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여행길과 같은 것

필리핀 여행기 마지막편

지난 해 7월부터 시작한 필리핀 여행기를 여기서 마무리 하고자한다. 필자는 이미 전세계 여행을 마치고(2002년도) 이젠 필리핀에 정착하여 마치 여행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사람이 태어나서 저 하늘 또 다른 세상으로 돌아가는 길을 곰곰이 생각하면 마치 인생을 살아가는 순례자의 모습으로 느껴진다. 낯선 땅을 밟는 여행객들의 마음을 생각해보면 대개 호기심의 발로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동경심 - 혹은 자기 울타리일상을 떠나 또 다른 미지의 세상으로 가는 일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여행길은 그저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론 타고 가던 버스가 고장이 나서 길가에 버려진 듯 자기 몸을 태우고 갈 다음 버스를 기다려야 할때도 있다. 기대보다 편안하고 분위기 좋은 멋진 곳에서 잠자리를 제공 받을 때도 있고 그와 반대로 바퀴벌레 나오는 원치 않는 곳에서도 지내야 할 때도 있다. 호텔에서 럭셔리한 식사를 먹을 수도 있고 길가 가게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울 때도 있다. 때로는 모든 것을 잊고 자기 몸을 망중한 속으로 몰입 할 때도 있지만 여행지에서 열병을 앓으면서 초조하게 밤을 지새우며 내일을 기다려야 할 순간도 있다. 여행길에서 정말 인연 같은 귀한 만남이 있을 수도 있지만 때로는 정말 만나지 않아야 할 불청객을 만날 수도 있다. 이러하듯이 우리 인생이 그렇다. 좋은 모습으로 살아갈 때도 있지만, 부유한 때도 있지만, 눈물 젖은 빵을 먹을 때도 있다.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것들이 충족할 때도 있지만 자신의 바람과 전혀 기대하지 않는 모습으로 살아갈 때도 있다.

이 인생의 원리를 알면 자기 자신에 대해 그리 만족함도 부족함도 모두 껴안고 원만하게 살아갈 지혜를 배우는 현장이 바로 여행지이다. 여행길에서는 부딪히는 여러 가지 상황들은 모두가 겸허하게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 삶이 부대낄 때, 비틀거릴 때, 도저히 살아갈 의미를 못 찾을 때마저도 우리는 여행길에서 그냥 주저앉을 수 없듯이 다시 집으로 돌아올 궁리를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살아 나갈 길과 헤어 날 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여행은 반드시 아름다운 곳과 편안함만 찾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저 즐거운 마음만 날리며 자기 혼자만 즐기는 것도 아니다. 여행은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와 현재를 체득하고 돌아와야 한다. 우주 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기근과 아픔과 상처에도 관심을 가지며 그들의 눈물도 닦아줄 수 있는 아량 있는 성숙한 인간미를 가져야 한다. 지금은 바야흐로 21세기 우주공동체 시대, 글로벌 시대를 살아간다. 폭넓은 세계의 현장이 열리는 곳이 여행지의 길이다. 타인을 이해하고 편협한 사고의 눈높이가 여행을 통해 열려지고 모난 성격도 다른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고 이해함으로써 둥근 달처럼 원만해질 수 있다.

세계 여행을 하면서도 참으로 살고 싶었던 나라도 있었고 마냥 아름다운 자연에 흠뻑 젖어 지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필리핀은 살면 살수록, 알면 알수록, 깊으면 깊을수록 답답하고 못나 보이는 나라이지만 그래도 그들과 어울려 함께 지내는 것은 여행을 통해 터득한 삶의 지혜에서 빗어지는 넉넉함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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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필리핀 여행기에서도 마찬가지로 필자의 짤막한 생각과 이야기를 담아 총 24회 걸쳐 필리핀 전역을 스케치하듯 여행기를 그려보았다.

물론 더 깊이 더 많은 곳을 소개하지 못한 아쉬움도 남는다. 사느라고 바쁜 사람들은 한가하게 여행 할 시가이 어디 있냐고 반문 할지 모르지만 이 넓고 넓은 세상을 돌아보지 못하고 그냥 간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주변부터 돌아보고 차츰 눈을 돌려 먼 곳으로 높은 곳으로 눈길을 돌리다보면 여행길은 즐거워지게 마련이다. 인생의 어려운 길목에서 이를 즐기며 극복하는 지혜를 배워나가기 때문이다. 부디 필리핀에서 한때를 살아가는 교민, 그리고 잠시잠깐의 여행을 오는 관광객들도 진정한 여행이 주는 유익을 살피고 우리의 삶에서도 적용이 되어 살아가는 방법과 철학이 좀더 성숙한 인간미를 나타내며 살아가는 우리 이웃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여행기를 얽어준 독자들에게도 심심한 감사를 드리고 다음 기회에 또 지면을 통해 친숙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바라면서 아쉬운 작별을 고한다.


※ 24회에 걸친 소중한 필리핀 여행 이야기를 전해주신 이윤주 작가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작가의 시선을 따라 함께 둘러본 필리핀 곳곳은 아름답고, 사람 사는 향취 가득해 따뜻했습니다. <편집자주>

글 : 등필(이윤주)
1989년 '현대시학' 등단시인 자유여행가 현 A.O.G 필리핀 비사야지역담당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