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여행기④ : 머물고 싶은 호반 따알 호수(Ta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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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스 파크(People's Park) - 따가이따이 시티

필리핀에 대표적 휴양도시를 손꼽으라 하면 루손 북부지역에 바기오(Baguio)시티와 남부지역에 따가이따이(Tagaytay)시티이다. 그 이유로는 무엇보다 기후가 필리핀 답지 않게 연평균 서늘한 가을 날씨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천혜의 기후조건을 가지고 있는 이 따가이따이에 세계에서 가장 작고 낮은 이중화산으로 생겨 난 따알호수는 자그만치 길이가 25킬로미터 폭이 18킬로 크기의 바다처럼 보이는 호수이다.

이곳에 가기 위ㅣ해서는 마닐라에서 남쪽(바콜로드-이무스-다스마리냐스-신랑-따가이따이)으로 약60킬로미터 떨어져 있어 약 두시간 정도 차를 타고 달려야 이곳에 도착할 수 있다.

먼저 따알호수를 가기 위해 선착장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필리핀 관광지 전역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는 안내인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선착장 리조트와 연결되어 있는데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터무니 없는 금액을 요구하며 '안 되면 말고'식으로 호객하는 이들이 많은데 필자에겐 그날따라 별로 덤벼드는 사람없이 조용히 싱글모터사이클을 타고 선착장에 도착하게 되었다. 다시 필자는 필리핀의 전통 배라고 할 수 있는 방카를 타고 따알 호수를 횡단하여 약30분쯤 이동하니 따알 화산이 있는 산 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이들은 나를 포함한 관광객 수대로 대기하고 있는 조랑말(사실 이 말은 필리핀 토종 암말이다)을 타고 현지인 어린 총각 마부가 이끄는 데로 따알 화산으로 향한다. 조금은 평지 조금은 비탈길을 익숙하지 않은 말을 타니 한편 재미있기도 하고 한편 아슬아슬하게 위함한 산길을 오르니 말고삐에 저절로 손목에 힘이 들어간다. 내가 탄 말은 어찌나 좁은 산길을 잘 오르는지 가파른 산길을 숨도 안 쉬고 나의 온몸을 뒤로 놉히거나 앞으로 쓰러지게 하기를 반복하다가 겨우 따알화산 정상에 도착했다. 뒤로는 멀리 마닐라 시내가 가물가물하게 펼쳐지고 바로 앞에는 그리 크지 않은 분화구에 담겨진 또 하나 호수가 오수를 즐기듯 큰 물병에 담겨진 듯 잠자고 있었다. 수억 년 전 처음 화산이 폭발한 후 총33회에 걸쳐 용암이 분출하여 그동안 크고 작은 사상자를 내며 지금의 이 모습가운데세도 여전히 활화산(아직 화산활동 중인 화산)으로 남아 있는데 이 따알 화산은 유독 사방 따알 호수의 극진한 사랑의 표현으로 '포옹'을 만끽하며 중심에 고고히 자리하고 있었다.

필자는 풀잎 하나를 따다 입에 물고 물끄러미 따알 화산 세월의 흔적을 더듬으며 여전히 내 코끝에 스며드는 유황냄새를 즐기며 한 편의 시가 입술을 열어 잠시 풍류에 잠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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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언제부터 여기 살아 왔느뇨
하늘이 내려앉자 구름으로 방석삼고
비단자락 바람으로 그대 옷을 짓고
따알호수 중앙에 그대 젖 봉우리 같은 따알화산
터지고 터진 용암 지구를 향한 분노의 분출
이제 그대여 그만 하거라
이렇게 조용히 평안히 함께 그대와 있거늘...

따알호수를 옆으로 바라보며 시내에서 10분 내외 거리를 이동하다보면 '피플스파크'에 도달 할 수 있다. 이곳은 필리핀 정치적 꼭지점을 하향곡선으로 곤두박질시킨 전 마르코스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 여사'가 짓다가 만 별장이 있었다. 지독히도 못살고 어려운 1960년대 시절 그녀가 이곳 따알 호수를 배경삼아 너무나 멋진 꿈으로 건축하려했던 별장의 터가 배고픈 민중들의 함성으로 끝내 꿈이 좌절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철근 콘크리트 뼈대가 앙상히 남아있는 흉물스런 모습이지만 주변 경관은 가히 '이멜다 여사'가 왜 여기에 별장을 지으려고 했는지 짐작이 갈 정도의 장관이다.

필자가 이곳을 방문했던 날 바람이 몹시 불고 짙은 안개로 몸이 오싹하게 춥게 느껴지는 오후 시간이었지만 그리 멀지 않은 시야에 펼쳐지는 따알 호수와 사방 툭 터진 전망, 우뚝 손은 이 피플스 파크는 그날도 필리핀의 우울했던 역사의 뒤안길을 변곡이 심한 기후로서 대변하는 느낌이었다. 지금도 아직도 배고픈 민중들이 허다하게 많은 이 나라 필리핀 일부 자기만의 배를 채우려했던 정치 지도자들에 의해 민중들의 삶이 피폐할 수 밖에 없다면 이 피플스 파크에 뿌려진 민중의 함성은 충분히 값어치 있는 눈물이고 외침이었으리라는 생각이 들면서 여행 끝의 돌아오는 길이 늘 그렇듯이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하였다.

글 : 등필(이윤주)
1989년 '현대시학' 등단시인 자유여행가 현 A.O.G 필리핀 비사야지역담당으로 활동하고 있다.