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여행기① : 인트라무로스 산티아고 요새

'등필'의 3感 필리핀 여행기① : 인트라무로스(Intramuros) 산티아고 요새(Fort Santiago)

필자가 맨 처음 필리핀을 방문한 것은 2007년 한 여름이었다. 땀방울이 등허리를 끈적이는 늦은 오후시간, 첫 방문지인 인트라무로스 지역으로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나는 어느 나라든지 맨 먼저, 그 나라의 역사를 먼저 살피는 근성(?)인지라 여기 필리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대략의 정보를 미리 검색 한 후, 찬찬히 피가 멎은 역사의 현장인 '산티아고 요새'를 살피게 되었다.

인트라무로스(Intramuros) 지역은 필리핀 수도 메트로 마닐라 서북쪽에 위치하며 그 중심에 1)마닐라 성당과 파식강 남쪽에 위차한 2)산티아고 요새, 그리고 3)성 어거스틴 성당이 있는 지역을 포함 한다. 이 '인트라무로스' 의미는 '벽안에서' 도시 혹은 요새란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1571년 직후 스페인의 정복자 '미겔로퍼스데 레가스피'가 파식강 어귀에 요새 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하여 1606년에 완

성하였고 필리핀이 스페인 식민지 시대 당시 스페인의 정치, 군사, 종교의 중심적 역할을 했던 지역이었다.
특히 '산티아고 요새' 지역은 2차 세계대전 발발 시 일본군이 주둔하면서 이 지역은 다시 일본군의 기지와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던 곳이기도 해서 필리핀 역사상 치욕과 눈물, 그리고 필리핀의 독립을 위한 투쟁의 피가 멎은 희생의 촛불이 타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필자는 '안트라무로스' 지역 가운데 유독 '산티아고 요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다름아닌 필리핀의 영우 '호세 리잘(JOSE RIZAL / 1861~1896)'에 대한 지극한 관심으로 인하여 마닐라 성당이나 성 어거스틴 성당은 나중에 보기로 하고 이곳 '산티아고 요새' 지역 곳곳을 먼저 살피게 되었다. '호세 리잘'에 대한 흔적을 살필 수 있는 또 다른 곳은 '인트라무로스' 지역 외 가까운 리잘 공원에도 있지만 '산티아고 요새 건물 2층 호세 리잘'의 작은 박물관과 그 입구 벽에서 읽을 수 있는 '마지막 인사(작별)'이란 한 편의 시를 보며 깊은 상념에 젖어 한동안 그곳에서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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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인사 / JOSE RIZAL

잘 있거라 내 사랑하는 조국이여
태양이 감싸주는 동방의 진주여
잃어버린 에덴이여
나의 슬프고 눈물진 이 생명을
너를 위해 비치리니
이제 이생명이 더 밝아지고 새로워지리니
(중략)
잘 있거라 서러움이 남아있는
나의 조국이여

위의 시를 쓴 '호세 리잘'은 1892년 스페이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여 'La Liga Fillipina'(필리핀 민족 동맹)이란 단체를 조직하여 스페인 식민당국에 민족주의적 비폭력 저항운동을 전개하다가 1896년 'Andreas Bonifacio'에 의해 발생한 반 식민 폭동공모혐의로 체포되어 1896년 12월 30일 06시30분에 산티아고 요새 '바굼비얀의 루네따' 광장으로 이송되어 07시03분에 서슬 퍼런 형장에서 35세 젊은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이 시를 읽으면서 그에게 묻어나는 조국 필리핀의 애처로운 조국의 이미지를 사랑하는 한 여인으로 형상화하여 더욱 절절한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더불어 시에서 나타나는 종교적(카톨릭)의 신앙은 35세 젊은 사람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성숙한 믿음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산티아고 요새 입구에 들어서는 동판으로 새겨진 그이 발자국이 형장으로 향한 발자취를 '호세 리잘' 100주년을 기념하여 그의 발자국을 볼 수 있는데 비록 죽음의 형장으로 가는 길이었지만 그가 소망한 천국으로 향한 마지막 발걸음이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인트라무로스'를 뒤로하면서 다른 어느 곳보다 '산티아고 요새' 지역에 아직도 숨 쉬고 있는 듯한 '호세 리잘'의 조국을 사랑한 피의 향기가 오래된 요새 성벽 사이사이 머무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수 많은 상흔이 남아있는 이곳 '산티아고 요새'에서 지워지지 않는 생각들은 이 필리핀에 '호세 리잘'과 같은 영웅이 있었기에 오늘날 이 필리핀이 건재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글 : 등필(이윤주)
1989년 '현대시학' 등단시인 자유여행가 현 A.O.G 필리핀 비사야지역담당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