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여행기⑳ 작은 희망, 솟대의 도시 올목(Ormoc

레이테에 오래 살다보니 자연스레 많은 이야기 거리가 있어 3편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번에는 레이테 서부지역 유일한 조그만 항구도시 '올목'(Ormoc)에 대해 소개하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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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테 외부지역에서 내륙으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두 지역이 있는데 한 곳은 '따끌로반'시티이고 다른 한 지역은 '올목'시티로 유입되어 들어온다. 주로 '세부'에서 레이테로 이동하는 사람들은 이곳 '올목'이 레이테의 관문에 속한다.

올목시티는 인구 약 10만 명 정도 사는 조그만 항구도시이다. 주로 농업과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으며 필리핀 전역이 그렇듯이 많은 인력들이 외국으로 송출되는 이 지역에서도 외국으로 나가 돈을 벌어 고향의 가족들과 부모 형제들의 생활을 도와 유지되는 가정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이 '올목'도 지난 초대형 태풍 하이예의 피해에 예외지역이 아니었다. 약 2,500명이 사망과 실종으로 세상을 떠난 잠정적인 기록이 남아있다. 그래서 이때에 집을 잃고 가족을 잃은 이주만 단지가 '올목' 주변에 2군데나 있다. 올목에서 서동쪽으로 약 20분 거리에 '발렌시아'란 지역과 서쪽으로 15부 거리에 또 하나 이주민 단지가 있는데 두 군데 모두 약 1,500세대 규모로 지어진 임시 커처이다. 이곳엔 약 각각 4,000여명이 대충 지어진 단칸방에서 적게는 4~5명 만게는 7~10명의 가족들이 지난 날 아팠던 기억들을 쪼개며 가난한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

이곳은 개별 잠을 자는 방 이외는 모두 공동시설이다. 공동 화장실, 공동 빨래터, 공동 샤워실로 항상 줄을 기다려야만 차례가 다가오는 열악한 시설 가운데 살아간다. 이 중 한군데는 중국 선교단체에서 임시 숙소를 건립했는데 우리나라에서 일컫는 소위 이단종파에서 지원한 곳이라 입주가족들에게 돼지고기를 못 먹게 통제를 한다. 입주 전 이런 몇가지 원칙들을 준수하는데 동의한 사람들만 들어오는 엄격한 심사 탓에 이 나라 사람들이 국교에 속하는 카톨릭 산앙도, 좋아하는 돼지고기도 두 세평 몸을 뉘일 공간 혜택에 떠밀려 살아가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는 곳이다.

올목 주변의 관광지는 일반인들에게 소개 할만한 곳은 거의 드물다. 하지만 필자와 같이 장똘뱅이 같은 기질의 여행가에는 가는 곳마다 관광지이고 여행지이다. 그 중에도 올목 시내에서 약 30분 거리에 있는 '다나오' 호수가 이 지역민들의 유일한 휴식처이자 소풍지이다.

이 호수는 깊은 산속에 위치해 잇는데 크기가 약 20헥터 크기로 상당히 큰 호수가 사방을 둘러싼 산속에 큰 쟁반에 담김 한 사발의 큰 물그릇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필자는 여기서 소풍 나온 해맑은 한 대학생을 만났는데 그 짧은 시간 나눈 대화가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그는 올목에서도 약 2시간 남짓 더 산골로 들어가는 동네에서 자랐는데 그가 태어나고 자라온 집안이 너무 가난해서 밤에 잠자리에 들 때면 방이 너무 비좁고 부모님과 여성 혀제들이 누울 자리가 없어 그녀는 매일 방 한 켠 쌓은 쌀자루 위에서 잠을 청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동학교 다닐 때는 학교와 집이 너무 멀어 학교 근방에서 자취를 했는데 일주일에 용돈 100페소로 식비와 용돈을 해결했다고 했다. 때론 현지인들의 반찬 중에 한가지인 드라이피시(Dry Fish) 서너 마리로 끼니를 해결하며 겨우 고등학교를 마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은 이 올목에 있는 대학교에 장학생으로 공부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자기를 소개하였다.

깊은 산속에 깊은 웅덩이와 같은 '다나오 호수(Danao Lake)'를 바라보며 그의 살아온 짤막한 인생 여담은 이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보통 수준의 이야기이다. 그 가운데서도 필자는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그리 비관적이지 않고 호수를 비취는 오후 햇살처럼 밝고 맑아보여서 무척 감동적이었다.

이제 올목도 희망적이다. 작년 연말에는 올목과 세부를 오고가는 세부퍼시픽 에어라인도 열렸고, 군데군데 주유소가 생겨나며 하루에도 몇 편씩 오고가는 대형 선박들의 물류이동이 활성화되는 모습이다. 작년 시장선거에서 새로 당선된 시장은 탤런트 출신이어서 최근에 'Organi Center'도 문을 열었다. 여기는 문화와 예술의 공간을 위한 첨단 조형건축물로 새로운 명소가 되어가고 있는 바, 이 지역에 작은 희망의 솟대가 높이 휘날리기를 소망해 보며 '레이테 편'을 마무리한다.

글 : 등필(이윤주)
1989년 '현대시학' 등단시인 자유여행가 현 A.O.G 필리핀 비사야지역담당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