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예술이 낳은 극치
산티아고 요새에 이어 필자는 걸어서도 불과 10분 이내 거리에 있는 가까운 마닐라 성당을 찾았다. 마닐라 성당에 대한 대략의 소개가 있는 내용을 요약하면 1571년에 최초 건축되어 총7번이나 걸친 태풍, 화재, 지진, 전쟁 이후에 1958년에 다시 재건축된 성당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마닐라 성당이 유명한 것은 비잔틴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로 4500개 파이프 오르간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더욱 관심을 끌었다.
이 비잔틴 양식의 건축물이란 건물 지붕이 원형 돔으로 모자이크 장식이 되어 있고 내부에는 돌조각을 사용한 모자이크 장식과 정사각형이나 다각형 모형을 벽 위에 돔을 올려놓은 형식을 말한다.
이러한 사전지식을 가지고 필자가 바라본 마닐라 성당은 스테인드 글라스로 장식된 유리창에 비쳐지는 아름다움이란 한마디로 종교와 예술(건축)이 낳은 극치라는 이미지로 각인되기에 충분했다. 사실 카톨릭 종교가 낳은 성당(교회) 공간으로서 건축물이 이처럼 아름답고 웅장함을 뿜어내는 것에 심취한 보통의 여행객의 눈에는 별다른 감회를 소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아름다운 성당, 필리핀의 심장이 이젠 역사의 유적지나 관광지 혹은 박물관적 성격으로 남아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이 유명한 성당이 박물관 성격의 유적지로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유럽이나 영국에 있는 초기 건축된 성당에는 카톨릭을 신봉하는 미사를 드리는 종교적 행위보다는 관광객들의 눈을 미혹하는 아름다운 건축물로서 남아 박물관 역할을 감당(?)하는 마닐라 성당의 역사적 현재와 현실이 과연 이렇게 오랜 세월을 지내오면서 지켜져 온 힘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에 대해 나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필자가 찾아간 그날 토요일엔 4500여개의 파이프 오르간 소리는 들을 수 없었지만 결혼식을 막 마친 신랑 신부 한 쌍이 함박웃음을 쏟아내며 연신 카메라 포즈에 몸을 던지는데 이마저 구경꺼리로 관광객들에게 또 하나 재미를 더해주는 볼거리 중 하나였다.
마닐라 성당에서 그리 멀지 않는 가까운 거리에 '어거스틴 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성당이 마닐라 성당과 비교되는 것은 건축양식이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로 필리핀에서 가장 유명한 성당으로 손꼽힌다.
1578년에 건축이 시작되어 1607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이 성당 건축물은 지금까지 한 번도 마닐라 성당처럼 여러 유형의 피해를 입지 않은 가장 오래된 성당이라는 점에서 기이한 성당이라 여겨져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 바로크 건축 양식이란 불규칙적인 곡선과 곡면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고 많은 조각과 꼬인 모양의 기둥을 만들어 장식이 보다 화려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성당 내부의 구조 구조가 그야말로 예술적 감각이 살아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랜 세월을 통하여 빚어낸 정교함이란 오늘날 종교와 예술이 하모니를 이루는 지상 최대 건축물로 자리하고 있음을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트라무로스 지역을 중심으로 마닐라가 초토화 될 때도 거뜬히 이겨내온 이 '어거스틴 성당'은 아직도 척박한 나라 필리핀을 사랑한 하나님의 보우하심의 또 하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에게 종교란 무엇인가? 무슨 힘으로 저렇게 아름다운 작품의 에너지가 나오게한 것일까?'하는 이런저런 생각이 필자의 마음을 자리하고 있을 때, 어느 덧 해는 저물어오고 있었다. 더욱 평온히 느껴지는 어거스틴 성당, 이 성당으로 말미암아 지금의 필리핀 사람들의 신앙 주춧돌이 되었을 역사의 현장에서 시공을 잊어버린 듯이 발걸음을 멈추고 있는 중년의 한 여행객인 나에게도 숙연한 기도의 숨소리가 들린 듯 했다.
부디 이 '어거스틴 성당'에서 느껴지는 정교한 아름다움이 이 나라 국교인 카톨릭 신앙과 잘 어우러져 평화와 평온이 온누리에 넘쳐나길 기원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한 일정을 마무리했다.
글 : 등필(이윤주)1989년 '현대시학' 등단시인 자유여행가 현 A.O.G 필리핀 비사야지역담당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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