는 일컬어 '합일'이라고 말한다.

세워을 가늠할 수 없는 시간 가운데 형성되어온 석회암 기암절벽과 그 사이 둥지를 틀고 생명을 보전해 온 새들, 그리고 이를 기이하게 여기며 사랑으로 몸짓으로 그들의 품에 자유를 만끽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우주공동체 일원이 되어 조화를 이루어간다는 생가기 들었따. 인적이 없는 이곳 '엘 니도'를 상상해보았다. 한마디로 흑암만이 존재하는 무섭고 두려운 상상만이 남는다. 자연은 사람들을 불러 친구하며 새들은 그들의 노래로서 화답하며 사람들은 그들의 숨겨놓은 속살 같은 신비를 즐거워함으로 하나 되고 깊어가는 적막한 '엘 니도' 섬에서 인간과 자연이 서로 주고받는 모습을 보고 또 보았다.

글 : 등필(이윤주)
1989년 '현대시학' 등단시인 자유여행가 현 A.O.G 필리핀 비사야지역담당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