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이 황홀한, 선셋 디너 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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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물드는 하늘 보며 식사

시간이 짧게만 느껴지는... 선셋 디너 크루즈

세부의 하늘은 아름답다
세부의 일몰은 더욱 황홀하다
카메라 렌즈에 담지 못할 자연미...

배는 제이파크 리조트(구, 임페리얼 리조트) 돌핀 포트에서 출발한다.
바다를 보면서 4시 45분의 하늘을 본다. 하늘은 아직 일몰과는 거리가 먼 푸른 빛이며, 멀리 수평선에는 고래등처럼 유영하는 섬이 보이고, 그 위로 적란운이 머리를 풀고 하늘로 피어오르고 있다. 기다리는 짧은 시간,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있노라니, 구리핏 피부의 탄탄한 가슴을 가진 사내들이 지나간다. 호핑에서 돌아온 다이버들일 것이다.
선셋 크루즈에 나서는 손님은 보통 30염 내외. 많을 때는 40명이 넘는다고 한다. 오늘 선셋 크루즈에 나가는 인원은 20명 남짓. 선셋 크루즈 매니저는 비교적 한가하게 선셋을 즐길수 있겠다고 한다.

여유롭다
느긋하다
바다처럼 잔잔하다

선셋 크루즈로 일행을 옮겨줄 배는 선착장에 정각 5시에 도착했다. 하지만 손님들은 아직이다.
선셋 크루즈를 함께할 일행들이 도착했다. 느긋하게 도착한 그들은, 다리 위에서도 여유롭게 사진을 찍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선착장으로 이어진 다리 옆으로 노니 나무의 열매가 푸르다. 그들 사진들에는 저 푸른 노니 열매도 한 구석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작은 보트로, 커다란 2층 선셋 크루즈로 옮겨탔다. 손님이 많을 때는 1층과 2층을 모두 이용한다고 했다. 이날은 20여 명이라, 2층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선셋 크루즈의 코스는 제이파크 리조트 돌핀 포트를 출발해, 샹그릴라 방향으로 향한다. 사위가 붉어지려는 찰나, 그동안 이용했던 리조트들의 해변이 한눈에 들어왔다.
작고 아늑한 코스타밸라의 해변과 크림슨 리조트의 일본식풍 목재 건물과 인테리어, 샹그릴라 호텔의 잘 정돈된 정원까지.
준비된 식사는 한국인 입맛에 꼭맞은 것들이었다. 호텔 뷔페에 비하면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바다 바람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사위가 붉은 노을에 젖어들 때, 필리핀 현지의 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나는 배 위에 있다'고 생각하니, 이런 풍류가 따로 없구나 싶었다.

짧조름한 바다 바람이 머리를 어루만지고
저 멀리 석양은 추억으로 물들고
나는 떠 있다, 이국의 바다 위를

선셋 크루즈를 이용하는 이들은, 보통 가족 단위이거나 신혼인 커플, 혹은 연인들이라고 한다.
이날 나의 행동은 인생의 미래를 함께 이야기하는 '동성의 친구'였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그녀는 세부살이 10년을 훌쩍 넘긴 세부 토박이다.
"이게 얼마만이야. 콧바람을 다 쐬고~"
그래도 학생일 때는 나았다. 그녀는 음주가무를 즐길 줄 아는 이였다고 주변인들이 증언한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좋아하는 일에 빠져서, 쉴 줄도 모른다. 내가 그녀의 손을 잡아끌고 선셋 크루즈에 나선 것은 나 또한 최근 일에 쫓겨, 콧바람을 쐴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20대 소녀들처럼 깔깔거리고, 머리를 나풀거리며(참고로 나는 단발이라, 나풀거릴 머리가 없다. 그녀의 머리가 나풀거렸다는 뜻.) 수다를 떨며 여유롭게 산미구엘 라이트를 마시는 기분은, 이런게 휴식이었지, 새롭게 깨닳는 시간이었따.

쉼표
느낌표
말줄임표

배가 샹그릴라를 조금 지나더니 우회를 했다. 굵은 포물선을 그리며 돌아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코스였던 것이다. 우리는 무료로 제공되는 맥주를 2개씩 마신 뒤였고 기분이 무르익고 있었고 종업원으로 위장해 있던 3명의 댄서가 무대 앞으로 뛰어나가더니, 춤을 추기 시작했다.
경쾌한 음악과 댄스, 그리고 불타는 노을쇼가 리조트들을 배경으로 펼쳐졌다.
사진으로 찍어, 페이스북에 포스팅하니 한국의 유명 작가 선생님들의 댓글이 압권이다.
"왜 이제야 세부에 있다고 밝히느냐?"
"이런 노을을 보려면, 세부로 당장 날아가야 하느냐?"
빛의 작가 모네를 이야기하는 동화작가 선생님부터, 이문세를 이야기하는 출판사 대표님, 세부로 가족 여행을 계획 중인 신모 디자이너 대표님..

나는 댓글 대신, "쉼표, 느낌표, 말줄임표"만 찍어보냈다. 선셋 크루즈는 쉼표이고, 느낌표이고 말줄임표다. 내 말에 이날 선셋 크루즈를 함께한 그녀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던가.


■ 예약 문의 : 0917-704-9115 (한국인 직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